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노조-좋은 재벌, 거짓말 가르치는 책"
        2007년 02월 13일 05: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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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은 높은 임금을 받아들이는 대신 노동자를 적게 고용하는 쪽으로 결정하게 된다.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은 절대적 권리가 아니며 공익상의 이유로 제한할 수 있다."

    교육부와 전경련이 만들어 12일 공개된 경제학 교과서 내용이다. 노동조합이 임금만 높이고 인원 충원에는 반대하는 ‘나쁜’ 조직이라는 내용이다. 한 발 더 나아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에 대해 ‘공익’을 이유로 파업권도 아니고 교섭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해 헌법정신마저 부정했다.

       
     

    분배에 대해서는 "작은 떡에서 30%를 가지는 것보다 큰 떡에서 20%를 가지는 것이 더 클 수 있다"고 해 자본의 ‘성장 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해 "정부의 개입은 나에게 이익의 감소를 초래하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손해를 초래한다"고 해 100년 전에 사라진 ‘자유방임론’을 옹호하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노조·분배는 나쁘고 재벌·성장은 좋다고?

    경제학 교과서는 "재벌은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늘리고, 은행의 돈을 빌려 필요 없는 투자를 많이 함으로써 우리 경제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다"는 기존 교과서에 실려 있던 당연한 비판마저 빼버렸다.

    이렇게 교육부가 1억원의 돈을 전경련과 분담해 만든 경제학 교과서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주노총은 13일 "교육부의 방침은 새 교육과정에서 노동교육이 강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전경련의 반 노동자적 경제교과서의 폐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가 경제교육을 과거에 오류를 범했던 반공교육의 재판이 되지 않도록 경제 교육과정을 포함한 차기 교육과정을 올바르게 수립하고, 제대로 된 교과서가 편찬될 수 있도록 교육단체와 함께 노사단체가 참여하는 교육과정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12일 성명을 내 경제학교과서 내용을 일일이 비판하면서 "교육부와 전경련이 발간한 경제 교과서는 매우 편향되고 최소한의 경제 상식에도 어긋난다"며 "이러한 교과서로 경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이끌어 갈 국가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13일 "전경련 경제교과서, 정부 사람들부터 읽어야"라는 사설을 통해 ‘재벌옹호 교과서’를 옹호했고, 조선일보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제대로 가르치려면"이라는 사설로 전경련에 화답했다.

    프랑스·독일 중학교 때부터 노동3권 가르쳐

    한국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근로기준법과 노동3권 등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노동자가 되고 있다. 교과서에서는 단 다섯 줄만 나와있을 뿐이다. 노동자들은 생산 현장에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모른 채 지내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야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권리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배워가고 있다.

    이에 반해 프랑스에서는 고교 1학년 과정에 ‘단체교섭 전략과 전술’을 중요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고, 독일도 노동조합의 권리에 대해 깊이 있게 가르치고 있다. 금속노조 김연홍 정책국장은 "독일에서 노동운동사는 중고등학교 사회과목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유럽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를 가르치고 있고 헌법상의 가장 중요한 권리로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재계 1위 삼성 이건희 회장이 아들 이재용 씨에게 불법세습을 하고, 재계 2위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회삿돈 900억원을 횡령해 ‘자본주의의 규칙’ 조차 내팽개치는 천민자본주의 국가다.

    모든 언론이 재벌을 옹호하는데 정부마저 재벌비호교과서를 만든다면 대부분 노동자가 될 이 나라 학생들은 대체 어디서 노동자의 권리를 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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