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이주노동자 산재승인 받아내
        2007년 02월 22일 12: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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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외국인노동자보호소의 화재 참사가 시나브로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가운데 금속노조 간부들이 나서서 같은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이주노동자의 산재신청을 받아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지부장 허재우)는 21일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가 지난 해 11월 3일 경남 함안에 있는 한국주강에서 밤낮으로 일하다 숨진 베트남 산업연수생 반랍(25)씨의 산업재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자문의사협의회 회의를 열어 고 반랍 씨의 산업재해 인정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산업재해로 인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공단 창원지사 정인철 팀장은 이날 회의 결과를 기다리던 금속노조 경남지부 김정철 노동안전부장에게 “산재승인이 났다”고 알려줬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유족의 위임을 받은 베트남대사관에 산재승인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25세 젊은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지다

       
     
    ▲ 지난 해 11월 8일 경남 함안 한국주강에서 일하다 숨진 고 반랍 씨의 장례식장 모습(사진 금속노조)
     

    지난 해 11월 3일 베트남에서 온 산업연수생 반랍(25) 씨는 숙소에서 자다가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평소 건강하던 그는 월 100시간이 넘는 잔업과 특근을 했고, 일주일에 이틀씩 철야근무를 하는 등 과로에 시달리다가 이같은 변을 당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들은 곧바로 노동부와 회사를 만나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일하다 죽은 것도 아니고 개인질병”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간부들은 억울한 죽음에 보상이라도 제대로 해줘야 한다며 유족에게 권한을 위임받고 내려온 베트남 대사관직원을 만나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11월 8일 베트남 대사관 직원은 “장례를 빨리 치러야 한다”며 장례를 강행했다. 노조간부 12명은 “너무 미안해서,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며 4시간 동안 장례차를 몸으로 가로막고 회사에게 산재신청에 협조할 것을 요구해 약속을 받아냈다.

    경남지부 간부들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노조 간부들은 산업재해 승인을 받기 위해 끝까지 뛰었다. 회사가 제출하는 서류를 확인해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고, 노동조합에서 노동현장의 상황을 꼼꼼하게 정리해 만든 자료를 냈고, 근로복지공단에 노사합의내용과 이 사건의 중요성을 알렸다. 그리고 이날 산업재해 승인을 받게 됐다.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보통 3~4천만원의 위로금을 받게 되는데 유족들은 산업재해 승인으로 위로금을 포함해 2억이 넘는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지부 김정철 노동안전부장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대사관이 보상금의 30% 먹는다는 얘기가 있다”며 “외국인노동상담소와 도움을 받아 회사에 위로금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나서서 이주노동자의 산재승인을 받은 것은 금속노조는 물론 노동운동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단체에서 지원해 산재승인을 받은 경우는 가끔 있었지만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 지원활동을 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노조가 나서서 이주노동자 산재승인 받은 첫 사례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우삼열 사무국장은 “노조가 나서서 산재승인을 받게 했다는 했던 사례를 들은 바가 없다”며 “정말 금속노조에서 큰 일을 한 것이고 한국의 노동운동이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하고 산재승인을 받아냈다는 것은 노동자 연대에 아주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경남지부 김정철 노동안전부장은 “금속노조가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큰 성과”라며 “다음에도 이런 일이 터지면 노동안전부서를 넘어 전체가 함께 하는 투쟁으로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많은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산별노조의 중요한 과제로 싸워왔던 것처럼 이제 한국에서도 노동운동이 이주노동자를 중요한 과제로 안고 싸워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미 이주노동자가 40만명을 넘어 한국 산업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고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는데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운동은 그동안 이주노동자 문제를 주요한 과제로 싸우지 못했다.

    우삼열 사무국장은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이 있는데 일부 사업장 같은 경우는 최저임금조차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이들에 대해 노조 차원에서 노조가입운동이라든가 연대투쟁의 모습들을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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