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 효용성 확인" vs "말도 안돼"
        2007년 02월 15일 05:43 오후

    Print Friendly

    1. 북한의 핵핵실험이 이번 6자회담 성공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 태도변화 가져와"  vs "신뢰 악화, 협상 걸림돌될 것"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 = 6자회담 타결은 부시행정부의 전략적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결정을 끌어낸 배경은 두 가지다. 직접적인 것은 북한의 핵실험 성공이다. 북한의 핵실험 성공은 네오콘 주도의 대북제재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중간선거 패배와 이라크전에 대한 반대 여론 등 미 정치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줬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북한 핵실험은 여러 측면이 있다. 북핵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함으로써 협상의 속도감을 높이는 효과는 있었다. 반면 협상을 어렵게 한 측면도 있다. 북 핵실험 이후 각종 제재조치가 취해졌다. 인도적 지원도 끊겼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도 악화됐다. 북한은 자국의 필요에 따라 약속을 깰 수 있는 위협적인 세력으로 인식됐다.

    북한에 대한 이런 부정적 인식은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다. 협상의 신뢰와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 변수다. 일본, 미국, 한국 다 내부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악화됐다. 이는 북핵폐기에 따른 당사국들의 비용 분담 과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영상 ‘평화공감’ 선임연구위원 = 북한 핵의 심각성과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켰다는 측면에서 일정한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여기에 못지 않게 이라크 전에 대한 비판 여론 고조와 부시 행정부의 중간선거 패배 등 미 국내 정치환경의 변화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상임연구원 = 북한의 핵실험 자체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동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강경책이 북핵 문제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미국의 대북강경책은 핵과 재래식 무기를 포함한 군사력의 절대적 우위에 기초해 있다. 북 핵실험은 북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군사압박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북 핵실험으로 북미 사이에 평화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이 조성된 것이다.

    2. 북한의 핵실험이 없었더라도 이번과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어려웠을 것" vs "더욱 빨리 진전됐을 것"

    백학순 = 부시 행정부의 중간선거 패배로 정책 변화의 가능성은 있었다. 그러나 중간선거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라크 문제였고, 북한 핵문제는 후순위였다. 때문에 중간선거 이후 대북정책의 변화가 있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부시정권 임기말까지 협상 타결이 늦춰졌을 가능성이 크다.

    김연철 = 핵실험을 하지 않고 6자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면 협상이 더욱 빨리 진전될 수 있었을 것이다.

    윤영상 = 핵실험이 없었다면 6자회담 타결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식의 접근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미 미국 내부에선 대북 정책의 전환 필요성이 공론화되는 상태였다. 북핵문제의 교착상태에 따른 중국, 한국 정부의 부담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이들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필요성이 존재하는 상태였다. 북한이 핵실험이 북핵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그 효과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박경순 = 북한의 핵실험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었다. 미국이 대북 선핵 포기 정책을 포기했다. 북한의 핵실험이 없었다면 미국은 군사적 우위에 기초한 대북 선핵 포기 노선을 고수했을 것이다.

    3. 북한 핵실험이 효과적이었다면, 냉정한 국제 정치에서 그것의 효용성이나 의미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되는 것 아닌가.

    "사후적 논리일 뿐" vs "한반도 비핵화 추동"

    백학순 = (한반도 비핵화의 관점에서 보면) 북 핵실험의 효용성을 말하기는 힘들다. 북핵실험 이후 6자회담이 타결되지 않았다면 북한의 핵보유는 굳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6자회담 타결은 한반도 비핵화로 가기 위한 초기단계일 뿐이다. 앞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까지 지난한 협상 과정이 남아 있다. 핵실험의 효용성을 주장하는 건 정치적으로 지혜로운 것이 못된다.

    북핵은 두가지 면이 있다. 억제용과 협상용이다. 이 가운데 협상용의 성격이 크다. 그러나 핵실험은 성격이 좀 다르다. 억제용의 성격이 더 컸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압박 정책을 보고 북측은 실질적인 핵억지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핵 실험 성공이 결과적으로 부시 행정부에게 큰 충격이 됐고, 이후 급격히 협상용 카드의 성격을 띠게 됐다.

    의도적으로 협상을 위해 테스트했다고 말할 수 있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억제용 성격이 컸다. 때문에 핵실험 카드의 효용성을 말하는 건 사후적인 설명의 논리다. 북핵실험이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가져왔고, 그것이 6자회담 타결에 영향을 줬다는 팩트를 설명하는 데 동원할 수 있는 논리일 뿐이다.

    김연철 = 말이 안 되는 논리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어겼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이 커졌다. 이게 앞으로 협상을 진전시켜 나가는 데 두고두고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윤영상 =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협상카드로서 핵실험의 효용성을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북한의 핵실험이 이번 6자회담에서 효과를 발휘한 것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핵실험이라는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결과가 좋다고 해서 모든 수단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그건 진보적 태도가 아니다.

    박경순 = 동의한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있다. 한반도에 핵이 있느냐 없느냐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핵우산 정책, 북한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이 한반도 비핵화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북 핵실험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나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 북 핵실험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

    4. 이번 6자 회담은 9.19 이후 최초 합의라는 의미도 있지만, 여전히 과거와 현재 핵 문제 같은 것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진전 차원의 의미와 함께 과제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 의지에 달려" vs "핵공격 가능성 있는 한 북핵 보유 불가피"

    백학순 = 북한은 21세기 생존과 번영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절박하게 원하고 있다. 미국과의 주고받기 협상이 안 된다면 북한은 핵보유로 갈 것이다.

    김연철 = 지금은 북핵폐기 협상이 시작되는 단계다. 어차피 북핵 불능화조치까지는 가는 거다. 기존 핵무기 폐기 문제는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각종 상응조치와 병행되어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진전될 것이다. 기존 핵 폐기는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이루려는 미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

    윤영상 = 60일 이후 미래 핵에 대한 실질적인 불능화조치로 나아가느냐가 일단 관건이다. 앞으로 60일은 불능화조치로 가기 위한 토대구축기로 볼 수 있다. 불능화조치 단계에서 이뤄지는 건 두 가지다. 먼저 미래 핵에 대한 실질적인 불능화조치다. 또 과거와 현재 핵의 폐기 문제가 논의된다. 과거 핵에 대한 완전한 신고 문제가 주요 논점이 될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이 단계는 미래 핵에 대한 완전한 포기와 과거 핵의 폐기를 예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획기적인 양보조치가 상응하지 않으면 진전이 어렵다. 북미 양자가 주고받을 행동 대 행동을 세밀하게 규정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 북미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로선 양측을 중재할 수 있는 여지를 미리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박경순 =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에서의 핵전쟁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번에 달성되기 힘들다.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는 한반도에서의 핵 확산을 막는 단계다.

    북한의 기존 핵 폐기는 북미간의 행동 대 행동을 통해 한반도 핵전쟁 위협이 제거될 때 가능하다. 북미 사이의 핵문제는 상호주의적으로 풀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공격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보유는 불가피하다. 핵은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 정치의 문제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