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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정책, 비차별과
    권리기반의 접근 필요해
    [기고] 이민청 논의, 이대로 좋은가
        2022년 10월 17일 03: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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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정책을 전담하는 부서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주로 학계에서 여러 연구와 논의가 있었다. 최근 이런 논의가 공론화되고 있는 것은 올해 법무부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향후 법무부의 주요 계획으로 보고를 한 것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법무부와 이민정책연구원, 국회 조정훈 의원 공동주최로 국회에서 세 번에 걸쳐 ‘이민청 설립 필요성과 추진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 이주민센터 친구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 특단의 대책을 강조하기도 했고 고용노동부의 업무보고에서도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등에 따라 노동력이 부족한 산업 부분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수혈돼 산업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주로 인구절벽, 노동력 부족 문제를 이민청 설립의 주된 이유로 제기하고 있고 또 다른 이유로는 관련 정책이 각 부처에 흩어져 있어서 통합적 효율적 정책 수립과 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들고 있다. 즉 인구와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이주민 관련 정책과 행정은 분산되어 있으니 새롭게 ‘이민정책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문제해결을 하자는 것이다.

    이민정책, 이민청

    우선 이민정책, 이민청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자. 정부 정책에서 그간 이주민 관련 정책은 주로 ‘외국인 정책’이라고 불려 왔다. 정부에서는 법무부가 중심이 되어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법무부 산하에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있어서 이에 소속된 각 지방의 출입국관리사무소 혹은 출입국외국인청이 비자심사나 체류자격 관리를 했다.

    이주민들이 한국에 체류하기 위해서는 체류자격이 가장 중요하게 된다. 흔히 알려져 있는 결혼이민비자(F-6), 고용허가제비자(E-9), 선원비자(E-10), 재외동포비자(F-4), 영주권비자(F-5), 유학생비자(D-4, D-2) 등이 그것들이다.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라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을 역시 5년마다 세우고 집행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통해 이주노동제도인 고용허가제를 운영하고(‘외국인근로자 고용등에 관한 법률’), 외국인 주민으로서의 생활지원은 행정안전부, 이주배경 학생에 대해서는 교육부 등에서 담당한다.

    이주민 정책에서의 각 부처의 역할 (출처: 오경석 토론문, 조정훈국회원원 주최 「이민청 톺아보기 1차 세미나」 자료집, 2022.8.30)

    외국인정책, 출입국정책과 이민정책이라는 용어의 차이점이라면, 이민이라는 말은 대개 다른 나라에서의 장기적인 정착 생활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것이다. 즉 정착해서 살아가는 이주민을 늘리면서 그와 관련된 출입국 정책, 노동 정책, 사회통합 정책, 인권 개선 정책 등을 포괄해서 이민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고 이것을 전담하는 정부 부처를 소위 이민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미의 이민정책으로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것인지 매우 의문이다. 전담 부서라는 조직을 만들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정책을 제대로 평가하고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비전과 가치 지향을 세우는 것이 우선일텐데 그런 논의가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성과 성찰부터 해야

    이민정책이라고 할 만한 정책은 사실상 부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주민에 대한 정책은 출입국 및 체류 관리와 통제를 중심으로 하는 ‘외국인 관리·통제 정책’이었고 다문화정책으로 포장한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일방적 동화정책이었다. 정부는 수십 년간 소위 우수인재나 투자자 우선의 유치 정책을 폈지만 이주민 친화적이지 않은 한국 사회에 그런 사람들이 정착할 매력은 별로 없었다. 반면에 다른 아시아지역으로부터의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유학생, 한국계 이주민 등은 한국 사회의 필요에 따라 가파르게 증가했다.

