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 제정은 한목소리···
    새 리더십, 정의당 방향엔 각자 목소리
    김윤기·이동영·이정미·정호진·조성주 대표 후보 토론
        2022년 10월 14일 09: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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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당대표 후보자 2차 토론회에서 이정미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비판과 견제가 쏟아졌다. 이정미 후보가 당의 비례대표 의원과 당대표를 역임한 만큼 1기 정의당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전제로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당이 전무후무한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치러지는 당대표 선거임에도 새로운 비전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윤기·이동영·이정미·정호진·조성주 후보는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목동방송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원내3당으로서 존재감 회복 방안과 정의당에 필요한 새로운 리더십, 비전 등에 대한 열띤 공방을 이어갔다.

    방송화면 캡처

    당대표 후보자 5인의 노란봉투법 추진 전략은?

    정의당이 최우선 입법과제로 꼽은 노란봉투법 추진 방안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정부와 여당, 재계 등 노란봉투법 반대 세력을 어떻게 설득해 법안을 통과시킬 것인지 입법 전략을 묻는 질문이었다.

    이정미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국민의힘과의 대결 구도를 가져가기 위한 정치적 카드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의 천문학적 손해배상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상적 삶의 권리 지키기 위해 (파업에) 나섰다는 이유로 (노동자가) 패가망신할 정도의 보복이 벌어진 것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대통령은 민생 문제에 있어서 거부권 행사해선 안 되고, 민주당 또한 노란봉투법을 국민의힘의 대척점으로 쓰는 게 아니라 민생 현장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기 후보는 민주당 의원총회 참석하는 등 민주당과 보다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원내 전략과 함께, 원외에선 노동단체와 진보정당과의 연대를 강화해 입법을 위한 사회적 동력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김윤기 후보는 “민주당 대표를 우리 당 의총에 초대하고, 저 또한 민주당 의총에 가서 노란봉투법 제정연대를 제안하겠다”며 “분명한 철학과 노선이 있으면 민주당과의 연대에 적극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윤기 후보는 그간 민주대연합론을 강하게 비판하며 민주당과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노란봉투법과 같은 민생 입법을 위한 연대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노동단체, 진보정당과의 연대를 강화해 국회 밖에서 사회적 압력과 힘을 만들고, 국회 안으로 이 힘을 밀어 넣어 반드시 연내에 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성주 후보는 노란봉투법이 사회적 약자의 권리 주장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라며 노동조합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노란봉투법 제정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성주 후보는 “노란봉투법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권리 주장을 할 때 가로막는 장벽을 걷어내자는 것이 취지”라며 “그렇게 생각하면 노란봉투법은 파업 손배소를 막기 위한 노동조합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파업조차 못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사장이라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영세자영업자에게도 마찬가지로 권리주장을 위해 필요한 법이다. 당대표가 되면 영세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위한 노란봉투법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동영 후보는 “노란봉투법이 위헌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정부여당이야 말로 적반하장이고 파업은 불법이라는 정부여당 발상 자체가 위헌”이라며 “월급이 200만원을 받는 15년차 조선소 노동자들의 ‘이렇게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목소리가 불법이고, 회사의 손배소가 합법이라면 권성동 의원의 말대로 기꺼이 저와 정의당은 황건적이 될 것”이라며 입법을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호진 후보는 “최저임금인 200만원 월급 받는 노동자들이 몇 만원 올려달라고 파업했더니 감당하지 못할 손배·가압류에 처했다. 이게 온당하고 상식적인 상황이냐”며 “시민, 제정당과 함께 노란봉투법 연내 처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힘없는 노동자 편에 서겠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러겠다면 노란봉투법에 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미에 쏟아진 책임론
    “또 이정미?”, “오락가락 애매모호 리더십”, “새로운 비전 없어”

    인지도와 탄탄한 조직력으로 후보들 사이에서도 ‘1강 후보’로 꼽히는 이정미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4명의 후보들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 리더십, 당 위기의 책임론, 비전 부재 등이 도마에 올랐다.

