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를, 무엇을 위한 개방경선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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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2월 08일 11: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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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에서는 ‘당원 이외의 자가 참여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당헌의 부칙 조항으로 덧붙이는 개방형경선제를 표결 끝에 9명중 6명의 찬성으로 채택했다고 합니다.

    그 당헌 개정안 ‘초안’은 당원이 51%, 당원 이외의 사람에게 49% 개방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선거인단의 기준은 △당원의 추천을 받은 사람 △당을 후원하는 사람 △ 소정(5000원)의 회비를 납부하는 사람 등이라고 합니다.

    개방형경선제를 찬성하는 논리들

    최고위원회에서 표결까지 갈 정도로 찬반이 엇갈렸다면 자신들의 주장을 어떤 식으로든 더 많은 당원들에게 알리고 싶었을텐데 그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최고위원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어쨌든 왜 개방형경선제를 주장하는지 알고 싶어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다음과 같은 몇가지 개인의견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진성당원에 의한 투표를 포함하여 비당권자에게 일정한 조건을 통해 투표권을 열어주자는 것입니다. 물론 오픈프라이머리는 더더욱 아닙니다. 비슷하지도 않습니다. 당의 정체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자는 안입니다."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

    "당의 위기를 타개하고 기층민중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 아닌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개방형경선제를 도입하자. (당게시판)

    "선거인단 모집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해 가며 당원들이 지역을 훑으며 지역활동을 넓힐 수 있다. 국민들이 보기엔 민주노동당은 너무 닫혀 있는 이미지다. 민주노동당이 대중정당이라면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주변의 지지자, 연고자들의 선거인단 참여를 디딤돌로 이후 당원가입으로 이끌수 있다." (당게시판)

       
      ▲ 2004년 원내진출 이후 첫번째 열린 당대회 전경
     

    내가 당원직선제를 주장하는 이유들

    하지만, 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개방형경선제를 반대하고 당원직선제 유지를 주장합니다.

    1. 개방형경선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개방형경선제를 도입하면 대중성이 확보되고 기층민중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데 제가 보기엔 국민들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습니다.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5~10%로 주저 앉은 근본 원인은 고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이벤트성 행사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믿음은 순진하고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더구나, 이미 2002년 열린우리당에서 써 먹은 방법을 그냥 따라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진보정당이 창의적이지는 못할 망정 남들이 지나간 길로, 5년이 지난 후에, 그것도 불완전한 제도로 따라가는 것은 창피한 일입니다.

    2.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개방형경선제인가

    개방형경선제가 당의 정체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자는 안이라는데, 솔직히 저는 당의 정체성 만이라도 제대로 지켰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2002년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당을 흔들어대던 외부세력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무려 49%를 당원 이외의 사람에게 개방한다면 당의 정체성은 또다시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개방형경선제를 강행하려는 세력이 주로 NL계열로 알려져 있고, 선거인단으로 참여가 예상되는 조직 모두가 그들의 영향 아래 있는 조직인 상황에서 누구라도 대선 과정에서 그들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술책이라는 판단을 하게 될 것입니다.

    3. 당원직선에 의한 대선후보 선출 한번이라도 제대로 해봅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는 권영길 후보가 단독 출마하여 후보로 선출되었던 터라, 실제로 제대로 된 대선 후보 경선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결국 실제로 당원 직선에 의한 대선 후보 선출을 한 번도 못해보고 당원직선제를 폐지하고 개방형경선제로 가려는 것입니다. 당원직선에 의한 대선 후보 선출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해 봅시다.

    4. 겉으로는 개방형경선제 속으로는 민중참여경선제

    당의 대중성을 높힌다면 차라리 무작위 추출을 통해 일반 국민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말이 됩니다. 하지만, 당헌 개정안의 선거인단의 기준인, 당원의 추천을 받는 사람, 당을 후원하는 사람, 소정의 회비를 납부하는 사람으로 한정하면, 처음 주장하던 민중참여(민주노총,전농,한총련 등)경선제로 되돌아가 버립니다. 결국 개방형경선제는 당정체성은 정체성대로 잃고 소위 운동권들의 잔치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5. 한번 무너뜨린 당원직선제의 원칙은 되돌리기 힘들다

    이번 당헌개정안은 반대자들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조그만 완충 장치를 넣어 놓은 것 같습니다. 이번 대선에 한해 투표권을 개방하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번 당원직선제의 원칙을 풀어버리면 다음에는 훨씬 쉽게 당내 선거 투표권을 개방할 명분이 됩니다.

    더구나 한 번 풀어 놓은 당원직선제 원칙은 당헌을 개정해야 하므로 적어도 10년 간은 되돌리기 힘들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향후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선출 시기마다 늘 투표권 문제로 발목이 잡히게 될 것입니다.

    6. 검증되지 않은 특이한 제도를 왜 굳이 도입하려는가

    찬성하시는 분도 아시다시피 개방형경선제는 정당조직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미국에서 그것도 50개 주 중에서 10여 개 주에서만 채택하고 있는 아주 특이한 제도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돈으로 조직이 유지되는 보수정당들이 궁여지책으로 채택하고 있는 개방형경선제를, 당원직선제의 원칙을 갖고 있는 민주노동당에서 채택하려는 것은 한 마디로 코미디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민주노동당만이라도 당원들에 의한, 당원들을 위한, 당원들의 정당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7. 개방형경선제를 반대하는 당원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들어 주십시오

    많은 당원들이 다음과 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경청하여 주십시오.

    "선거인단 요건과 모집방법을 보면,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매우 커 오히려 내부 분란이 일 수 있고, 50만 선거인단 모집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당내 선거 대부분이 줄서기 투표로 진행되고 있는데, 후보들이 조직하고 제단체에서 조직하는 선거인단을 통해 제대로 된 대중여론의 반영이 될 수 있겠는가? 누가누가 세가 크냐는 선거로 전략할 것이다."

    "대선에 이어 바로 총선인데, 당원들이 뽑아 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사람이 선출되어 총선까지 대표성을 가지고 당을 진두지휘 하는게 맞다. 왜 우리가 보수정당을 따라 해야 하는가?"

    "5000원으로 투표할 수 있다면, 나도 탈당해서 49% 선거인단에나 들어야겠군."
    "진보정당 후보를 인기투표로 정하자는 것인가?"

    "위험(?) 무릅쓰고 당에 함께 하고 있는 전교조, 전공노 등 당우들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할 듯"
    "당원으로 남아 있지 않아도 당의 중요한 선택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 이러면 굳이 민주노동당 당원자격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

    국민 관심과 흥행 필요면 권역별 순회 경선제를 하라

    아직 민주노동당 하면 권영길밖에 모르는 국민이 반이 넘습니다. 회사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문득 이 얘기가 나왔는데 직원 7명 중 현재 당내 후보 서너 명이 경선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운동권 동창회로 전락할 개방형경선제를 하느니, 국민들의 관심과 흥행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당원직선제를 권역별로 순회하며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실무적으로 좀 다듬어야겠지만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해보는 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기는 6월초부터 7월 중순까지 약 6주간으로 하고, 제주도에서 첫 주 경선을 시작해서, 둘째 주에는 영남권 (경남,경북,부산,대구,울산), 세째 주는 호남권(전남,전북,광주), 네째 주는 충청-강원권(충남,충북,강원), 다섯째 주는 경인권(경기,인천), 그리고 마지막 주에는 서울에서 당원들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경선을 치러 당원들과 국민들의 관심을 높인다면, 민주노동당의 정책과 대선 후보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국민들에게 신선한 당원직선제의 맛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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