    정작 한국사회가 필요로 한 대상은 이들이었는데 정부는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정착 불허와 단기 순환(고용허가제는 4년 10개월 지나면 돌려보내고 다시 새로운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방식임. 두 번 와서 9년 8개월을 일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해도 영주권 신청은 금지되어 있음.), 결혼이주여성에 대해서는 신속한 한국인 만들기 동화정책, 동포라고 부르는 한국계 이주민에 대해서는 저임금 노동력 활용을 중심으로 한 약간의 시혜적 정책, 미등록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배제와 추방 정책, 난민에 대해서는 인정 최소화 정책을 펼쳐 왔다. 그 과정에서 비서구 지역 출신 이주민들은 때로는 잠재적 미등록 체류자, 때로는 잠재적 범죄자, 가짜 난민 등 부정적으로 인종화되었다. 이러한 정책 역사에 대한 반성적 평가에서 출발해야 제대로 된 정책 개선 방향이 나올 수 있다. 즉 전담 부서에 앞서 어떤 가치와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 것인지부터 논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주의 역사가 수십 년에 이르면서 여러 영역에서 이주민 대상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와 개선 요구가 지속되어 왔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착취, 임금체불, 사업장 변경 제한, 열악한 기숙사, 과도한 숙식비 공제, 높은 산재사망율, 낮은 의료접근권 등 강제노동과도 같은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농어업 분야의 이주노동자들은 특히 열악하다. 또한 3~5개월 일하는 단기인력을 공급한다는 명분하에 2015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계절근로제도는 지자체가 해외지자체와 MOU를 체결하여 계절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브로커 개입, 현지 모니터링과 관리감독 부재, 언어나 권리교육 부재, 이탈보증금 설정 등 여러 이유로 피해가 발생하고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주여성들은 젠더기반 차별과 폭력 피해를 당해도 불안정한 체류상태 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난민 인정율은 세계 최저수준이며 인도적 체류자와 난민 신청자는 역시나 불안정한 체류상태에서 노동을 통한 생존도 어렵다. 더욱이 난민면접조작 사건, 외국인보호소 내 새우꺾기 고문 사건 등에서 보듯이 정부가 심각한 인권침해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 정책 개선이 있어야 미래 이민정책을 그리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민정책은 비차별·권리기반 접근 필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노동력 감소, 기존 행정 체계의 복잡과 비효율 등에서 출발해서 이민정책과 정부조직 신설을 접근하는 것에 앞서,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여 새로운 삶을 차별 없이 개척할 수 있도록 이주민의 시각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는 이주민이 그동안 겪어 왔던 차별적 정책을 평등한 정책, 권리보장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코로나 시기에 이주민들이 겪은 차별의 대표적인 사례가 재난지원금이었는데 중앙정부는 내국인과 가족을 이루고 있거나 내국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근거로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자로만 지급 대상을 제한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이주인권단체들의 진정에 따른 국가인권위의 권고 후에야 대상을 넓혀 지급했고, 그 외 광역·기초지자체들은 대부분 정부 기준을 따랐다. 세금, 사회보험 기여, 각종 방역의무를 다 이행했어도 배제된 것에 대해 대다수 이주민들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초기에는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던 많은 이주민들이 마스크 구매에서 제외되었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코로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도 못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바이러스 전파자로 낙인찍혀 사업장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급기야 여러 지자체에서는 이주노동자만을 대상으로 차별적인 코로나 전수검사 행정명령이 시행되기까지 했다. 백신접종 과정에서도 예약사이트가 한글로만 되어 있어서 접근이 어려웠고 미등록 이주민들은 그나마도 해당되지 않았으며 여러 문제제기 끝에 지역 보건소에서 등록하고서야 백신접종이 가능했다. 코로나 이후 이민정책이 달라져야 한다면 차별과 배제를 극복하고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대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장기체류 보장, 선주민사회의 변화 동반

    이주민들에게 공통적인 것은 체류의 불안정일 것이다. 이주노동자는 10년 가까이 일해도 단기순환 노동정책으로 인해 장기체류와 정착의 통로가 거의 없고 취업 기간 내의 체류 연장도 오로지 사업주에게 달려 있다. 결혼이주민은 결혼이라는 상태에서 벗어나면 체류가 불가능 혹은 불안정해진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이주민들이 언제, 어떤 이유로든 체류권을 상실할 수 있다. 미등록 이주민들은 상시적인 불안 상태에 있고 단속추방 위협에 시달린다. 이주노동을 통한 장기체류 통로 마련, 결혼이주민, 난민(신청자) 등의 안정적 체류권 보장,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체류안정화 정책 등이 절실하다.

    한편 지금까지의 이주민 정책 가운데 사회통합 정책은 사실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 빨리 적응하고 익숙해지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왔다. 이주민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한국어, 한국문화, 한국역사, 한국법과 제도를 배워서 한국 사회에 맞춰 순종하는 것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만큼 이주민과 함께 사는 사회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국 사회가 얼마나 해왔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노동자, 주민으로 살아가는 이주민들과의 사회적 교류, 접촉을 확대하고 선주민들도 이주민에 대해서 배우고 알아야 할 것이다. 이주민에 대한 인식개선, 존중, 상호이해 등에 대한 다양한 영역에서의 정책과 사업이 획기적으로 확대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지자체, 학교, 사회단체, 미디어 등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법무부 중심성에서 벗어나야

    이민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부부처 신설에서 지금까지 출입국정책, 외국인정책 등을 관장해 온 법무부 중심성에서 탈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법무부는 비자를 통해 이주민들의 체류를 좌지우지하며 관리와 통제, 처벌 등을 중심으로 기능해 왔다. 기존의 이주민 차별적 정책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체류권과 노동권, 사회성원권, 주민으로서의 권리 등 권리기반의 접근과 지역사회 내에서의 상호존중과 교류를 통해 향후 포용적인 이민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보면,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부서가 되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민정책의 탈법무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법무부 산하에 이민청을 만들어 기존의 출입국외국인본부가 확대되는 형태로 가는 것은 이주민 권리운동 단체들의 입장에서도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법무부가 이민청(이름은 다르게 붙여질 가능성이 큰데, 이민이라는 말을 붙이기 부담스러워 ‘출입국이주관리청’, ‘국경·이주관리청’ 등이 제안되고 있음)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입이 쉽지 않다.

    지난 10월 6일에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일단 이민청 설립이 빠져 있기는 하다. 국민 공감대 형성이 아직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하는데, 법무부장관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속도전의 문제가 아니라 정답을 내야 할 문제”라고 밝히면서 준비과정을 더 거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개편 주무부서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민청과 관련해서는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통해 연내 합리적인 안을 도출해 설립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마도 더 논의를 해서 내년 초쯤 안을 내지 않을까 생각된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이주민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전달되고 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주민이 오는 것은 정부나 기업의 바람처럼 인력, 인구의 보충재로만 오는 것이 아니다. 한명 한명이 개성과 인격이 있는 인간, 사람으로 오는 것이다. 반드시 그 시각에서 정책, 조직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국회 토론회에서 독일 출신 기자 안톤 숄츠씨가 인상적으로 한 말이 있었는데, “이민자 없이 한국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평등한 권리 보장 없이 이민정책도 없다고 덧붙여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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