    김윤기 후보는 이정미 후보가 당대표 후보 당시 중앙당이 제주 예멘 난민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사실을 언급하며 이정미 후보가 ‘애매모호한 리더십’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윤기 후보는 “제주도당은 이동의 자유와 생계비 지원을 주장했지만, 중앙당은 입장을 내지 않았다”며 “진보정당에게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문제는 진보정당이 일관되게 갖고 있는 기준 있음에도 (당시 이정미 대표가) 여론과 상황에 따라 흔들렸다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락가락, 애매모호한 리더십으로 이런 시기에 당 이끌 수 있겠는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후보는 “이민자, 난민에 대한 당의 감수성 예민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사과했다. 앞으로 철저히 당의 입장을 대비해나가겠다”면서도 “부족한 것은 성찰하고 앞으로 진전해나가는 것은 오락가락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성찰에 기반해 진화하는 리더십”이라고 맞받았다.

    현재 당의 위기에 대한 이정미 후보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미 국회의원과 당대표까지 해온 만큼 이정미가 더 이상 새로운 리더십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호진 후보는 “10년 동안 당대표와 국회의원을 하면서 8년 동안 리더로서 당을 이끌었다. 당의 위기에 이정미 후보의 책임도 적지 않기 때문에, 당원들 사이에선 ‘또 이정미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정미 후보는 “당원들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새로운 리더십이라는 게 인물교체 외에 정호진 후보는 어떤 미래 구상과 새로움을 보여주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재 당은 매우 불안정하고 위태롭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어달라는 요구가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이 자리에 섰다”고 덧붙였다.

    “출마 선언문이나 공약을 봐도 과거 해왔던 것 그대로 적은 것 아니냐”는 정호진 후보의 비판은 조성주 후보의 입에서도 나왔다. 그는 “강한 리더십을 얘기하는데, 비전이 없는 리더십이 가장 약한 리더십”이라고 했다.

    이정미 후보가 강력한 리더십, 안정적 리더십을 앞세운 데에도 시기에 맞지 않은 리더십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조성주 후보는 “이정미 후보는 당을 화합하고 안정화하겠다는데 어떻게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인지 잘 안 보인다”며 “지금 정의당에게 필요한 것은 안심이 아니라 열정이다. ‘싸움의 전장으로 가자’, ‘이 싸움에 참여하자’고 당원을 끌고 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로와 응원으론 시민적 지지 얻을 수 없고, 시민적 지지가 없는 정당은 안정도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정미 후보는 “이정미가 당대표가 됐으니까 안심해도 되겠다는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기 “네거티브 규제? 규제완화와 같은 말”
    이정미 “조성주, 기존 당론에 다른 이름 붙여 새로운 비전인 양”

    조성주 후보가 주장하는 네거티브 규제 도입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김윤기 후보는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하자고 했는데, 이는 규제완화하자는 것과 비슷하게 들린다”며 “규제혁신을 통해 작은 기업이 시장 진출 기회 열자는 것이 조성주 후보의 주장인데, 재벌 대기업들이 신산업을 이미 장악한 상태에서 규제 혁신은 결국 이 상태 유지하자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조성주 후보는 “오히려 지금의 포지티브 규제 제도가 관료와 대기업 간의 유착을 더 강화해 대기업만이 신산업에 진출하고 기득권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네거티브 규제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은 노동, 환경, 안전 영역 등에서 과감한 징벌적 배상제 도입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윤기 후보는 “전경련도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얘기한다. 똑같은 말을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후보 또한 자신의 주도권 토론 과정에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언급하며 “기업, 산업 정책도 펴야 하지만 정의당이 최우선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며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도록, 기존 네거티브 규제리스트의 잘못된 지점들을 더 강력하게 문제제기하고 개선하는 게 정의당이 힘이 쏟아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정미 후보는 지난 1차 토론에서 자신에 대해 ‘새로운 비전이 없다’는 조성주 후보의 지적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조성주 후보의 비전 뭔지 살펴봤는데, 10년 전 당 강령에 있었던 사회민주주의를 새로운 비전이라고 하고, 기존 정치가 대변하지 못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했던 당의 노력을 ‘제3권력’이라는 콘텐츠로 만들어 새롭다고 주장한다”며 “또 산별교섭에 근거한 동일임금체계 역시 당론이다. 이미 있는 모든 당론에 새로운 이름을 입혀서 새로운 비전이라고 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성주 후보는 “제가 주장하는 직무급제, 네거티브 규제, 주휴수당 기본급화 등을 지난 10년간 정의당이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표방하며 말한 적이 있느냐”며 “오히려 기본소득, 무슨무슨 보장제 등 유행만 쫓아가는 정책들에 집중해서 시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정미 후보는 “우리 당의 ‘시민평생소득’은 지난 대선 당시 조성주 후보가 정책위부의장으로 활동하며 만든 공약”이라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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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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