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별 탈퇴 후 기업노조 만들었어도
    소수 조합원 있다면 산별 단협 유효
        2007년 02월 13일 03: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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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수의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조합원이 소수만 남았더라도 금속노조와 회사가 맺은 단체협약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13일 금속노조 경주지부(지부장 한규업)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재판장 김채해)은 지난 달 26일 경주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금속노조 동진이공지회 김성기 조합원이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을 뒤집고 해고무효 판결을 내렸다.

    경주지원은 판결문에서 "금속노조 동진이공지회 소속 조합원들 중 다수가 새로 설립된 동진이공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더라도, 금속노조와 피고회사 사이의 단체협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주지원은 "피고회사는 위 단체협약의 효력이 상실되었음을 전제로 원고에게 업무복귀명령을 하고 금속노조를 단체협상의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자 원고가 이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되었다"며 "원고의 폭행 및 업무방해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경주지원은 ▲2005년 7월 23일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이고 ▲회사는 원고에게 16,464,880원 및 2006년 3월 24일부터 복직시까지 월 2,058,110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김성기 조합원은 3천7백만원 가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지난 2005년 7월6일 경주시청 앞에 2백여명의 간부들이 모여 동진이공 노동조합 설립신고필증을 발부해준 경주시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기업별노조로 조직형태 변경은 무효"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금속노조 동진이공지회 조합원들은 2005년 5월 25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90명 중 80명이 참석해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동진이공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했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노조규약 제 2조와 10조에 의해 조합원들이 개별가입 또는 개별탈퇴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동진이공지회의 조직형태변경결의는 노조 규약 위반으로 무효다.

    그러나 경주시청은 기업별노조 설립신고를 받아주었다. 그러자 동진이공 회사는 "금속노조는 더 이상 회사의 사업장 내에서 일체의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하고, 금속노조 경주지부 상근자로 파견나가 있던 김성기 조합원에게 업무복귀를 명령했다.

    김성기 조합원과 금속노조 경주지부 간부들이 강력히 반발했으나 회사는 무단결근과 무단문서배포,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그 해 7월 8일 김성기 조합원을 해고했다. 10월 5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2006년 1월 8일 중앙노동위원회는 김 조합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회사의 금속노조 탈퇴공작에 제동"

    그동안 금속노조 소속 세원테크, 동신유압, 시그네틱스 등 일부 회사에서 금속노조를 집단탈퇴해 기업별노조를 만든 사례가 있었다. 2004년 10월에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당시 INI 회사가 금속노조 집단탈퇴와 기업별노조 설립을 추진했던 ‘금속노조 탈퇴공작’ 문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에서 집단적 탈퇴가 이뤄져 별도의 기업별노동조합을 설립하더라도 금속노조와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이 유지된다는 것으로 향후 금속노조에 대한 집단적 탈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기업별노조의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하고 초기업노조인 산별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복수노조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들과 함께 법원의 판결이 시대적 흐름인 산별노조를 인정하는 추세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금속노조 법률원 고재환 변호사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규약에 의하면 기업별노조로 조직형태를 변환하는 것은 당연히 무효인데 이번에 법원에서 이걸 인정하는 판례가 나온 것"이라며 "당연한 판결이고, 향후 회사가 이런 식으로 추진하는 것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복직 판결을 받은 김성기 조합원은 "다수가 금속노조를 탈퇴해도 금속노조를 끝까지 지키는 조합원이 있으면 금속노조가 맺은 단체협약이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해고되면서 금속노조를 지켜온 보람이 있었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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