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재정부의 의견서,
    용역보고 단순요약 아냐
    장혜영 “중대재해법 개정·무력화 위한 기재부의 입장 반영하려는 행위”
        2022년 11월 02일 04: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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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가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의견서에 기재부가 독자적으로 진행한 연구 용역 보고서엔 없는 내용들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노동부의 시행령 개정 과정에 기재부의 개정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 앞서 기재부는 개정 의견서가 용역보고서를 단순 요약한 내용이라고 주장해왔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8월 노동부에 건네 논란이 됐던 기재부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의견서를 공개했다.

    추경호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등은 지난달 21일 기재위 종합감사에서 개정 의견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기재부의 의견이 아니며 자체 수행한 연구용역의 보고서를 단순 요약한 것이며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의견서 제출 요구에는 내부에서 실무 차원으로 작성된 문건이라 국회에 제출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장혜영 의원이 공개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방향’이라는 제목의 기재부 의견서를 살펴보면, 용역 보고서를 단순 요약한 것이라는 기재부 설명과 달리 해당 보고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특히 용역보고서와 의견서 내용에도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기재부는 의견서에서 용역보고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형사처벌 규정 삭제’나 ‘사무직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또 기재부는 ‘향후계획’으로 “고용부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8월말) 이전 우리부(기재부) 개정의견 반영”, “고용부 등 소관부처와 협의를 통해 시행령 개정안에 우리부(기재부) 의견 반영”이라고 적시했다. 의견서 자체가 기재부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수단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 의원은 기재부 의견서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요구사항을 다수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형사처벌 삭제’나 ‘경제벌 전환’은 경총과 전경련조차도 기대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안”이라며 “최고안전담당자(CSO)도 경영책임자로 보는 규정은 총수를 처벌에서 쉽게 면제시키는 길을 열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행령 개정도 사업자 안전 확보 의무를 대폭 축소하고 원청의 책임 범위를 완화하고 적용 법률도 제한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라며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도 법안 부칙 개정을 통해 유예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경호 장관은 기재부 의견서가 부처 간 실무선 의견교환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으나, 장 의원은 기재부 차원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라고 보고 있다.

    장 의원은 “타 부처 소관 쟁점법안에 대한 파격적 개정의견이 국장 선에서 작성돼 전달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며 “추경호 부총리는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언급했고, 기재부가 참여하는 경제형벌 TF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법으로 지목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문건이 기획재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의견임이 명백한데도, 기재부의 입장이 아니고 용역보고서의 단순요약에 불과하다는 것은 허위진술”이라며 국정감사 당시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법률을 무력화하기 위해 소관부처도 아닌 기재부 관료들이 뒤에서 움직여 노동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행위”라며 “기재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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