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 파문
    국힘·정의 비판 "야만이라는 말도 관대"
    주호영 "민주당,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 아닌가" 비판
        2022년 11월 15일 12: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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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친민주당 성향의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더탐사’가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을 두고 일제히 비판하며 명단 공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이 명단 공개를 암묵적으로 동의해준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당초 ‘희생자 명단 공개’를 주장했던 민주당 지도부는 이 같은 논란에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에서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이라는 말조차 그들에겐 너무 관대하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주 원내대표는 “유족 다수가 명단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 또 그것이 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 매체들은 패륜적 행위를 했다”며 “결과적으로 그들은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명단을 구해 공개해야 한다는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주장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생자들의 존엄과 유족의 아픔은 헤아리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비뚤어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만 혈안이 돼있다”며 “사실을 왜곡, 과장, 확대 재생산한 후에 지속적으로 정부를 공격하고,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그들이 저지른 이러한 패륜의 1차적 목적은 온갖 범죄 의혹을 받고있는 이재명 대표를 지키는 것이고, 최후의 목적은 윤석열 대통령을 선동과 폭민 정치로 퇴진시키는 것”이라며 “그들은 헌법과 법률을 의식적으로 무시한다는 점에서 반국가적이며, 선거 결과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반민주적”이라고 거듭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가 끝난 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수단과 방법 동원해서라도 명단을 확보해 발표하는 게 좋겠다 했고, 발표에 관여되는 분들이 친민주당 성향의 인사들이 많다”며 “민주당이 암묵적으로 서로 명단 공개에 대해 동의한 거 아닌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이 명단 공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 “아마 자신들이 기획했던 것인데 여론의 비판이 크니까 명단 공개를 찬성하지도 못하고 비판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 아닌가 짐작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추진에 민주당과 공조하고 있는 정의당도 이 매체들의 희생자 명단 공개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산업재해와 각종 사고 등 어떤 경우에도 유족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유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희생자 유족에 대한 정부 지원을 두고도 희생자에 대한 혐오와 조롱이 오가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명단 공개는 2차 가해를 조장할 우려가 매우 크다. 희생자 유족뿐 아니라 비통함에 빠진 시민들에게도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명단을 공개한 매체는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공개한 명단을 홈페이지에서 내리고,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이 지체없이 실시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박원석 정의당 전 의원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온라인 매체가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하는) 행동이 가능하도록 민주당 지도부가 자갈을 깔아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최초에 그런 얘기가 나오게 된 배경도 온라인상에서 ‘추모를 하는데 왜 위패도 없고 영정도 없고 하냐’고 하니까 (민주당 지도부에서) 명단 공개를 계속 요구했다”며 “(민주당이) 그런 담론을 재생산한 것이고 그게 이번 행동의 자락을 깔아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의힘에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도 유족의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온라인 매체의 행태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유족들께서는 (명단이) 공개된 것에 대해서 아마 또 한 번 참담함을 느낄 수가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조 의원은 “참담한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보다 더한 대의명분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본다. 국민의 알권리라든가 그 어떤 것을 갖다 대도 이보다 더한 명분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명단 공개는) 그 무엇보다도 유족들의 명시적인 의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쟁으로 옮겨지는 인화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 세월호 때처럼 ‘지겹다, 이제 그 얘기 좀 그만해라’라고 할 수 있는 소재로 쓰일까봐 걱정이 된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표가 명단 공개를 주장해온 것과 관련해선 “민주당 차원에서 논의된 바는 전혀 없다. 아무리 이재명 대표라고 하더라도 이재명 대표 개인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그 어떤 경우에도 유족들 동의를 받지 않고 공개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것으로 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명단을 공개한 매체와는) 선 긋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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