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
    한국 인권시민사회도 지지
    “머리카락 드러냈다고 여성이 죽어 나가는 사회는 반인권적인 사회”
        2022년 10월 05일 07: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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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인권시민사회단체들과 이란 유학생들이 ‘이란 히잡 의문사’ 관련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모였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불꽃페미액션, 국제민주연대, 아시아민주주의공동행동 등 41개 인권·여성·국제단체와 이란 유학생들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16일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사망한 22세 여성 마흐샤 아미니 씨를 추모하고 이란 안팎으로 확산 중인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히잡 관련 시위에 대한 이란 정부의 탄압 중단과 진상규명, 히잡 의무착용 단석 중단을 요구했다.

    이란에선 여성들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아미니 씨가 테헤란 시의 도덕경찰에 의해 연행됐다가 3일 만에 사망하자, 경찰은 지병인 심장병으로 쓰러졌고 이틀 후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모 언론에 의해 타살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란 현지에선 진상규명과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로부터 퇴진을 요구받는 이란 최고지도자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히잡 시위를 두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음모”라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경찰은 시위대에 대한 무자비한 강경진압을 벌이고 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이란 여성 아이샤 씨는 “이란은 현재 대단히 긴급한 상황”이라며 현지의 상황을 전했다.

    아이샤 씨는 “이란 정부는 시위를 통제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 통로를 차단하고, 비무장 상태의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다. 시위대가 불법적인 연행을 저지하려 경찰차를 막아서자 경찰은 앰뷸런스로 시민들을 연행하며 시민들의 눈을 속였다. 12세 이하의 남성 청소년들에게 경찰 제복과 지휘봉을 주며 시위대를 폭행하게 했다”며 “과격해진 경찰과 시민의 대립으로 지금까지 80~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사망했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병원에 찾아와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기 때문에 시위 중 부상을 당해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은 힘이 없고 무장할 수 없기에 일방적으로 죽임을 당하고 있지만, 이 정부가 물러날 때까지 목숨을 걸고 혁명을 진행하겠다고 한다”며 “우리를 도와달라. 우리는 평화로운 민주주의 국가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현재까지 150개가 넘는 국가에서 연대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52개 인권시민사회단체와 156명의 개인도 이란대사관으로 항의 입장문을 보냈다.

    이 단체들은 입장문에서 “한국의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이란의 히잡 관련 시위를 지지하며, 히잡 착용이라는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 복장의 표현에 대한 통제, 국가 폭력을 중단한 것을 이란정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란 정부는 여성의 복장의 자유 보장과 국가폭력에 대한 사과가 아닌 강경한 탄압을 하고 있어 사망자는 늘어가고 있다.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시위 80개 도시로 확산되고 있고 이란의 여성들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함께 하고 있을 정도로 여성인권 보장은 모두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머리카락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죽어 나가는 사회는 반인권적인 사회”라며 “종교를 이유로 여성들의 기본권을 탄압하는 구시대적인 정책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들은 또 “히잡 착용과 관련해 붙잡힌 여성이 의문사 했음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 처벌과 재발방지가 없다는 것은 유엔 가입국인 이란이 최소한 지켜야 할 민주주의와 인권 준수 국가의무에도 어긋난다”며 “이란 정부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과 국제인권기준에 맞는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한다. 폭력으로 영원히 인권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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