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는 바지저고리냐? 리더십 문제 있다"
        2007년 02월 09일 06: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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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간 검증 공방이 위태위태하다. 박 전 대표 캠프 정인봉 법률특보의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자료 공개 주장에 정치권 안팎의 비난이 잇따르자,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자제를 지시하면서 겉으로는 검증 파문이 봉합되는 듯하다.

    하지만 이 전 시장측은 “두고 봐야 한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 한편, “차라리 공개하라”며 박 전 대표측의 의혹 부풀리기를 비난하고 있다. 파문의 장본인인 정인봉 특보 역시 “일단은 박 전 대표의 뜻에 따르겠다”면서도 “결국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해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9일 정인봉 법률특보에 대한 일부 언론보도가 “완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아침에 특보와 통화를 해서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 드렸다”고 밝혔다. 이날 일부 언론은 박 전 대표측 정인봉 특보가 오는 13일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도덕성 검증 자료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직접 정 특보의 기자회견을 취소시킨 셈이다.

       
      ▲ 좌로부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사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것은 저의 생각이나 캠프의 생각이 전혀 아니다”며 “(지난 검증논란에서도) 검증은 해야 하지만 개인이나 캠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한다면 당이나 다른 차원에서 할 일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자격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캠프에 들어온 이상 개인 생각이라는 것은 없다”며 “개인 생각은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거듭 정 특보의 주장과 캠프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정 특보의 이 전 시장 검증 자료 공개 주장이 박 전 대표의 네거티브 공세라는 비난이 일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장 이명박 전 시장 캠프에서는 박 전 대표측의 네거티브 공세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박형준 의원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예고편까지 때리는 것은 전형적인 네거티브 전략”이라고 비난했고 정두언 의원은 “도저히 안되니까 마지막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 역시 “김대업식 근거 없는 모략, 의혹제기는 곤란하다”며 “당원들이 냉엄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기자회견 취소 지시에도 불구 “두고 봐야 한다”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캠프 내 다른 관계자는 “완전히 치고 빠지기 수법”이라며 “의혹은 한껏 부풀려놓고 이번에는 우리가 참는다는 식은 너무나 무책임한 구태 정치”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 정도까지 나왔으면 차라리 기자회견을 하라고 해라”며 “뭐가 있으면 우리도 검증 받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전 대표가 몰랐다는데 무슨 핫바지 저고리도 아니고 캠프의 돌출행동은 리더십 문제”라고 공세를 폈다.

    이명박 전 시장도 “최근 들어 여야 할 것 없이 상대팀 9명을 상대로 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다른 대선주자들을 비난했다. 그는 이날 한 초청강연에서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이 전 시장의 경제지도자 자질을 문제 삼은 것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업과 정치가 플레이 방식이 서로 다른 것 같다”며 “우리 정치권은 서로 끌어내리기 위해 경쟁하고, 여의도 여론만으로 정치를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내 경선준비위원회에서도 박 전 대표측을 향한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수한 경선준비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준비위회의에서 “검증 문제, 도덕성 문제를 경선준비위에 제기해서 충분히 거르고 토론하고 결정한다는 것이 준비위를 만든 취지가 아니냐”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개개인이 무책임하게 발언한다는 것은 당 전체, 국민들에게 굉장한 근심과 걱정을 유발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앞으로 이런 일이 우발적이든, 어떻든 간에 재발되지 않도록 각 후보진영 책임 하에서 단속이 돼야 되겠다”고 촉구했다.

    맹형규 부위원장도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캠프에서 검증문제를 다루는 것이나 후보 상호간에 인신공격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부적으로 자료준비는 할 수 있겠지만 그걸 정치적으로 문제 삼고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난했다.

    박 전 대표측 대리인으로 경선준비위에 참여하는 김재원 의원은 이에 “재발방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정인봉 특보에게 아무리 개인자격이라고 해도 국민들 눈에는 결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수차례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며 “절대 하지 않겠다는 확약까지 한 상황에서 기자들과 통화하면서 문제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캠프내에서 정 특보를 통제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향후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 역시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격이 됐다.

    더구나 정인봉 특보는 이날 <레디앙>과 통화에서 “일단은 박 전 대표의 뜻에 따르겠다”며 13일 기자회견은 취소 입장을 밝혔으나, “경선준비위가 너무 늑장을 부리면 결국 (이 전 시장 검증 자료 공개는)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 특보는 “당내 경선준비위의 검증위원회는 원활히 굴러가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어느 후보는 흠이 15개인데 다른 후보는 흠이 3개라면 당장 검증 대상을 한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올텐데 다른 주자들이 납득을 하겠냐”고 말해 이 전 시장에 대한 의혹을 부풀렸다.

    그는 이 전 시장측이 “차라리 기자회견을 하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배째라 전략”이라며 “박 전 대표가 안 하도록 말린다니까 해보라는 건데 내가 진짜 기자회견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반격했다. 그는 캠프에서 미리 중단을 요청했던 것과 관련 “제가 원래 말을 좀 안 들어요”라고 말해 박 전 대표의 제지에도 불구 언젠가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에 직접 나설 뜻을 내비쳤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도 통제하기 힘든 한나라당 대선주자들간 검증 공방이 나사 풀린 수레바퀴의 질주처럼 위태위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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