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수구, 반신보수, 반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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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2월 13일 10: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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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겨레에 실린 손호철 교수 글에 대한 조희연 교수의 입장을 밝힌 글이다. 손호철-조희연 논쟁은 <레디앙>을 통해서 시작됐고,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레디앙>은 한겨레의 양해를 얻어 조희연 교수 기고문의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한국 정치 위기 진단 논쟁’과 관련한 보도(<한겨레> 2월9일치 4면)와 손호철 서강대 교수의 기고(<한겨레> 2월10일치 15면)를 읽고 논쟁 당사자 가운데 한 사람인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자신의 견해를 좀더 다듬은 글을 보내왔습니다. 양극화의 원인이 신자유주의에 있음을 강조하는 손 교수의 논지에 대해 조 교수는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복합적 실천’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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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사진=한겨레)
     

    1987년 이후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 혹은 민주개혁은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존재하여 왔다. 이제 한국사회는 민주화 이후 시대의 시대정신을 둘러싼 복합적 갈등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거의 예외없이, 아시아에서 민주화의 도정에 있는 많은 민주정부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나는 일련의 논쟁 속에서, 민주정부의 위기에 참여정부 통치세력들의 주체적 오류와 한계를 중시하면서도 모든 문제를 ‘그들’만의 문제로 환원하는 ‘위기의 타자화’를 뛰어넘어, 위기의 복합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위기론과 실천전략론을 풍부화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민주정부의 위기의 핵심에는, 민주정부 10년을 통해서, 혹은 민주화 20년을 통해서, 민주성과 투명성은 획기적으로 제고되었지만, 더욱 험악한 계급사회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이 자리하고 있다. 나는 이 변화를 “민주적이고 투명한 ‘신계급사회’”의 출현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상황 인식에 설 때, 손 교수가 주장하는 대로 현시기 반신자유주의 투쟁은 중심적 지위를 갖는다. 나는 이에 동의한다. 단지 반신자유주의투쟁의 복합적 실천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첫째 손 교수가 반수구 전선과 반신자유주의전선을 대립시켰는데, 나는 이를 반신보수주의전선과 반신자유주의전선의 관계로 파악하고자 한다.

    현재의 문제는 참여정부 아래서 가속화된 신계급사회의 파괴적 결과 때문에, 신개발주의로 무장한 신보수주의적 대안과 비전에 대중들이 경도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도자유주의세력의 ‘거대한 실패’에 매개되어 나타나는 ‘신보수주의의 헤게모니화’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의 과제가 제기되어 있는 것이다.

    손 교수의 분류법을 따르더라도, 수구세력과 신자유주의세력은 내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컨대 수구적 언론들은 반개혁지일 뿐만 아니라 일체의 공적 규제를 관치나 반시장적 행위로 규정하여 무력화하는 ‘신자유주의적 계급지’로 상당부분 변모해 있다.

    둘째, 이러한 신보수주의의 헤게모니화에 대항하는 투쟁은 신보수주의적 비전에 반대하는 새로운 비전을 가시화하고 그것을 대중적 힘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일 수밖에 없다. “박정희와 다른 방식으로 먹고살 수 있는 비전과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것을 대중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과정이다(나는 이를 사회의 급진화로 표현하였다).

    최장집 교수가 표현한 대로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민주화”의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치세력이나 진보적 민중운동, 좌파운동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들이 더욱 급진적인 비전을 제출하고 이를 선도해야 한다.

    셋째, 반신자유주의전선이 대중화되려면 사회 각 세력이 신보수주의적 방향으로 경도되지 않고 반신자유주의적 방향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80년대에도 경험했듯이 반독재전선의 대중화는 철저한 반독재세력이 확대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철저하지 못한 다양한 정치사회세력들이 반독재전선으로 합류하는 과정이었다.

    이런 점에서 중도자유주의세력 내부에서도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파괴적 결과를 성찰하는 분파들은 자신들을 정치적 개혁주의에서 사회경제적 개혁주의로 전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그러나 많은 중도세력들은 정반대의 방향을 위기극복의 정답처럼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중도세력 내부에서도 주도집단이 바뀌는 방식으로 가능할 것이다. 현단계 참여정부 주체들에 의해서 연속적으로 담보될 수 없다. 국민정부에서 참여정부로 가는 과정에서 주도분파의 전환이 있었듯이 말이다.

    신보수주의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새로운 정치운동이 의미를 가지려면 공공성과 사회경제적 개혁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전면화함으로써 이러한 단절적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다양한 정치사회 세력 내부에서 나타나도록 노력하는 데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대중화가 존재한다고 나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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