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돕기로 결단하는 행위,
    충분히 실천적이고 급진적이다
    [서평] 『21세기 상호부조론』(딘 스페이드(지은이)/ 니케북스)
        2022년 09월 23일 10: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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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립된 개인, 사회는 무너지고 있다
    – 위기에 강한 조직, 상호부조 조직을 만들자

    수원 세 모녀, 광주광역시 자립준비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이 연이어 발생되었다. 이 참혹한 사연을 기사로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 경제 선진국이라 자랑을 하고, K-영화, K-푸드니 전 세계가 부러워한다며 우리 스스로를 지켜 세우고 있지만, 이런 빛나는 성과 뒤에 감춰진 참혹한 사회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에게 국가와 사회는 존재하는 것인가?

    한국인 5명 중 1명은 고립된 상태

    2021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의하면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람이 약 20%가 되었다. 같은 조사에서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해야 할 경우 도움 줄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10명 중 3명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는 2019년 조사보다 모두 늘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우울한 지표이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친목·사교, 취미할동, 종교단체, 시민단체 등 단체 활동에 참여한 사람은 35.8%로 2019년 66.1%에서 절반 이상 줄었다. 이는 매우 심각한 통계라고 할 수 있다. 북유럽에서는 단체 활동 참여율이 70~90%가 넘는다. 대표적인 사민주의 국가인 스웨덴의 경우 90% 가까이 된다. 그런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 폐지를 추진한다고 보도가 되었다. 참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미국, 코로나 팬데믹으로 1,000가 넘는 상호부조 조직이 생겨

    미국에서는 코로나로 일상이 마비되고 극단적인 불평등 상태에 놓이게 된 많은 시민들이 서로를 돕는 크고, 작은 상호부조 조직이 1,000개 이상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국가의 자원이 미치지 못하거나 충분하지 못한 개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가 힘을 합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행동이다. 이러한 상호부조의 토대가 그 사회연대를 발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우리는 삶의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서로를 돕는다는 것을 앞서 이야기한 개인의 고립감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치이며 이는 사회를 매우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연대주의에 입각한 사회계약에서 매우 중요한 토대일 것이다. 국가와 개인의 사이에 사회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웨덴, 핀란드 등 사회민주주의 국가의 토대는 이런 상호주의와 연대주의의 기반 위에 있다는 것은 많은 학자들이 이미 연구한 결과 아니던가. 학자들은 이를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도 노동공제연합 풀빵을 중심으로 상호부조 노동공제 운동이 생겨나

    우리도 전통적인 상호부조 조직인 생활협동조합이나 다양한 상조회가 있다. 최근에는 특히 노동공제라는 이름으로 노동자가 서로를 돕는 상호부조 조직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섬식품노조 봉제인공제회가 있다. 봉제인공제회는 봉제인이 만든 노동공제를 품은 노동조합으로 2018년 창립을 하여 역동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올 초에는 영남지역 대리운전 노동자가 만든 카부기상호공제회가 생겼다. 그 외에도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공제회 좋은이웃이 안산 지역을 중심으로 7년 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고, 경기북부 지역의 열악한 노동자의 현실을 극복하고자 ‘경기북부노동공제회’가 10월 창립을 앞두고 열심히 조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고 있는 ‘노동공제연합 (사)풀빵’이 작년 창립을 하여 다양한 노동공제(회)가 조직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다.

    서로를 돕기로 결단하는 일은 충분히 급진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미 있는 책이 최근 출간되었다. 딘 스페이드의 ‘이번 (그리고 다음) 위기 동안의 상호부조와 연대’라는 책이 <21세기 상호부조론>(니케북스)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출판이 되었는데, 미국에서 2020년 저술이 되어 최근 장석준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이 옮겼다. 책에서는 상호부조가 무엇인지 서술을 하였고, 상호부조 조직을 운영함에 있어서 필요한 세세한 부분까지 제안되어 있다.

    책에서는 상호부조의 세 가지 핵심 요소로 ‘첫째, 상호부조 프로젝트는 생존과 관련된 필요를 충족하며, 사람들이 필요한 바를 얻지 못하는 이유에 관한 공동의 인식을 구축한다. 둘째, 상호부조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운동에 참여하게 하고 연대를 확장하며 운동들을 구축한다. 셋째, 상호부조 프로젝트는 구세주를 기다리기보다는 집단행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참여적 성격을 지닌다.’로 나열되어 있다.

    보통 우리가 인식하는 상호부조는 계 모임을 떠올리거나 어떤 단체의 상조회 수준으로 인식하기 쉬운데 책에서는 상호부조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집단행동까지 진행하는 조직결사체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지금 한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노동공제운동과 방향이 동일하다. 노동공제운동은 노동자의 좋은 삶을 위한 실질적 노동복지 토대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법과 제도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장치로 기획되었다.

    한국의 맥락 속에서 노동공제운동의 개량주의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상당한 오해다. 서로가 서로를 돕는 힘이 토대가 되어 이 힘으로 연대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획은 실천적이면서도 급진적이다. 저자인 딘 스페이드가 주장하는 것과 일치한다. 저자도 책에서 이 상호부조 운동은 충분히 급진적인 운동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 더욱 유용한 것은 2부에서 이야기하는 상호부조 조직을 건설, 운영함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을 제시한 것이다. 이론가들에게는 너무 시시할 수 있지만, 반대로 조직을 조직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갈등을 조절해야 하고 재정을 고민해야 하고 회의를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는 활동가로써 당면과제인데 이 책에서는 이 고민을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배처럼 제시하고 있어서 활동가에게 꼭 필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

    기후재난, 불확실한 경제환경, 조금만 한눈팔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상황 속에서 누군가 손 내밀고 함께 어께걸고 한 발 한발 나갈 수 있는 존재를 만드는 일은 국가와 개인 사이에 사회를 복원시키는 이다. 우리사회가 개인의 고립 넘어 연대성을 회복하기 원한다면, 지금 당장 주변 사람들과 상호부조 조직을 만들길 제안한다.

    필자소개
    상호부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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