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계를 넘나드는 손학규 행보는?
        2007년 02월 08일 06: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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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향한 시선이 심상치 않다. 아무리 여권 후보가 없다지만 한나라당 대선주자로까지 나선 손 전 지사에 대한 범여권후보 적합도 조사는 황당하다. 문제는 손학규 전 지사 역시 스스로 이 심상치 않은 시선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손학규 전 지사는 8일 “햇볕정책은 폐기의 대상이 아니라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서대문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합의한다면 우리 정부는 좀 더 과감하고 포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손 전 지사는 특히 “저 자신은 정파에 관계없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해 온 사람”이라며 “햇볕정책이 북한 사회의 개혁, 개방을 유도하고 남북통일의 기반을 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략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충실한 내용, 정치적 이용을 배제, 국제적인 공조를 전제로 “한나라당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지지가 오히려 남북정상회담의 정치적 이용을 막을 수 있다는 ‘역발상’을 주문한 것이다.

    손 전 지사는 더불어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자발적 개방’을 해야 도와줄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상호주의”라며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우리가 능동적으로 유도해야한다는 대북포용정책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햇볕정책에 대한 한나라당의 기존 입장을 비판했다.

    그는 나아가 “차제에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회귀는 안 되고 수구보수의 길은 미래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의 이같은 주장에 당장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과 같다며 호남 민심을 의식한 발언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더불어 손 전 지사의 이날 발언은 그의 “정운찬, 진대제, 손학규가 모이면 드림팀”류의 발언과 함께 그의 여권행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확대시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손학규 전 지사는 “김대중 정권 때도 야당의원으로, 그리고 도지사 입장에 있었지만 일관되게 공개적으로 햇볕정책을 지지해왔다”며 “햇볕정책 계승 발전은 새로운 환경에 듣기 좋은, 일시적인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철학과 소신에 의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 캠프의 핵심 관계자 역시 “6자회담으로 남북관계, 북핵 이슈가 나오고 있어 평소 소신을 다시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시장이 전날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외교안보 관련 구상을 밝혔고 한나라당내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반대 주장이 나오고 있어 ‘차별화’ 차원에서 입장을 밝혔다는 설명이다.

    손 전 지사는 이날도 한나라당 다른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7% 경제성장률 공약을 비판하며 차별화 전략을 폈다. 손 전 지사는 “미국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미국경제 성장률 몇%, 일자리 몇 개 만든다고 한 것을 본 적이 있냐”며 오히려 “북한이 경제개발 5개년, 10개년 계획이나 1,000불, 2,000불을 설정 할 것”이라고 말해 ‘시대에 맞지 않는 정책’으로 평가절하했다.

    특히 손 전 지사 캠프는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에 고무적인 분위기다. 캠프 관계자는 “정치구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손 전 지사의 여권행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양강 구도 하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끊임없이 탈당 가능성을 일으킨 측면이 적지 않다는 시각이다.

    손 전 지사는 최근 범여권 후보적합도 1위에 이어 전날 한길리서치 조사결과, 전체 대선후보 지지율에서도 8.9%의 지지율을 얻었다. 그간 4~5%대의 지지율을 쉽게 넘어서지 못했던 손 전 지사다.

    손 전 지사측은 “여론주도층인 수도권 40대 남자들의 지지가 높다”며 “전문가그룹에서 여론주도층으로 지지가 확산됐고 여세는 계속 일반층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결국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때가 올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 당심도 민심과 같이 갈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한나라당 경선 방식이 결국 국민 참여 확대로 변화할 것이라는 확신도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한다.

    손 전 지사는 이날 햇볕정책 계승이나 남북정상회담 개최 주장이 한나라당 당론과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면 이게 당론이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손 전 지사의 자신감도 최근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 역시 손 전 지사의 최근 움직임을 ‘차별화 행보’로 해석했다. 그는 “손 전 지사가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정치꾼으로 만드는 차별화 행보에 박차를 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햇볕정책 계승·발전 주장 역시 여권행을 위한 ‘포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손학규 전 지사에게 (범여권 후보에 대한) 유혹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면서도 “범여권 후보로 맘 먹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탈당을 하자면 ‘이인제 효과’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범여권의 단일후보가 될 수 있느냐는 점에서도 ‘모험’이라는 평가다.

    김 교수는 “선거전이 아직도 완전히 시작된 것은 아니다”며 “유권자들이 TV 토론 등을 통해 후보를 직접 검증하게 되면 판이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말해 그 이전에 손 전 지사가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손학규 전 지사의 최근 행보와 관련 “가능성이 최대한 커지는 구도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 소장은 “손 전 지사의 발언은 보수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을 향한 주파수가 아니다”며 “당내 경선 전략으로는 보이지 않고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의 위상을 포기하고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손 전 지사의 지지율 상승 가능성에 대해 “일부 여권 표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만한 여권 후보가 있느냐 하는 점에서 어느 정도 지지율의 추가 상승이 있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제 여당 탈당파가 움직여 정운찬이나 한명숙 등 대안 인물이 부각되면 손 전 지사 혼자 독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손 전 지사측이 주장하는 폭발적인 지지율 상승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더구나 당 밖의 지지율 상승이 당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손 전 지사측의 기대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손학규 전 지사의 지지율이 8.9%로 나타난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층의 손 전 지사 지지율은 4.7%였다. 반면 이명박 전 시장은 55.6%, 박근혜 전 대표는 31%였다.

    그는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따른 여론의 반응에 대해서는 “더 이상 국민들은 당을 옮기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며 “김민새만 있고 손학새는 없으란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홍 소장은 최근 한나라당 안팎에서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측과 박근혜 전 대표측의 대결 양상이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손 전 지사가 굳이 탈당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당이 분열되고 중도성향 의원들과 뭉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민전 교수도 “손 전 지사에게 제일 좋은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기획 박성민 소장은 “손 전 지사가 경계를 즐기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손 전 지사 본인은 한나라당 후보라는데 언론과 조사기관이 범여권 후보로 너무 앞서가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도 “손 전 지사가 신념으로 평가받지 않고 오락가락하며 대중의 욕구에 맞추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손 전 지사의 지지율 상승과 관련 “제3후보로 조금 상승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나 고건 총리처럼 확 올라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한나라당 카드로는 매력적이지 않고 그동안 뜨지 않은 이유가 있을 텐데 이를 반전시킬 계기가 아직 보이지 않아서 지금도 그것과 유효한 흐름”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박 소장은 “손 전 지사 본인이 빨리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그는 “우리는 정몽준, 조순, 최근의 고건까지 경계를 넘나들던 사람들을 이미 많이 봐 왔다”며 “그 정치인들이 왜 몰락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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