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 비난 국민의힘...
    노동계 “우리가 황건적? 저들은 십상시”
    "현대차 등 대기업 불법행위에 책임 물은 적 있나"
        2022년 09월 21일 04: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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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정기국회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이라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노동·시민사회계는 “정부를 책임지는 이들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노골적으로 기업의 편에 서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100여개의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이 연대하는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일부 국회의원들이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에 대해 막말을 지속하는 이유는 자명하다”며 “그들은 국민을 위하는 자들이 아니라 이윤밖에 모르는 기업 편에 서있는 자들”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사진=노동과세계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정의당이 노란봉투법을 당론으로 발의하자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에 불과하다”며 “입법으로 불법을 만드는 기이한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노란봉투법에 대해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는 헌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라며 “노란봉투법이 헌법에 어긋나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이끈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차별 받고 목숨 걸면서 힘들게 저임금 받으면서 일하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황건적인가? 여당 의원이라는 사람 입에서 나올 얘기인지 정말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며 “우리가 황건적이면 권성동 의원은 뭔가. 그들은 권력에 빌붙어서 국민과 노동자들의 피를 빨고 함께 시작되는 십상시들과 다르지 않다”고 맹비판했다.

    김 지회장은 “우리를 황건적에게 비유한 걸 보면 지금이 정말 난세라고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이 난세의 책임이 저임금 받으면서 열심히 피 흘리고 땀 흘리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책임인가”라며 “그들이 왜 이렇게 절박한 투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꼭 한번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 3조 개정안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과 ‘무분별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금지’를 골자로 한다. 전통적인 고용형태를 벗어난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 등이 크게 늘어난 만큼 노동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재정립해, 노동자 정의에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를 포함하고 이들에 대한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분명히 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해선 기업이 손배를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정부여당은 이 같은 법안을 두고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인 최진협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파업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다. 국민은 노동3권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조차 결여되어 있다”며 “노동자의, 국민의 기본권인 파업을, 파업권을 불법으로 내모는 것에 혈안이 된 국민의힘에 국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기업의 불법엔 왜 눈 감나

    노란봉투법은 2013년 정리해고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에서 비롯됐다. 이후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계속 발의되긴 했지만 처리되진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임금 정상화를 위한 ‘합법 파업’ 이후, 사측에서 470억 원의 손배를 청구하면서 노란봉투법 입법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운동본부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쟁의행위 절차를 모두 걸친 합법파업이었다. 단지 하청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임금 30% 원상회복’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됐다”며 “대우조선해양이 구사대를 동원해 하청노동자들에게 폭력을 가하자 그것을 피하려고 자신의 몸을 좁은 틀에 가둔 채 농성을 했다는 것도 불법으로 규정된 이유였다. 평화적으로 농성한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가하고도 ‘불법’으로 내몰아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노조법”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기업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전혀 문제 삼지 않는 점도 비판했다.

    이 단체는 “대우조선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에 구사대를 동원한 대우조선해양의 폭력을 국민의힘은 문제 삼은 적 있나. 불법파견으로 거액을 착복하고도 이를 되돌리려 투쟁한 하청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불법행위에 대해 당신들은 책임을 물은 적이 있나”라며 “‘불법은 안 된다’는 당신들의 주장은 왜 늘 노동자들에게만 향하느냐”고 물었다.

    발의만 된 상태의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대통령실을 향해서도 “윤석열 정부는 재벌들이 분식회계, 불공정거래, 부당노동행위, 배임,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해도 처벌을 면하도록 해 달라는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해서 경영인의 형벌을 경감하는 TF를 구성했다”며 “기업들의 불법에는 참으로 관대한 이 정부가 살기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에게는 너무나 잔인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노동자가 사용자와의 교섭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운동본부는 이날 노란봉투법 취지와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면담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회신을 받지 못해 성사되지 못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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