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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첨단기술 통제·감시
    형벌 식민지에서의 탄압과 착취 기록
    [책소개]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대런 바일러, 홍명교(옮긴이) / 생각의힘)
        2022년 11월 26일 08: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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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일에 가려 있던 신장 재교육 수용소를 들여다보다

    사람들이 사라졌다. 중국 당국은 2017년부터 광활한 서북지역 신장에 보안이 고도로 강화된 ‘재교육 수용소’를 세워, 15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 카자흐족, 후이족 사람들을 수감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 수준이다. 현재까지 총 385곳으로 추정되는 구금 시설은 위성 사진과 정부의 입찰 계약, 연구진 방문, 과거 수용되었던 사람들 및 전직 수용소 노동자들의 증언을 통해 그 존재가 입증되었다. 한편 수용소 밖에 있는 사람들의 삶 또한 안전하지 않다. 중국 당국은 첨단기술로 구축된 네트워크를 통해 그들의 데이터와 노동력을 통제하고, 추적하고, 감시하며, 추출해왔다. 이 모든 이야기는 서방 언론의 보도를 통해 우리 귀에 전해졌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유엔에 제출한 문서에서, 중국 당국은 이를 “직업훈련 프로그램”이라 서술했다. 세상 어떤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이토록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고, 기본권 보장에 인색하며,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는 증언을 동반할까.

    여기, 21세기 최악의 인권 유린을 파헤친 책이 출간되었다. 중국이 첨단기술의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많은 사람을 억류하고 착취해온 참혹한 현장을 기록한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이다. 위구르 사회와 중국 감시 체계를 오랫동안 연구한 인류학자 대런 바일러의 저작이 드디어 한국 사회에 도착했다. 끔찍하고 고통스러우며 비참하기까지 한, 강렬한 읽기의 체험이지만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현장 고발이 가득하다. 바일러는 풍부한 조사와 사려 깊은 연구와 중대한 책임감을 뒷받침으로, 재교육 수용소에 갇힌 이들이 매일 어떻게 투쟁하며 버텨왔는지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 중요한 작업물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은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의 저자이자 플랫폼c 활동가인 홍명교가 맡았다.

    “이 책은 인류학자인 저자의 또 다른 응답이다. 신장 지역 현장연구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저자는 생생한 증언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인종주의적이고도 반인도적인 통제 시스템의 민낯을 폭로한다. 잔혹한 현실 앞에서 감정이 앞서기 마련이지만, 사실과 논리를 바탕으로 한 논의를 포기하지 않는 덕분에 독자들이 냉정하게 현실을 이해하고 뜨겁게 사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새로운 강역”을 의미하는 신장이 재교육 수용소가 되기까지

    2022년 10월 31일 유엔 총회에서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이 채택됐다. 미국·영국·일본·프랑스·호주·이스라엘 등 50개국이 참여했고, 한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은 앞서 10월 6일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인권 침해 의혹과 관련해 토론회를 여는 결정안 표결에는 찬성표를 던졌는데, 이를 두고 중국은 “실망감을 느낀다”고 반발한 바 있다. 신장 재교육 수용소의 존재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2018년 11월 익명의 중국인이 언론을 통해 이닝시에 새로 지어진 수용소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면서부터다. 2019년 말에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입수한 극비 문건이 공개됐다.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안 당국이 수용소 운영 매뉴얼에 대해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수용자 탈출 방지, 세뇌 교육, 전염병 발생 통제, 면회나 화장실 사용 허락 기준 등 꽤 구체적인 기록이었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이 내놓은 답변은 간단했다. 그들은 처음에는 수용소의 존재를 부정했으며, 나중에는 교육을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이라고 답했다.

    이 직업훈련 프로그램―집단억류 프로그램―의 시작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이 수출주도 시장경제로 전환하며, 자원의 보고인 중국 최서북단 신장으로 한족 정착민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 고유의 역사와 언어, 종교적 관습을 갖고 살아오던 투르크계 무슬림인 위구르 원주민은 가장 좋은 곳에서부터 밀려나고 배제됐다. 엄격한 정착민 우대 조치는 커다란 반감 또한 야기했다. 채용 차별과 토지 몰수, 종교적 관례에 대한 정부의 통제 증가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걸쳐 일련의 시위와 폭력적인 탄압을 유발했다. 2000년대 들어 무슬림 테러리즘 담론이 중국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사건들은 관영 매체들에 의해 “테러”로 묘사됐고, 2009년 유혈사태 이후 중국 당국은 고강도 진압 작전을 전개한다. 2014년 시진핑 지도부는 “테러에 맞선 인민전쟁”을 선포했는데, 소수의 범죄자를 표적 삼기보다는 신장 내 전체 무슬림 인구 1,500만 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이 지역 곳곳에 ‘재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300곳에 달하는 수용소가 세워졌다. 그렇게 신장은 구금 시설과 동의어가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예비 범죄자”와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된 사람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신장과 카자흐스탄과 시애틀에서 진행된 24개월 이상에 걸친 인류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에서 국제학 조교수로 재직 중인 대런 바일러는 수용소로 끌려갔거나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나눈 인터뷰를 뼈대로, 2017년 이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풍경을 세밀하게 담아내는 작업에 착수한다. 미국에서 학업을 이어 오다가 중국에 잠시 입국한 사이에 수용소에 수감된 후이족 대학생 베라, 경찰보조원으로 일하며 24시간 내내 스크린을 감시해야 했던 카자흐족 청년 바이무라트, 수용소에 중국어 강사로 드나들며 이곳에서 인간성이 말살되는 과정을 눈물로 지켜봐야만 했던 우즈베크인 켈비누르, ‘극단주의자’가 되어 수용소에 수감된 카자흐족 농민 아딜벡, 수용소 내 공장에서 강제노동을 통해 산업 노동자로 ‘재교육’되었음을 증명해야 했던 카자흐족 트럭 운전사 에르바키트 그리고 이들이 대신하여 증언한―여전히 그곳에 갇혀 있는―위구르인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중국이 감시 자본주의 아래에서 어떻게 인종주의적이고도 반인도적인 통제 시스템을 활용해 사람들을 탄압하고 착취해왔는지 알 수 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자와 인터뷰를 나눈 이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위구르인이 아니라 카자흐인이기 때문에”, “신앙심이 깊지 않기 때문에”, “좋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중국어를 구사할 줄 알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들은 “지메일(Gmail)과 같은 ‘불법적인 웹사이트’에 접속했기 때문에”, “모스크에 방문했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왓츠앱(WhatsApp)을 설치했기 때문에”, “담배를 끊었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상 “아무 이유 없이” 끌려갔다. 그때부터 그들의 삶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되었다.

