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박근혜 경제논쟁 더 하라"
        2007년 02월 08일 03: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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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은 아니라고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는 경제문제가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 것 치고는 경제 문제에 대한 대권주자들의 논쟁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경영을 해 본 사람이 경제를 잘할 수 있다’는 일각의 포퓰리즘과 ‘재벌에 헌신한 사람이 무슨 경제지도자냐’는 식의 포퓰리즘적 역공이 고작이었다. 

    최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사람경제론’을 둘러싸고 박 전 대표와 민주노동당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공방은 환영할 만한 것이다. 미래, 민주, 개혁, 중도, 평화, 통합 등 자신의 정체성을 가리는 게 목적인 듯 보이는 ‘반정체성’의 겉포장을 뜯어내고 각 정파의 ‘정체’를 백일 하에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겠기에 그렇다.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커밍아웃’은 용감한 데가 있다.

    ‘사람경제론’의 핵심은 잠재성장률 5%에 통치권자의 효율적(?) 리더십에 따른 추가 성장 요인 2%를 더해 연 7%의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건 추가성장 요인 2%다.

    박 전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무너진 국가 기강으로 인해 낭비되고 있는 1%, 불필요한 규제와 외교 역량 부족으로 도망가고 있는 1%만 더해도, 현재의 5%에 2%를 더해 7%는 충분히 가능하다"

    ‘무너진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방법으로 박 전 대표가 제시하는 건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법 질서 확립이다. "불법 시위 등으로 1년에 12조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이렇게 하면 성장률을 1%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또 출총제 폐지, 수도권 규제 완화, 반기업 정서 해소 등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제도적, 심리적 요인의 해소를 통해 나머지 1%의 추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논리는 일면 단순해 보이지만 우파가 대체로 공유하고 있는 몇 개의 경제관을 전제하고 있다. 먼저 ‘선성장-후분배’의 논리다. 박 대표의 측근인 최경환 의원은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와 소득이 생기고 경제 활력을 높이는 방법이 양극화 해소의 제1정공법"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대기업이 흥하면 중소기업도 따라서 흥할 것이라는 일종의 ‘트리클 다운’ 논리다. 역시 최경환 의원은 "대기업이 장사가 잘 되어야 대기업 앞의 밥집도 장사가 잘 되는 평범한 이치"라고 했다. 셋째, 기업 투자의 부진 원인을 과도한 ‘규제’와 ‘반기업 정서’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넷째, 각종 시위 등을 ‘불필요한 비용’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다섯째, 감세와 공공부문의 축소는 ‘선’이라는 인식이다.

    이 모든 ‘전제’는 사실 전제가 아니다. ‘이론’이 많은 ‘주장’들이다. 정작 논쟁이 필요한 건 이 ‘전제’들에 대해서이다. 금융자본주의 시대에도 성장이 일자리 창출에 직결되는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연장선에서 ‘성장 일반’이 아니라 ‘어떤 성장이냐’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법 하도급 관행이 판치는 현실에서 ‘대기업’의 성장 과실이 ‘중소기업’에 어느 정도 분배되는 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분배율을 현재의 수준에서 고정한 상태에서 대기업의 성장을 유도하는 것과 중소기업에 좀 더 유리하게 분배율을 조정함으로써 ‘동반성장’을 유도하는 것,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이 경제의 총량적 성장에 보탬이 될 것인지도 짚어봐야 한다.

    기업 투자의 부진 원인을 보는 시각도 여러가지다. 각종 규제를 투자 부진의 원인으로 든다면 지금보다 ‘규제’가 많았던 개발독재 시기에는 왜 경제성장률이 높았는지 설명이 안 된다.

    경제전문가인 김종인 의원은 "규제가 많아도 돈 벌이가 되면 기업들은 투자한다"고 했다. 곧 투자처의 문제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 문제라는 얘기다. 주주자본주의가 생산적 투자를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각종 불법 시위를 ‘비용’으로 여기는 것도 그렇다. 불법 시위는 ‘폐지’되어야 할 것이라기 보다는 ‘해소’되어야 할 것이란 반론이 가능하다. 불법 시위는 우리의 정치사회적 수준의 정확한 반영일 것이기에 그렇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이른바 ‘불법’ 시위는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한미FTA를 밀어붙인 정부의 반민주적 행태에 대한 정확한 반작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박 전 대표는 불법 시위 ‘엄단’을 얘기하기에 앞서 불법 시위가 불필요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했다. 최경환 의원은 "국민들이 땀 흘려 번 돈을 세금으로 떼어가서 그냥 나누어 먹거나 임시직 일자리를 만들어 나눠먹기 하자는 방안은 하수 중의 하수요, 지속될 수도 없는 꼼수"라고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이 말을 이렇게 살짝 비틀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법의 권위를 인정하도록 만드는 리더십은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들의 ‘불법’ 시위를 막겠다고 하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요, 지속될 수 없는 꼼수다"

    감세와 공공부문의 축소도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다. 경제 운용의 목표를 무엇으로 놓느냐에 따라 적정선을 달리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어느 경우건 기술적 낭비요인이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건 전제다. 기술적 낭비요인을 없앤다는 것과 불요불급한 공공부문을 없애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물론 박 전 대표의 처방전대로 할 때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2%의 추가성장을 이루는 게 과연 ‘경제학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별도의 논쟁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논쟁거리다. 기왕 논쟁을 시작한 마당이다. 박 전 대표도 안전한 개념적 진지의 성채 안에서 대포만 쏴댈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개념의 성채를 넘나드는 백병전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래야 논쟁이 좀 더 생산적일 수 있다.

    민주노동당 대권주자들에게도 주문하고 싶다. ‘7% 성장률은 신이 와도 달성 못한다’는 식의 정치적 수사도 필요하겠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좀 더 깊고, 좀 더 전면적인 토론에 나섰으면 싶다. 민주노동당 대권주자들 사이에서도 경제 정책에 대한 상이한 철학과 비전이 분명하게 드러났으면 좋겠고, 상호간에 적극적인 논쟁도 일었으면 좋겠다.

    박 전 대표와 민주노동당 대권주자들의 경제 공방이 보수와 진보의 참다운 정책 논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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