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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이야기] 『안녕하세요!』(홀리스 쿠르만 글. 바루 그림/ 북극곰)
        2022년 10월 12일 09: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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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는 게 좋아서

    저는 노는 게 좋습니다. 말장난도, 말놀이도 좋아하지요. 그래서 영어 단어 잇기 놀이 그림책인 『아기 곰 ABC』도 쓰고, 한글 자음 놀이 그림책인 『고릴라와 너구리』도 쓰고, 한글 모음 놀이 그림책인 『아기가 태어났어요』도 썼습니다. 숫자 놀이 그림책은 없냐고요? 썼습니다! 지금은 다른 그림책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제 기준이지만, 이제까지 나온 숫자 놀이 그림책 가운데 걸작은 단연코 『한 마리 여우』였습니다. 숫자로 만든 스릴러 그림책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1, 2, 3… 숫자를 세는데 스릴러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깜짝 놀랄 반전의 재미도 들어 있습니다. 정말 이보다 더 재미있는 숫자 놀이 그림책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림책 『안녕하세요!』를 처음 볼 때 특별한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저 세상에 많고 많은, 또 하나의 숫자 그림책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게다가 그림책 『안녕하세요!』의 부제는 [숫자로 배우는 친절과 우정의 그림책]입니다. 이렇게 대놓고 친절과 우정을 가르치려는 책을 제가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숫자 ‘놀이’ 그림책이기에 그냥 한번 읽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으면 어떡하죠?
    우리 함께 손을 잡고 열까지 세어 봐요.
    그러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어요.
    -본문 중에서

    첫 장면을 보고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폭격으로 불타고 있는 집을 남기고 엄마와 세 아이가 피난을 가고 있었습니다. 아직 숫자 놀이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제 마음은 이미 안녕하지 않았습니다.

    숫자 놀이가 아니라 숫자 혁명

    1 한 척의 배가 우리를 데려다줘요.

    저 멀리 바다에서 한 척의 배가 오고 있습니다. 저 배가 없으면 엄마와 세 아이는 전쟁을 피해 달아날 수 없습니다. 한 척의 배가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2 두 손이 우리를 안전하게 받아 주지요.

    이제 작은 보트를 타고 큰 배를 타러 갑니다. 큰 배에 타고 있는 사람이 엄마와 세 아이를 두 손으로 안전하게 받아 줍니다. 우리의 두 손은 생명을 지키는 두 손입니다.

    3 세끼 밥은 우리 몸을 든든하게 지켜 주고요.

    세 아이가 갑판에 앉아 밥을 먹고 있습니다. 친절한 사람들이 보내준 음식입니다. 세끼 밥이 없으면 세 아이는 안전한 곳에 도착할 때까지 도저히 버틸 수가 없습니다.

    그림책 『안녕하세요!』는 숫자 놀이를 가장한 채, 우리가 어떻게 난민들을 도울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소중한 배 한 척, 다정한 두 손, 따뜻한 세끼 밥이 난민 스스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안녕하세요!』는 숫자로 이 세상에 혁명을 일으키는 그림책입니다.

    웃기거나 찡하거나

    저는 웃기거나 찡한 책을 좋아합니다. 웃기거나 찡한 책이 우리 마음을 응원하고 위로하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 놀이 그림책은 보통 웃기는 역할을 맡습니다. 놀고 싶은 마음은 웃고 싶은 욕망과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게다가 웃기는 작가가 되고픈 제가 놀이 그림책에 열광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림책 『안녕하세요!』는 놀이 그림책이면서 동시에 너무나 슬픈 그림책입니다. 독자를 웃기는 척 시작했지만 결국 울리고 마는 그림책입니다. 전쟁으로 자기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는 가족 앞에서, 우리는 차마 웃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너무나 다행인 것은 그림책 『안녕하세요!』이 해피엔딩이라는 사실입니다. 웃긴 줄 알았는데 찡하고, 찡한데 웃으면서 책장을 덮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놀고 싶습니다!

    지금도 수백만 명의 어린이가 전쟁이나 홍수 또는 다른 무서운 이유로 살던 곳을 떠나야 한다고 합니다. 세계 난민의 절반 이상이 어린이며 그 수는 천만 명이 넘습니다. 게다가 많은 어린이 난민에게는 돌봐 줄 가족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난민들에게 나누어줄 음식도 있고, 옷도 있고, 집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함께 나눌 사랑과 친절이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모두 난민의 후손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지구에서 빌린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놀고 싶습니다. 할아버지, 핳머니, 엄마, 아빠, 어린이 모두 놀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놀고 싶습니다. 우리는 행복을 원합니다. 저는 주인공 꼬마들이 새로운 나라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노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바로 그 모습이 진정한 평화이며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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