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 대연합으로 대선 돌파"
        2007년 02월 21일 08: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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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집권전략위원회가 21일 주최한 ‘위기의 진보진영, 대반전 가능한가’ 토론회는 진보진영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고 오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열쇳말’을 찾는 자리였다. 토론자들은 대선 승리를 위해 진보세력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대체로 합의한 듯 보였고, 연대의 기준과 방식, 컨텐츠를 놓고 주요 쟁점이 형성됐다.

       
      ▲ 민주노동당 집권전략위원회가 주최한 ‘위기의 진보진영, 대반전 가능한가’ 토론회
     

    이상현 "민주노동당 중심으로 진보세력 연합하자"

    이상현 민주노동당 기관지위원장은 발제문에서 민주노동당 중심의 진보대연합을 제안했다. 그는 이번 대선의 구도를 ‘보수-중도-진보’의 3각 구도로 점치면서 "진보개혁세력은 통합신당에 대한 비판적인 지지나 각개 약진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진보의 ‘진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통합신당이 이념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대안 세력이 되기 어렵고, 진보개혁세력이 각기 독자적인 후보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 민주노동당과의 연합을 통해 진보-중도-보수의 한 축을 튼튼하게 형성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창조한국 미래구상’ 대변인을 맡고 있는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이 위원장의 ‘민주노동당 중심 연합론’에 대해 "자유주의 세력이 민주노동당에 써먹는 수법을 똑같이 써먹는 것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하면서도 연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표시했다.

    지금종 "경선 통해 범진보후보 단일화"

    지 총장은 "미래구상도 진보세력의 선거 연합을 얘기했다. 각자 (따로) 가면서 선거연합을 만들 수도 있다. 이게 가능하려면 연합의 상과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협상테이블이 필요하다. (미래구상도 협상테이블에) 기꺼이 참여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 총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선을 통한 진보진영 후보단일화와 범 진보진영의 ‘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진보진영의 경선을 통해 누가 후보가 되건 당선되면 범진보를 모아서 연합정권을 수립하는 것을 전제로 연합한다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지금의 진보는 누가 집권해도 독자적인 국가운영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 총장의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제안에 대해 이상현 위원장은 이후 토론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범진보 단일후보 과정도 하나의 토론거리로 당 내에서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고 받았다.

    "민주노동당은 21세기의 DJ"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은 이상현 위원장의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전제하고, 다만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진보의 진지를 강화하자는 제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민주노동당부터 열린 마음으로 진보의 진지를 강화하자고 하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며 "(연합이 이뤄진다면) 사실상 중심 역할을 할 정당은 민주노동당밖에 없기 때문에 (민주노동당 중심론을) 내세우지 않아도 진보가 단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민주노동당은 21세기의 DJ"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썼다. 그는 "87년 대선을 앞두고 비판적 지지, 후보단일화, 독자후보론이 있었다. (지금 진보진영 내에)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 독자후보, 후보단일화 (세 가지의 입장이 있다). 저의 입장은 후보단일화론에 가깝다"고 말했다.

    반면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대선국면에서 섣부른 연합전선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연합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각자 대중의 신뢰를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신자유주의’ 연대 기준 vs 내용 공백

    ‘진보대연합’에 대한 논의는 ‘연합의 기준과 범위’에 대한 문제로 연장됐다.

    지금종 총장은 반신자유주의, 남북의 평화공존, 민주주의 심화 발전 세 가지를 연합의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호철 교수는 "이번 대선의 주된 전선은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라면서 한미FTA, 비정규직 문제, 공기업의 역할에 대한 입장 등이 구체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희연 교수는 "반신자유주의의 중심성을 인정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보수 진보의 구도로 가면 중간세력의 획득이라는 과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반신자유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백’ 상태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중의 눈에서 보면 신자유주의라는 건 바이러스나 괴물이 아니다. 대중의 획득은 대단히 복합적이다. 반신자유주의 운동을 단순화시키지 말고 복합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성찰적 자기혁신을 통해 대중을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날 ‘중도세력’의 존재를 여러 번 강조했는데, 진보세력이 다수 대중을 견인해야 한다는 반성적 차원의 언술인지 ‘중도정치세력'(열린우리당)의 ‘좌경화’와 집권가능성에 대한 일정한 기대감의 표현인지 다소 모호해 보였다.    

