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개헌 참여, 득이냐 실이냐
        2007년 02월 12일 08: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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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의 분열과 한나라당의 무시 전략에도 불구하고 개헌안 발의를 강행하는 모습이다. 향후 국회 개헌안 처리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가 될 수도 있는 민주노동당은 노 대통령의 일방적인 개헌 추진에 반대하면서도, 다포인트 개헌이면 토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만간 국회에서 개헌안과 맞닥뜨릴 민주노동당이 개헌 논의 참여의 득실을 놓고 공개토론회를 벌여 주목된다.

    12일 민주노동당 문래동 당사에서는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장 이용대) 주최로 ‘개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에서는 크게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한 ‘적극 활용(또는 대응)론’과 ‘경계(또는 무의미)론’이 맞섰다.

    전자가 개헌 정국이 불가피한 만큼 민주노동당이 적극적으로 정치개혁 투쟁을 전면화하는 등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후자는 개헌 정국이 도래할 가능성이 적고 개헌의 방향도 민주노동당의 기대와는 다룰 수 있는 만큼 민주노동당이 개헌 논의에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개헌 정국 도래는 불가피”

    이용대 정책위의장은 개헌 정국의 도래를 강조하며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의장은 먼저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초기 대응과 관련 “반대한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며 “대선, 총선을 바라보고 사회 변화를 시키려는 진보정당의 정치적 대응으로서는 너무나 소극적이고 무관심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의장은 “객관적으로 개헌 정국이 도래하게 돼 있다”며 그 근거로 “노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 ‘연내 4년 연임제 개헌안’에 대한 찬반이 각각 46.3%, 49.4%로 비등하게 나타난 바 있다. 그는 “개헌 논의 국면으로 들어가면 여론 추이는 급변할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추진도 이러한 흐름에 바탕하고 있으며 한나라당 역시 계속 무시 전략을 고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 의장은 “개헌안이 부결돼 대통령이 국정수행능력을 상실하는 상황이 오면 민주노동당이 대통령직 하야, 조기 대선, 중립적 대선관리기구를 요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이후 정국에서도 개헌이 의제로 이어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병익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도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2월 말, 3월 초부터 두 달 동안은 어차피 개헌 의제로 갈 수 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는 반대해야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의제는 정치개혁? 토지공개념?

    이들은 이처럼 개헌 정국이 불가피한 만큼 민주노동당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대 의장은 “대선 정국의 역동성과 민심의 변화추이에 비춰봤을 때 정치투쟁의 공간이 상당히 넓어질 것”이라며 “개헌 정국은 정치개혁 투쟁을 촉발하고 전면화하는 아주 유력한 기회이고 어찌 보면 유일한 기회”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진보정당의 성장은 정치제도 개혁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하는데 현 제도하에서는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소수정당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개헌 정국에 개입하면서 정치개혁 의제화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당이나 민주당,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 등은 중대선거구제, 정당명부 비례대표 확대에 선호가 있다”며 개헌을 통해 정치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병익 상임연구위원은 “민주노동당이 이제 원론적 입장에서 진전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주문했다. 그는 “대통령이 우군을 찾을 때 민주노동당이 대상이 될 수 있는데 만약 결선투표제, 선거제 개혁에 대해 연동해서 풀 수 있다고 제안한다면 민노당은 입장은 무엇인가”라며 “개헌 정국에 개입한다는 것은 실제적으로 그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다만 개헌 내용과 관련 이용대 의장이 주장한 정치개혁이 아닌 민생, 복지 개헌을 주장했다. 그는 “다포인트 개헌이 아니라, 토지공개념 등 민주노동당이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원포인트하게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전체적인 선거 구도 측면에서 개헌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이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과 정확히 무엇이 다른지, 그 차별성을 보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개헌 찬성 여론 상승? “개헌정국 돌입은 섣부른 예단”

