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정부 “업무개시명령 검토”
    화물연대 “반헌법적 명령 중단하라”
    정의-민주 야당들 파업 지지, 정부에 대화·중재 촉구
        2022년 11월 25일 02: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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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전후로 ‘엄정 대응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이라는 구체적 대응책을 들고 나왔다. 화물연대는 “반헌법적인 업무개시명령 엄포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앞서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총파업 당시 도출한 ‘안전운임제 지속’ 합의를 이행하라며 전날인 24일부터 총파업을 재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까지 나서 일제히 업무개시명령을 앞세우며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계속되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히 대응한다 했는데, 당연히 그래야 한다”며 “노조가 국민과 한국경제 볼모로 잡고 힘에 의지해 이기주의적 요구를 관철하는 행위는 더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인 24일 밤 페이스북에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책임한 운송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해 여러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차량의 진·출입을 차단하고 정상 운행에 참여한 동료를 괴롭히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짓밟는 폭력 행위”라고도 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거부해 화물 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수종사자가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지금까지 운송개시명령이 발동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들도 같은 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이번 집단운송거부가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까지 초래한다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근거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겠다”며 “업무개시 명령에도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예외없이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이날 오전 현장상황회의에서도 “운송개시명령(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실무적 준비를 이미 착수했다”며 “빠르면 다음 주 화요일 국무회의 또는 임시국무회의를 열어서라도 주어진 의무를 망설이지 않고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지속, 차종·품목 확대에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며 “화물연대가 안전을 내세워 자신의 소득을 일방적으로 올리려 하는 것은 국민 이해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화물연대는 윤 대통령과 정부가 앞세운 업무개시명령이 “반헌법적”이라고 반발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전날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간에 강제노동을 명령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님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고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파업을 멈추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이 파업 시작도 전에 모든 행정기관이 나서 강경 대응 협박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엄포를 놓고 있는 업무개시명령은 ILO 핵심협약 105호 강제근로 폐지 협약에도 위반된다”며 “제도 확대 요구에는 OECD 국가 중 안전운임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막상 OECD 국가들이 모두 비준한 원칙에 반하는 반헌법적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서까지 대기업 화주를 비호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도 “정부는 화물노동자가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에 안전운임제 형태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는데, 총파업 이후엔 자영업자인 화물노동자들에게 무슨 근거로 업무개시명령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6월 총파업 합의 이후 5개월 동안 안전운임제 지속 여부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 간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총파업 당시에도 물류 대란으로 경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해놓고도 총파업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던 셈이다. 노사 간 이견을 조정해야 할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을 원하는 화물노동자와 제도 자체에 반대하는 대기업 화주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화주의 입장만을 대변해온 것도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불러왔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6월 총파업 이후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두 차례 만났으나 모두 화주 편향적 태도로 일관하는 국토부에 항의하는 자리였다. 특히 지난 11월 15일 만남에서 국토부는 ‘일몰제 폐지 불가, 품목 확대 불가가 국토부의 결론이며 논의의 여지는 없다’는 답을 내놨다. 화물연대는 6월 총파업 이후 안전운임제 TF를 제안했다는 국토부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국토부는 겉으로는 대화를 말하지만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국토부의 결론에 대화의 여지는 없었다”며 “지난 11월 15일 국토부의 일방적 주장으로 교섭이 파행된 이후 국토부에서는 어떠한 공식적인 대화 요청도 없었다.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선언이 진심이라면, 언론을 통해 흘리지 말고 화물연대에 직접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들은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파업 지지 동시다발 기자회견에서 “안전운임제는 3년 일몰제, 3년 연장이라는 한시적 제도가 아니라 상시적 제도로 운영하여 제도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당정이 제시한 화주 책임을 제외하는 안은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파업의 지속여부는 정부의 태도에 달려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화물연대본부와의 진지하고 적극적인 협의에 나서길 촉구한다”며 “국회 또한 당장 화물자동차법 개정을 논의하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적 대응’ 운운하면서 강경 대응만 고집하면 문제가 더 꼬이고 커진다. 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조정과 중재에 나서야 한다”며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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