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배폭탄 금지법’ ‘진짜 사장 책임법’
    무분별 손배 막는 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에선 노란봉투법 반대 전경련, 경총 규탄 회견
        2022년 10월 19일 09:28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협소한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하고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인 ‘노란봉투법’을 발표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2조 개정은 근로자·사용자의 정의 개정과 협소한 노동쟁의의 범위 확대를, 노조법 3조 개정은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을 통해 헌법 33조에 명시된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참여연대

    운동본부 정책법률팀 소속 권두섭 변호사는 “노조법 2조 개정안엔 그동안 축적된 대법원 판례를 반영해 노동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명시했다. 정리해고, 권리분쟁 등 노동쟁의 대상을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등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해 대부분의 파업이 쉽게 불법화되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노조법 3조 개정안은 파업권이 손해배상의 위협으로 무력화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민법이 아니라, 헌법과 노동법의 관점에서 손해배상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도 했다.

    이어 “쟁의행위의 원인(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방어하기 위한 쟁의행위), 손해배상청구의 목적(노조 파괴 및 조합원 괴롭힘 목적의 소권 남용 제한) 등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해 손해배상책임을 따짐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실질화했다”고 부연했다.

    현재 국회엔 더불어민주당 6건, 정의당 2건 등 총 8개의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제출돼있지만, 운동본부는 이와 별개로 자체 개정안을 만들어 발표한 것이다. 이 단체는 이날 발표한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에서 두 차례 토론회를 연다. 내달부터는 국민동의청원과 함께 노조법 제 2·3조 개정에 뜻을 함께 하는 국회의원을 통한 입법 발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석운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대우조선해양이 제기한 하청노동자 5명에 대한 손배청구액수 470억 원은 1인당 94억 원에 해당되며 이는 시급이 1만 원 남짓인 하청노동자들 임금 400년 치에 해당하는 거액”이라며 “사용자 측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손배청구는 쟁의를 무력화하고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들이 주장하는 ‘손배금지법’, ‘불법파업 조장법’이 아니라 ‘손배폭탄 금지법’, ‘진짜 사장 책임법’”이라며 “경총 등 사용자 단체와 국민의힘도 헌법의 취지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법 개정을 위해 함께 토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같은 날 국회에선 노란봉투법 반대 입장을 밝힌 전경련과 경총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노동현장 손해배상가압류 사업장 대응모임’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에 대한 경총과 전경련의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는 취지의 입장들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기업의 불안과 우려’를 늘어놓은 것일 뿐”이라며 “결국 기업의 불안이라는 허상을 앞세워 ‘회사의 과실과 불법이 있더라도 노동자들이 저항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회사의 과실과 불법에 최소한의 저항조차 금지시키려는 경총과 전경련을 규탄한다”고 밝혔다다.

    이들은 “국회와 정부는 특정 경제단체의 근거 없는 불안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노란봉투법을 즉각 입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은주 위원장은 이날 국회입법조사처의 ‘주요 국가들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소 입법례와 현황’에 대한 조사 회답을 공개했다.

    이 위원장은 “주요국가들은 쟁의행위에 대해 손배를 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대부분 사문화됐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제도”라고 짚었다.

    이에 따르면, 독일은 손배 소송을 노조만을 대상으로 할 뿐 우리나라처럼 개인 조합원을 대상으로 할 수 없다. 영국 또한 손배 능력이 없는 노조와 노조 임원에게 손배 청구를 하지 않았고 손배 청구액의 상한선도 있다. 최근 언론에 의해 손배금지법이 위헌으로 결정됐다고 알려진 프랑스의 경우에도, 쟁의를 범죄로 규정하는 조항이 없고 쟁의행위에 대한 입법적 규제가 없었다.

    이 위원장은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은 노-사 관계의 파탄을 막기 위해 손배를 극도로 절제하는 관행이 있고, 제도적으로는 쟁의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손배소송이 거의 모든 쟁의행위에서 사용자 측의 사후 보복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만을 끝내는 법”이라며 “관행을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제도를 통해 더 나은 관행을 만드는 것이 바로 입법자의 몫이다. 헌법의 노동3권을 실질적인 권리로 바꾸기 위해 반드시 노란봉투법을 입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