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호투표제, 2번 표 향배가 관건
        2007년 02월 13일 03: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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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는 대통령후보 경선을 위한 선출방식으로 선호투표제를 확정하여 당대회에 제출하기로 하였다. 선호투표제는 2002년도 민주당 경선 때 사용된 방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표의 가치에 관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어 공직 선거에 잘 채용이 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많은 나라들이 선택하는 선거방식은 단순다수결 내지 결선투표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비례대표선거방식을 채용한다.

    그러나, 당내경선과 같이 비교적 동일한 정치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후보를 선출하는 경우에는 선호투표방식 또한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첫째, 1회로써 선거를 종결하여 후보자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와 달리 내부 상처를 최소화해야 하는 당내 경선의 경우에는 되도록 선거를 1회로 끝내는 것이 본선을 생각하더라도 좋기 때문이다. 둘째, 어찌 되었든 반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뤄졌던 2006년 민주노동당 정기당대회 (사진=매일노동뉴스)

    그러나, 모든 선거방식은 한계가 있다. 완벽한 선거방식이란 존재하지 않고, 실제로는 특정세력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선투표제가 합리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결선투표제는 1, 2위권의 후보들에게는 엄청난 프리미엄이지만, 그 외의 후보들에게는 자신의 정치활동을 1, 2위권 후보에게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소수 후보가 운좋게 2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다른 후보들 간의 대연합을 구성하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사실 결선투표제는 소수파에게 일정하게 의미가 있지만, 소수파를 영원히 소수파로 머무르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결선투표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복잡한 정당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실질적 의미는 득표율이 그렇게 높지 않은 1, 2당에게 양당제 국가에서 양당이 가지는 프리미엄을 그대로 부여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

    선호투표제도 마찬가지이다. 선호투표제는, 비토 그룹이 많아 절대 다수를 이루지는 못한 다수파에게 불리하다. 예를 들어 40%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60%는 이 후보를 매우 싫어하여 최하위의 선호를 보일 경우, 20%의 지지를 얻는 2위 후보가 40%의 지지를 얻는 후보를 이길 수도 있다.

    과거의 DJ 같은 인물의 경우, 다자대결구도에서 선호투표제는 매우 불리한 제도이다. 이인제 덕분에 DJ가 당선되었다는 관측이 많은데, 만약 선호투표제를 하였다면 이인제를 1번으로 선택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DJ를 최하위로 선택하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DJ는 아마도 당선되지 못하였을 것이다.

    다음으로 1번 표를 제외한 2번 표와 3번 표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하는가가 문제이다. 이 가중치에 따라 투표결과는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이른바 호주식 방식으로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사용된 방식이다.

    과반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최하위 득표자가 얻은 표를 나머지 사람들에게 분배한다. 2번 표를 받은 사람에게 최하위 득표자가 얻은 표를 분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후보자 ABCD가 출마하여 1번 표를 기준으로 할 때 A(1등), B(2등), C(3등), D(4등)이라고 할 때, D가 얻은 표 중 D-A-C-B 순으로 선호를 기재한 표는 A에게 배정하는 식이다. 이렇게 분배하였는데도 과반수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다시 C의 표를 똑같은 방식으로 A와 B에게 배분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에서 호주식을 선택하고 후보자가 4인이 나온다고 했을 때, 1번 표를 얻는 것도 관건이지만, 2번 표를 얼마나 얻느냐도 당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후보자 간에 제한적 의미의 합종연횡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후보자들은 자신의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2번 표를 얻기 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지지를 호소할 것이기 때문에 조직선거의 양상은 사뭇 달라질 수 있다.

    과거의 당직선거처럼 이번 대선 경선에서도 각 정파들이 쪽지를 돌려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투표를 하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이 2번 표에까지 강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정파에 의하여 동원된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굳이 2번, 3번 표까지 그대로 구속을 받을지는 알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후보를 내지 못하는 정파들도 부정적 의미에서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후보에 대해서 마지막 순번 표를 부여함으로써 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이것은 선호투표제가 아닌 선거에서 자신이 싫어하는 후보를 찍지 않는 것 이상의 위력을 가지기 때문에 선거과정에서 소수 정파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후보들의 선거운동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2번 표를 얻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선명하게 경쟁하기보다는 대다수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싫어하지 않는 행동을 중심으로 할지 모른다. 굳이 선명하게 각이 서는 주장보다는 일반적이고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주장을 주로 하게 될 가능성도 대단히 크다.

    지명도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지명도가 떨어지는 후보는 2번 표를 얻기가 매우 힘이 든다. 따라서 선호투표제는 지명도가 있고 중량감이 있는 인물에게 유리하다.

    현재 민주노동당 내에서 거명된 후보들 입장에서 보면 선호투표제가 누구에게 유리할지는 명확하지는 않다. 특히, 양대 정파가 지지후보를 명확히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선거 결과는 양대 정파의 지도부가 2번 표를 얼마나 통제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2번 표가 잘 통제된다면, 정파의 영향력은 더욱 공고화될 것이고, 선거 결과도 정파 지도부들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될 것이다. 2번 표가 잘 통제되지 않는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당원과 지지자들이 얼마나 2번 표를 자유롭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 경선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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