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측, 박근혜 캠프로 정조준
        2007년 02월 14일 01:37 오후

    Print Friendly

    한나라당이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검증 주장을 거듭한 박근혜 전 대표측 정인봉 변호사를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대선예비후보 검증위원회도 급하게 구성했다. 공정경선을 위한 ‘당 중심 모임’도 13일 발족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측은 정인봉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측이 문제라며 박근혜 전 대표를 정조준하고 나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1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어제 경선준비위원회가 검증소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증절차에 들어갔다”며 “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각 주자 진영이나 의원, 당원 여러분은 가급적 불필요한 언급을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검증은 필요한 것이고 어느 주자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검증이 당의 승리를 위한 것이어야지 실패나 자해를 위한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당의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측 정인봉 변호사의 검증 주장을 해당행위로 간주한 셈이다.

    황우여 사무총장 역시 “내일 오후 윤리위원회가 소집돼 최근 논란이 된 정인봉 변호사 사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며 “그 경위와 여러 제보의 진위에 따라 징계수위는 윤리위에서 독자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당 경선준비위 부위원장인 맹형규 의원을 비롯해 권영세 최고위원, 임태희 여의도연구소장,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 김기현 제1정조위원장, 나경원 대변인 등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와 의원, 원외당협위원장들은 당에 ‘공정 경선의 틀’을 제시하겠다며 ‘당이 중심이 되는 모임’을 발족했다.

    이들은 “후보들의 경쟁에 당이 조정자, 심판자의 역할을 확고히 수행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도록 하겠다”며 “후보들에 대한 다양한 검증을 유도하고, 동시에 외부로부터 중상모략과 음해공작에 맞서 후보를 지켜내는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당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며 그 첫 번째 과제로 경선대회 이전에 ‘정책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정인봉 논란과 관련, 모임의 권영세 최고위원은 “후보들의 도덕성 검증을 위해 ‘후보 인사청문회’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는 안 할 것이다. 모든 후보 진영으로부터 욕 먹을 각오로 시작했다”며 “후보들도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나라당의 집권으로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당내 의원들은 이같은 노력으로 당 분열 우려까지 낳고 있는 유력주자간 진흙탕 싸움을 봉합해보겠다는 취지지만, 이명박 전 시장측과 박근혜 전 대표측은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 모양새다. 특히 이명박 전 시장측은 정인봉 변호사의 윤리위 회부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전 시장측 박형준 의원은 이날 <레디앙>과 통화에서 “(정 변호사) 개인의 행위라기보다 캠프도 일정하게 책임이 있다”며 “방치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이미 ‘MB 부정적 이미지 퍼뜨리기’ 회의록처럼 (박 전 캠프에서) 조직적으로 기획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박 전 대표측의 책임을 주장했다.

    박 의원은 “박 전 대표측의 해명이 있어야 하고 정 변호사에 대한 경질 등 구체적인 행위가 뒤따라야 한다”며 “당이나 경준위에도 (정 변호사에서 그치지 않고) 박 전 대표 캠프에 책임을 묻도록 요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정 변호사의 행위가 박 전 대표 캠프와 결코 무관할 수 없다는 심증을 토로하던 터에, 전날 일부 언론을 통해 박 전 대표측 ‘아름다운 공동체’의 이 전 시장에 대한 네거티브 회의록 문건이 공개되면서 확증을 잡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아름다운 공동체’는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김기춘, 김무성, 허태열 전‧현직 의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지난해 10월 결성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 5일 여의도 모 빌딩에서 모임을 갖고 “이 전 시장에 관련된 부정적 이야기들(말실수, 지나친 학연, 개발독재적 이미지 등)을 통‧반‧리 등 하부 조직까지 전파할 필요가 있다”, “후보 검증론을 뒷받침할 만한 실제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논의를 진행했다. 당시 회의에는 정인봉 변호사도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전 시장측은 물론 당내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측을 향한 비난여론과 압박이 더 강화되고 있다. 정인봉 변호사가 윤리위에 회부되면서 오히려 정 변호사에 가려졌던 박근혜 전 대표가 공세를 받는 전면에 부상하는 모양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원희룡 의원이 당장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누구나 상식적으로 볼 때 박 전 대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최소한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들은 자신의 주변부터 통제해야 하고 명백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원 의원은 “유독 박 전 대표 주변에서 색깔론에 이어 이런 인신공격성 검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면서 “전부 주변에서 한 일이니까 나와는 무관하다 하는 태도는 안된다. 나중에 국가를 운영할 때도 그런 책임지지 않는 자세를 보일 것인가”라고 박 전 대표를 향해 공세를 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측은 여전히 책임질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전날 미국 하버드대 초청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정 변호사의 행동은 옳은 행동이 아니다”며 “확실히 이야기를 했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변호사 경질 문제에 대해서는 “(정 변호사가) 지난 번에 한 이야기에서 더 나아간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거듭 강조해 그럴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아름다운 공동체’ 회의에 대해서도 박근혜 전 대표측은 “경선 캠프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다 나온다”며 “이 전 시장측도 마찬가지”라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정인봉 변호사를 윤리위에 회부하고 경준위 검증위원회에서 관련 자료를 검증하는 선에서 적당히 봉합하려는 모습이다. 경선준비위원회 맹형규 부위원장도 “좀더 지켜보자”며 박 전 대표측의 회의록 파문에 당장 대응할 의사는 없음을 밝혔다. 이날 발족한 당이 중심이 되는 모임 역시 향후 역할을 강조할 뿐 이번 사태와 관련 단호한 입장은 내놓지 못했다.

    후보 검증의 꺼지지 않은 불씨가 한나라당 분열 가능성의 불씨로 번지지 않을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이 갈수록 위태위태하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