    생존자들의 증언은 책에서 가장 값진 지면이라 할 수 있다. 그간 드문드문 기사 속 몇 줄로는 만날 수 있었지만, 이렇듯 인류학적 방법론과 구조적 분석이 교차한 작업물로는 첫 번째 시도이다. 그러나 이 값진 문장을 읽어내는 일은 결단코 만만하지 않다. 그들은 수용소의 불빛과 카메라 아래에서 인간성을 말살당했다. 플라스틱 의자와 전기봉, 자동화된 학대로 변형되었다. 가만히 앉아 있고, 적절할 때 몸을 웅크리고, 잠자코 구타를 받아들이고, 크게 애국 가요를 부르고, 언제나 미소 짓고, 모든 명령에 “네!”라고 말하도록 훈련받았다. 그들은 화장실로 쓰이는 열린 양동이의 배설물 냄새, 비좁은 공간에서 씻지 않은 몸들이 밀집해 있을 때의 땀, 간수들에 대한 공포를 표명할 수 없도록 길들여졌다. 그들은 한밤중에 번쩍이는 밝은 불빛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었다. 그들은 끊임없는 굶주림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들은 먼 미래나 과거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26쪽). 물리적으로 고문과 가학행위를 당하고, 정신적으로는 고유한 전통과 문화와 종교를 지우는 동시에 사상 재교육을 주입받았다. 대화는 중국어로만 나눠야 하고, ‘재교육’ 영상 프로그램이 반복해서 재생되었으며, 당을 향한 충성을 맹세하는 자아비판을 끊임없이 낭독해야 했다. 여성을 대상으로는 “불법 출산 제로” 정책이 시행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스크린을 통해 24시간 감시되었다.

    중국의 디지털 감시 네트워크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망그러뜨리는가!

    중국의 통제 시스템이 갖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 첨단기술을 동원한 감시망이라고 바일러는 강조한다. 2017년 초 신장 전역에 새로운 인터넷 보안법이 시행된다. 자치구 당국이 극단주의적인 ‘예비 범죄자들’을 식별해내기 위한 장치였다. 신장의 모든 거주민은 “모두를 위한 신체검사”라 불리는 생체인식 데이터 수집 절차를 거쳤다. 경찰은 그들의 얼굴과 홍채를 스캔하고, 목소리 특징을 녹음하고, 혈액과 지문과 DNA를 채취했다(40쪽). 이들의 삶을 모니터 속 사각형 안―제자리―에 가두는 디지털 인클로저 시스템은 동시에 그들의 스마트폰을 추적 장치로 바꾸었다. GPS를 활용해 사람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이터는 신장 곳곳에 세워진 검문소에서의 얼굴 스캔과 신분증 검사로 이어졌다. 기술의 편리함은 재난이 되어 돌아왔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신장을 에워싼 감시 시스템으로부터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카메라와 스캐너의 알고리즘이 24시간 작동되는 재교육 수용소 안에서 그저 종속되고 시스템 속 일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참혹한 현장 고발이 이어진다.

    바일러의 손끝은 종내 시애틀을 향한다. 그 불편하고 불안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기술은 원인과 결과 사이의 거리를 멀게 만든다. 인간성 말소의 과정을 가속화한다(94쪽). 바일러는 중국 서부의 무슬림 인구를 억제하고 변형시키기 위한 ‘스마트’ 감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작동하던 과정에서 실리콘밸리―그리고 시애틀 뒤에 버티고 선 중국 기업들―가 수행한 역할을 짚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들의 기술에 특별히 악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중국 서북지역에서 이슬람교도들이 수시로 저지되고, 신원 확인을 받으며, 구금되고, 심문을 받는 일을 “일상”으로, “친밀한 방식의 폭력”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들은 목적의식적으로 통제 시스템을 설계하고 인종화의 방식을 자동화했다(153쪽). 책은 형벌의 식민지에 처박힌 채로 말하지도 울지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기억한다. 그들의 고통을 기억한다. 나아가 유례없는 첨단기술의 감시 속에서도 이따금 빈틈이 생길 수 있었던, 이해할 수 없는 폭력에 사유로 맞서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작은 순간들도 기록한다. 이런 움직임이 모여 무자비하게 돌아가는 재교육 기계를 삐걱거리게 했고, 끔찍한 참상을 수용소 밖으로 알리는 용감하고 세심한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폭력과 사회 정의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사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싸울 것인가(184쪽).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는 이 물음의 증명 과정이자, 기술과 빅데이터의 오용에 관한 강력한 경고이기도 하다. 《1984》의 디스토피아가 바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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