    조 교수는 "중도세력들은 굉장히 어려운 조건에 있다. 대중의 신뢰를 재획득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냐 민주노동당이냐는 선택을 진보적 대중에게 강요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도 "중도세력이 재신뢰를 획득한다면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면서 민주노동당이 성장하는 상황도 기대해 볼 만 하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신뢰상실로 대단히 어렵긴 하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7대 금기

    ‘진보대연합론’이 대선을 겨냥한 정치공학적 접근법에 가깝다면, ‘진보쇄신론’은 진보진영이 대선에서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이냐는 ‘내용’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이상현 위원장은 ▲성장론 자체를 거부하는 ‘성장’의 금기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노동’의 금기 ▲북한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를 취하기 어려운 ‘이북’의 금기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판이 쉽지 않은 ‘국회’의 금기 ▲지역권력을 송두리째 내어주고도 평가 한 번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울산’의 금기 ▲영원불멸의 위용을 자랑하는 ‘당명’의 금기 ▲무수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쉬쉬하고 있는 ‘정파’의 금기 등을 민주노동당의 ‘7대 금기’로 규정하면서 "당의 혁신은 이러한 금기를 깨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섭 전 초록정치연대 창당특별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이 애국주의 담론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민족담론이나 영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천착하지 않고 사회적 존재에 매몰된 계급담론에만 머무른다면 많은 한계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희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산별교섭을 제도화하는 공약을 민주노동당이 내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프랑스의 노조 조직률은 10%다. 노조가 맺은 단체협약은 나머지 90%의 노동자에게도 적용된다. 민주노총 조직률은 10.3%다. 노조가 맺은 단체협약은 이 10.3%에게만 적용된다. 그래서 민주노총의 투쟁이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의 밥그릇 싸움처럼 인식된다"고 했다.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어떻게 될까? 울산을 보면 안다"

    손호철 교수는 "한국정치의 가장 큰 비극은 문제의 근원이 신자유주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또 다른 신자유주의 세력인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집권으로 자유주의 세력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런 최적의 조건에서 민주노동당이 한 게 없다"고 질타했다.

    손 교수는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어떻게 될까. 울산동구와 북구를 보면 된다. 다른 지역과 다른 지방자치의 모범을 보여줬나. 별로 못보여준 것 같다. 그래서 (선거에서) 지는 것"이라고 했다.

    손 교수는 또 "민주노동당은 북한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인터뷰하는 화면을 보면 충격을 받는다. 집무실 뒤쪽에 평화, 인권, 반핵이라고 적혀 있다. 이런 게 보수냉전 세력의 담론이 됐다. 북한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정부 실패, 저항세력 포위 때문 vs 무능해서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가세로 논쟁이 확산되고 있는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 문제도 다뤄졌다.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발제문에서 "참여정부의 개혁은 포위된 개혁으로 처음부터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면서 "한나라당과 수구세력의 저항 연대를 뚫지 못한 것이 개혁 부진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정당 지지도로 보면 수구기득권 세력의 집권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수구세력이 집권하면 민주주의의 퇴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호철 교수는 "노무현 정권은 무능해서 실패했다. 민주개혁에는 무능했고 신자유주의 개혁에는 유능한 게 탈이었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조중동 때문에 못했나. 열린우리당은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었다. 민주노동당도 있었다. 탄핵 직후 개혁적인 분위기도 강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나서서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뀌느냐’ 하고는 끝났다. 그게 무능이지 뭐냐"고 반박했다.

    손 교수는 또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민주주의가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파시즘에 대한 우려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지 못하는 데 있지 않고 사회적 양극화를 막지 못하는 데 있다"면서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풀지 못하면 대중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과거사 청산이냐’고 계속 말할 것"이라고 했다.

    조희연 "최근 논쟁 통해 진보진영이 패배주의 벗어나고 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말 그대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토론회가 열린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은 청중과 기자들로 빽빽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일부 방청객은 선 채로 토론회를 참관하기도 했다. 자료집도 금세 동이 났다. 정범구 전 의원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은 고무된 표정이었다.

    손석춘 원장은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주최측에 축하한다"고 했고, 조희연 교수는 "최근 일련의 논쟁을 통해 민주진영 혹은 진보진영이 패배주의로부터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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