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정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노동자 10명 중 9명 “부정적”
    연장노동 주에서 월단위 변경. 노동시간 저축계좌제 등에 부정 의견 다수
        2022년 11월 24일 05:3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노동자 10명 중 9명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부정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집중·압축 노동으로 인해 건강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노동시간 제도 및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노동자 인식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14일까지 양대노총 조합원 2600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조사로 진행했다.

    사진=한국노총 홈페이지

    앞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자문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지난 17일 노동시간 제도 개편 기본방향을 통해 연장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1주’에서 ‘월 이상’으로 바꾸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산술적으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69시간까지 가능해진다.

    양대노총은 “대다수 현장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유연근무제 확대 등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해 대다수 현장 노동자들은 부정적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 단위 연장노동시간 규제 정책에 대해 ‘집중노동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답변이 89.5%나 됐다. 10명 중 9명은 월 단위 연장노동시간 규제 정책이 건강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어 ‘업무량이 많은 주에 집중노동을 했더라도, 다른 주에 그만큼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은 86.4%,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권 더 커질 것’이라는 응답도 80.8%나 됐다. ‘연장노동수당 등이 감소하여 임금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도 71.2%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경기변동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68.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양대노총은 “업무량이 많은 주에 집중노동을 했더라도 다른 주에 그만큼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항목에 거의 10명 중 9명이 동의했다는 점은 사용자의 자발적 노동시간 준수에 대한 현장의 신뢰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노동시간 유연화가 사용자의 재량권만 키울 우려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연근무제를 이미 도입한 사업장에서도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크게 낮았다.

    유연근무제 사업장 노동자 87.1%는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이 압축·집중노동이 빈번하게 발생해 건강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봤고, 70.4%는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 재량권을 확대시켜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양대노총은 “이는 현장에서 유연근무제가 노동자의 시간주권 강화 또는 워라벨 확대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초과노동시간을 저축해 휴가로 활용하는 ‘노동시간 저축계좌제’에 대해서도 10명 중 9명 이상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부정적인 응답 대부분은 노동시간 저축계좌제가 실제 노동현장과 거리가 있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응답자 92.4%는 노동시간 저축계좌제에 대해 ‘바쁠 때 일 많이 했지만 정작 쉬어야 할 때 또 다른 업무로 저축한 연장근무 시간을 휴가로 사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답했다.

    그 다음으론 ‘연차휴가도 소진 못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없음’(89.2%), ‘휴가권 보장이 전제되어야, 근로시간저축계좌제의 긍정적 측면이 실현될 수 있음’(76.8%) 등의 답변도 나왔다.

    ‘업무량이 많을 때 집중적으로 노동하고, 업무량이 없을 때 쉴 수 있는 제도라서 긍정적’이라는 정부의 의견에 대해선 78.4%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양대 노총은 건설기계 종사자, 택배기사, 온라인·마트 배송기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특고)노동자 조합원 672명을 대상으로 노동시간 실태와 인식을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특고 노동자 43.8%는 1주 평균 6일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 7일’ 일한다는 노동자도 3.4%나 됐다. 1주 5일 근무는 36.5%로 조사됐다. 이들 중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응답자는 절반이 넘는 55.4%에 달했다.

    특고 노동자 10명 중 9명 이상(94.3%)은 유급 주휴일을 보장받지 못했고, 87.7%는 업무시간 중 별도의 식사․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거의 모든(98.3%) 특고 노동자는 연차유급휴가를 보장받지 못했다.

    양대노총은 “저임금은 여전히 장시간노동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대책이 노동시간 규제 정책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특고 노동자에게는 안전운임제와 같은 적정소득보장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