    반면 김기수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곧바로 개헌 정국에 돌입할 것이라는 주장은 섣부른 예단”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선 전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개헌 정국은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괄적이고 포괄적인 개헌을 위해 현재 노 대통령의 정략적인 개헌 발의에는 동참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여권의 분열과 한나라당의 무시 전략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초기 정략적 의도마저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선거의 특성 상 각 정치세력간 견해의 차별성은 드러낼 수 있지만 합의에는 한계가 있다며 “대선 전 개헌논의의 현실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상훈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이용대 의장이 개헌 정국 도래의 한 근거로 제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반드시 여론의 반전을 가져왔다고 해석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존 개헌 관련 조사들이 원포인트 개헌과 임기내 개헌 문제를 분리해 찬반을 물은 것과 달리, 이번 미디어리서치 조사의 경우 하나의 질문으로 통합했기 때문에 여론 변화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진보파는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며 “관념, 헤게모니의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를 맡은 조현연 교수 역시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개헌에 대한 찬반 결과가 최대 25% 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FTA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질 경우 이를 민심의 향배로 받아들일 것인가”라며 “민주노동당이 여론조사 결과를 변화의 한 축으로 받아들인다면 훨씬 깊이 있는 해석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 참여  득보다 실이 많아”

    민주노동당이 굳이 개헌 논의에 참여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들이 표출됐다. 김기수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제안한 4년 연임제 찬반보다 시기, 절차가 정치권에서는 더 논란이 될 수 있고 그럴 경우, 국민들은 더 염증을 느끼고 정략적인 문제로 치부해버릴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에 개헌 논의에 참여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견 표명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선거 이전에는 한계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 제안에 의제를 확대하거나 단계적 개헌 논의도 일괄 개헌 입장에서는 적절치 않다”며 “일괄적 개헌뿐만 아니라 절차, 시기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본격적인 개헌 논의로 들어가야 온전한 개헌이 될 수 있다”고 말해 문 대표의 다포인트 개헌 논의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 여론, 평가를 거쳐 총선 이후 18대 국회서 개헌 다루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박상훈 교수는 특히 이용대 의장의 개헌 정국을 활용한 정치개혁 전면화 주장이 사실상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이 제안한 4년 중임제와 선거주기 일치는 양당제와 소선구제의 안정적인 제도화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민주주의 과잉’에서 찾느냐, ‘민주주의 부족’에서 찾느냐에 따라 규범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의 정치제도 개혁안은 ‘민주주의 부족’에 기초해 보수정당 양당체제에 근본문제를 제기하며 이념적, 계층적 참여와 대표의 확장을 위한 제도를 중시하고 있다”며 “반면 다수 정치세력과 주류 언론 등은 잦은 선거에 따른 정치불안과 혼란이라는 ‘민주주의 과잉론’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헌 논의가 정치 제도 논의로 간다면 결국 보수적인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더불어 ‘민주노동당다운 헌법 해석’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정치에 실제 근본규범이 헌법이라고 볼 때 헌법 위의 헌법, 실제 헌법은 국가보안법”이라며 “국보법 체제 하에서 형식적인 대통령제 등 논의에 근본적인 문제제기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여권이 주관하는 개헌 논의에 ‘편승’하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당론에서 정당의 고전적 해석은 갈등”이라며 “대선과 민주노동당의 발전을 연계한다면 민주노동당이 대표할 수 있는 갈등의 독립변수로 정당 기능이 뭘까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은 노동문제를 갈등의 중심축에 두고 있는 정당”이라며 “자기정체성을 분명하게 하고 그에 따른 전략으로 90%를 고려하고, 그 나머지로 다른 상호 관련된 의제들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으로 민주주의 확대? “헌법은 예언서 아니야”

    오동석 아주대 교수도 “민주노동당이 추구하는 개헌 내용은 개헌 없이도 실현 가능하다”며 노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 논의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 교수는 “헌법이 구체화된 모습은 법률, 제도에 의해 규정된 체제”라며 “현행 헌법은 국가보안법 체제가 유효한 가운데 법치주의 법률이 정교하게 개악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헌법을 고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라 현행 헌법의 인권 목록이라도 제대로 실현하는 구체적인 법률과 제도,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며 “의회 다수파가 바뀌지 않는 이상 달라질 게 없다”고 현 시점의 개헌이 무의미함을 주장했다.

    그는 “입법으로 풀지 못한 숙제를 헌법으로 풀겠다는 발상은 벼락치기 책임 회피와 핑계일 뿐”이라며 “헌법은 총괄 기록문서이지 예언서나 기획서가 아니어서 개헌으로 인권, 민주주의가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고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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