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고가 된 변호사와 피고가 된 경찰
        2007년 02월 16일 02: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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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법률이 보장한 변호사 접견권을 보장하지 않고 연행자를 범죄인 다루듯 했던 경찰 관행에 대해 변호사들이 국가배상소송을 걸어 제동을 걸고 나섰다.

    1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71단독(재판장 양은상) 356호실에서 경찰이 변호사 접견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에 대한 국가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평소 변호사석에 앉아있어야 할 금속 법률원 조수진, 정현우 변호사는 원고이자 증인으로 출석했다. 같은 법률원 강동우 변호사가 원고 측 변호인석에 앉아 한 재판에 세 명의 변호사가 출동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건너편 피고 측에는 성북경찰서 경찰관 두 명이 나왔다.

    이날 결심공판에서 원고인 금속 변호사들은 성북경찰서가 변호인 접견권을 보장하지 않아 신체적,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가 손해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양 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양측의 화해를 권고했으나 변호사들은 국가배상의 선례를 남겨 다른 경찰서들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이유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찰도 권한이 없다며 권고를 거부했다.

    위아래가 터진 접견실에서 수갑 차고 접견하다

    이 사건은 지난 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3월 27일 코오롱 해고자 5명이 회장집에서 농성을 벌이다 성북경찰서로 연행돼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었다. 금속 법률원 정현우 변호사는 28일과 29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유치인 접견을 신청한 후 접견실로 향했다.

    그러나 성북서에는 접견실이 따로 없었고, 수사과 사무실 한쪽 구석에 밖에서 다 들리도록 위아래가 터진 채 칸막이만 되어 있는 상태였다. 변호사의 접견 내용이 경찰들에게 다 들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정 변호사는 “접견 시 가청거리 내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경찰관 직무집행규정에 따라 사무실에 있는 경찰들에게 모두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자해나 도주 우려가 있다며 이를 거절했다. 정 변호사는 한 시간을 넘게 싸우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코오롱 해고자들은 수갑과 포승으로 묶인 채 경찰이 들리는 상태에서 접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금속 법률원 조수진 변호사는 30일 구속 적부심 준비를 위해 성북서를 방문하면서 카메라와 녹음기를 가져갔다. 그는 100분 동안 똑같은 문제로 경찰과 싸워야했고 이를 증거로 남겼다. 조 변호사는 “포승과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는 심리적으로 자유롭지 못해 접견권 침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사무실 밖으로 나갔으나 접견실 안에서는 경찰의 목소리가 다 들렸고, 경찰은 수시로 문을 열어 안을 살펴봐 편안하게 접견을 할 수 없었다.

    연행자 발생 때마다 경찰관과 싸우는 변호사들

    그동안 변호사들은 영등포 경찰서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찰서가 접견실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 대규모 연행자가 발생하면 매번 이 같은 다툼을 해야 했다. 그러나 급히 접견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 경찰관이 입회한 상태에서 할 수밖에 없었고, 집회 참가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속내를 다 얘기할 수 없는 상태로 접견을 해야 했다.

    변호사들은 더 이상 법이 지켜지지 않고 접견권이 침해당하는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성북경찰서 접견실의 시설 미비로 인한 변호인들의 접견권과 코오롱 해고자들의 접견받을 권리가 침해당했음으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하라고 1인당 500만원 총 6명에 대해 3천만원의 소송을 걸었다.

    변호사들의 소송 소식이 알려지자 성북경찰서는 곧바로 접견실 칸막이를 뜯어고쳐 방음시설을 갖췄고, 그 사진을 법원에 소송 자료로 내면서 “이제는 고쳐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변호사는 “성북경찰서가 지금 재건축을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우리의 소송 때문에 접견실만 따로 고쳤다”고 말했다.

    성북서, 소송 걸자 곧바로 접견실 고치다

    조수진 변호사는 “경찰관의 개인 잘못이 아닌데 접견실 문제로 매번 변호인이 가서 싸우는 일을 반복해야 했는데 이번 소송을 통해 모든 경찰서에서 변호인과 피의자들의 자유로운 접견권이 보장되었으면 좋겠다”며 “이번에 소액이 인정되더라도 앞으로 이런 잘못이 있으면 반드시 소송을 걸어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재판의 선고는 3월 15일 오전 9시 50분 서울중앙지법 356호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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