• 노 대통령 탈당은 양날의 칼?
        2007년 02월 22일 12: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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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참여정부 4년 평가와 21세기 국가발전전략`에 대해 신년연설을 하고있다. (사진=청와대 브리핑)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 대통령은 이르면 22일 저녁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당적 정리 문제를 공식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탈당의 후속 조치로 당 복귀를 원하는 한명숙 총리를 교체하는 등 부분 개각을 통해 중립내각을 구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탈당은 먼저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대선 정국에서 중립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국정관리에 임하겠다는 뜻을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열린우리당의 대통합 신당 추진에 길을 터주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노무현당’으로 인식돼서는 통합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게 통합신당론자들의 판단이다.

    노 대통령의 탈당은 향후 정국에도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당이 사실상 소멸함으로써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국정의 보다 많은 책임을 떠안게 됐다. 그간 정부 여당의 실정에 기대 반사이익을 누린 한나라당에는 적잖이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여당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영향력도 지금보다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의 탈당은 범 여권 정계개편을 가속화하는 기제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과 선긋기를 함으로써 통합의 걸림돌을 제거한 셈이 됐다. 최재성 대변인은 "당의 몸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라고 했고, 우상호 의원은 "과거와의 단절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집단 탈당파 의원들의 모임인 ‘통합신당모임’이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합’의 주도권이 열린우리당으로 기울어질 가능성도 점친다. ‘통합신당모임’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탈당을 "서류상의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을 분화시키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도 나온다. ‘민생정치준비모임’ 이계안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사수파와 신당파로 양극화될 것"이라며 "이런 수순을 통해 열린우리당은 해체의 길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느 경우건 노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통합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각 정파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가시적인 성과를 먼저 보이는 쪽이 통합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외부 인사에 대한 영입 경쟁도 보다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이 당적을 버리더라도 정치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외려 보다 홀가분한 조건에서 ‘대통령의 정치’를 해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친노 직계인 이화영 의원은 "노 대통령이 굉장히 자유로워질 것"이라며 "’정치인 노무현’으로 돌아가서 최근 진보진영과의 논쟁에서 보듯이 사회적 담론의 의제를 설정하면서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에 대해 발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예고되어 있는 개헌안 발의와 남북정상회담 추진 가능성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노 대통령이 상당 기간 정국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노 대통령을 정치의 중심에서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차야 하는 ‘통합신당파’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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