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량살상무기·석탄기업에
    KIS, 8억달러(1조원) 투자
    말로는 ESG경영·책임투자 외치더니
        2022년 10월 19일 04: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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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표방하면서도 대량살상무기인 집속탄과 대인지뢰, 핵무기 등을 생산하는 기업에 4억 달러, 해외 석탄 관련 기업에 3억59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KIC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KIC가 대량살상무기 생산 기업에 총 4억 달러(한화 5700억원)를 투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KIC는 ▲텍스트론(Textron Inc. 509만 달러)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Corporation 8480만 달러) ▲노스럽 그러먼(Northrop Grumman Corp. 9661만 달러) 등 집속탄, 대인지뢰 및 핵무기 생산업체에 1억8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즈(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Inc. 464만 달러) ▲제이콥 엔지니어링(Jacobs Engineering Group Inc. 467만달러) ▲허니웰 인터내셔널(Honeywell International Inc. 1억 1073만달러)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Corp. 2710만 달러) ▲보잉 컴퍼니(Boeing Company 6744만 달러) 등핵무기 생산업체에 2억1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해외투자기관들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대량살상 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유럽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 GPFG 외에도 스웨덴 연기금 AP, 네덜란드 공적연금 ABP 및 APG, 영국 AVIVA Group 등의 해외 투자기관들은 KIC가 투자 중인 텍스트론,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러먼, 보잉 컴퍼니, 허니웰 인터내셔널 등 대량살상무기와 핵무기 제조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고 있다.

    KIC는 해외 석탄 관련 기업에도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었다.

    이날 장혜영 의원이 공개한 독일 NGO 단체인 ‘우르게발트(Urgewald)’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KIC는 해외 석탄 관련 16개 기업 지분을 3억5900만 달러(약 5천100억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르게발트는 1992년 설립된 독일 환경 및 인권 NGO 단체로, 석탄 관련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투자한 은행과 투자자를 찾아 명단과 지분보유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 8월 KIC가 SEC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해당 지분을 보유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KIC는 2019년 투자정책서에 책임투자 조항을 신설하고 책임투자 업무지침을 제정해 ESG를 고려한 책임투자 업무를 강조해왔다. 석탄 관련 투자현황 자료 공개 요청에 대해 KIC는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운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투자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장 의원은 지적했다.

    장 의원은 “한국투자공사는 20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국부펀드로서 대외적으로 책임투자와 ESG경영을 표방하며 UN 책임투자원칙 가입서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공적금융에서 탈석탄을 선언했고, 노르웨이·스웨덴·네덜란드 등 국부펀드 및 공적연금은 투자에서 배제하는 대량살상무기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KIC가 책임투자와 ESG경영을 외치면서도 대량살상무기와 석탄 관련 기업에 무려 7억 6천만 달러를 투자한 이유에 대해 장 의원은 인사평가에서 ESG요소가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KIC의 투자운용부문 인사평가 자료를 보면, CIO(최고투자책임자)에 한해서만 성과평가의 단 3%만을 ESG 요소에 할당하고 있었다. 성과평가의 55%는 개인과 팀의 수익률 등 투자 성적에 의해 좌우됐다. 또 CIO를 제외한 다른 임직원들 인사평가에선 투자의 책임성이나 ESG 지표는 확인할 수 없었다.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ESG 요소를 임원평가와 보상에 반영하는 것과도 상반된다. 컨설팅 업체 윌리스 타워즈 왓슨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기업의 79%, 미국 기업의 60%가 임원보수와 ESG지표를 연동시켰고, 한국에서도 현대차그룹, SK, 롯데 등이 임직원의 인사평가에 ESG를 도입했다.

    장 의원은 “인사평가에 조직의 방침이 녹아들지 않으면 ESG건 책임투자건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경영진이 대량살상무기와 석탄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 평가시스템은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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