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정치 벗어난 민주노동당 반성해야
    2007년 02월 20일 10: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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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최장집-조희연-손호철 교수의 논쟁을 살펴보면서, 과연 논쟁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장집 교수가 제기한 기본 핵심인 한국 정당정치의 취약성에 대한 지적과 정당정치를 약화시킨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은 어디로 가고, 노무현 정부의 취약성이 시민사회 내의 진보세력의 취약성의 반성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느니, 더욱 더 사회운동을 강화하여야 한다느니, 자유주의 세력의 문제를 진보세력이 끌어안아야 한다느니 하는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분명히 조희연 교수와 손호철 교수의 주장은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하는 내용이지만, 최장집 교수가 핵심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문제, 즉 ‘정당정치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진보적인 프로그램을 가진 정당’이 다음 정권에서 국민의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의 문제는 조희연 손호철 두 교수에게서 도외시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당의 힘이 아닌 당 외부의 힘에 의해 집권하였고, 이는 노무현 정부가 이후 보여준 모습과 한계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도 이러한 발상, 당 외부의 혁명적 분위기 혹은 당 외부 세력의 적극적인 국민동원을 통해 집권할 수 있다는 식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논의가 옆으로 빠지게 된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분명히 민주노동당의 잘못에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좌파정당으로서 분명히 자리 잡고 한국의 진보세력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뿌리내리지 못하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더욱 더 나아가 정당정치를 구현하는 정당이기보다는 사회운동세력으로, 하나의 시민단체로 인식되도록 행동하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심지어 민주노동당 안에서는 한미자유무역협상을 정말로 막기보다는 한미자유무역협상이 통과된 이후 ‘전민중의 항쟁을 조직할 수 있다’는 과대망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선거에서 그동안 당원으로부터 멀어진 민주노동당을 어떻게 당원에게 굳건히 밀착하는 정당으로 만들 것이냐, 그리고 이 힘을 바탕으로 대통령 선거를 준비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진보세력 총단결’이라는 구호에 기대어 ‘개방형 대통령 선거운동방식’을 동원하려는 민주노동당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민주노동당이 기존정당과 다른 정당정치를 하려고 하는지 의문이며, 스스로 ‘당원의 정당’이라는 대의마저 버리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러울 따름입니다.

   
 

당내 개헌 논의를 지켜보면서도 정말로 민주노동당이 ‘좌파정당’인지 의문스러운 점이 없지 않습니다. 당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적은 의석이나마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덕분입니다.

당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의원내각제냐, 이원집정부제냐, 대통령제냐 하는 논의조차 치열하게 벌어지지 않고 있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의 차이와 이에 대한 당의 입장이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중대선거구제도 나쁘지 않다는 논의 정도가 당내에 흘러다니는 실정입니다. 당직자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문제지만, 노무현 정부가 중앙당 후원회나 지구당의 폐지를 추진할 때 민주노동당이 얼마나 사활을 걸고 투쟁하였는지 또한 반성됩니다.

정당정치란 갈등과 균열을 동원하고, 이에 근거하여 자신의 지지를 확산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노동과 자본이 갈등하는 자본주의 상황에서 노동의 이익을 동원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임무입니다. 이때 노동계급의 이익이란 단순히 노동 현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문제 즉 신용문제, 부동산 문제, 복지 문제 등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포괄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민주노동당은 노동 현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앞서 거론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당정치란 제도를 둘러싼 투쟁이기도 합니다. 여타 진보적 세력이나 시민단체와의 적극적인 정책연합을 통해 당의 장기적인 대안을 찾기보다는 주로 다른 진보세력과의 조직연합이나 후보연합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한편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머리를 쓰지 않고 머릿수를 늘리는 전략을 ‘사회운동적 정당’이라고 강변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현실입니다.

가장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한 세력만이 위기의 시기에 가장 유연할 수 있고 타협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규칙을 잘 아는 사람이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할 수 있습니다. 계속 팔을 내미는 것이 복싱을 잘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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