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당구도' 합종연횡 민생에 독되나
        2007년 02월 07일 07: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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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한나라당 주도의 다당구도가 형성되면서 그동안 당정이 추진해온 주요 법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 제 1당이 된 한나라당은 정치적 책임성 때문에, 탈당 의원들은 노대통령과의 차별화 필요성 때문에 이들이 좌우로 한두 클릭씩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개별 법안에 따라 다양한 합종연횡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법률 같은 자본이 요구하는 대목에서는 정책 ‘대연정’이 더 수월해지는 반면, 주택법 개정안 등 국민의 지지를 받지만 자본의 요구에 반하는 부분은  ‘원안 통과’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법안 처리의 방향은 원내 1당의 지위에 올라선 한나라당과 별도의 교섭단체 등록을 추진 중인 여당 이탈파의 태도에 의해 상당 부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사학법 재개정-기타 법안 연계 않겠다" 

    한나라당의 태도를 규정하게 될 가장 큰 변수는 사학법 재개정과 기타 법안의 연계 여부다.

    이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은 "사학법을 걸어서 국회를 올스톱시키지는 않겠다"(김충환 공보부대표)는 것이다. 원내 1당의 지위를 얻으면서 국회 운영의 키를 쥐게 됐지만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 의지를 접은 건 아니다. 한나라당은 9일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대표와의 회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날 회담 의제에는 사학법 재개정과 사법개혁안 등이 포함되어 있고, 당 관계자들은 ‘사학법-사법개혁안’ 빅딜설을 흘리고 있다.

    김충환 공보부대표는 "이번 회담에서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일정한 합의가 이뤄지면 여당의 반대가 다운될 것으로 본다"면서 "사학법 재개정이 이번에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또 "사학법 재개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한나라당이 손해볼 것은 없다"며 "여당에 대한 교계 등의 반대 여론은 한나라당에 반사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여당 탈당파도, 잔류파도 수용 힘든 ‘사학법-사법개혁안 빅딜’

    물론 9일 회담에서 ‘빅딜’이 이뤄지더라도 여당이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17대 국회에서 성과를 낸 유일한 개혁법안이 사학법인 까닭이고, 그나마 남아 있는 지지층마저 돌아서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한나라당 전선 구축이라는 대선 전략과도 어긋난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집단탈당파도 사학법 재개정을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7일 "개방형 이사제 등 근간 자체를 허물어뜨릴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위해 당을 깨고 나온 이들이 노 대통령이 제안하는 ‘빅딜’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부담스럽다.

    사학법 재개정이라는 지뢰를 제거할 경우 다른 주요 법안은 표결 처리라는 정상적인 수순을 밟게 된다. 이 때 변수가 되는 것은 원내교섭단체 등록을 추진 중인 여당 이탈파의 태도다.

    이 모임의 대변인격인 양형일 의원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참여해서 당론으로 결정한 정책적 기조에 대해서는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국민연금법 개정안, 기초노령연금법 도입안, 로스쿨법안 등에선 대체로 여당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 탈당파,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에선 보조 맞출 듯

    이 경우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국민연금법 개정안, 기초노령연금법 도입안은 열린우리당, 여당 탈당파, 민주당의 찬성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많다.

    한나라당은 반대 입장을 갖고 있지만 표결 자체를 저지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나경원 대변인은 "법사위에서 기존 법안대로 통과시켜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민주노동당은 반대 표결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교육위에 계류중인 로스쿨법의 경우 한나라당의 입장이 분명치 않다. 당 교육위원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9일 회담의 결과를 일단 지켜보자는 흐름이 강하다.

    만약 한나라당이 반대 당론을 정할 경우 상임위 통과도 만만치 않다. 민주노동당이 반대 당론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 의석 분포는 여당 9명, 한나라당 8명, 민주노동당 1명이다.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려면 민주당의 찬성을 끌어내야 한다. 로스쿨법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아직 분명치 않다.

    출총제 개정안, 여당과 한나라당 정부안 수용할 듯 

    국회 정무위 소관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경우 핵심 쟁점인 출총제 관련 내용은 정부의 안대로 상임위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법안 가운데 출총제 관련 내용을 정부의 안대로 우선 처리해줄 방침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6일 국무회의를 열어 출총제 적용을 받는 기업들의 출자한도를 순 자산의 25%에서 40%로 상향 조정하고, 지주회사의 부채 비율을 자본 총액 대비 100%에서 200%로 완화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한 상태다.

    탈당 사태 직격탄 맞은 주택법개정안  

    여당 분당의 후폭풍을 직접적으로 맞을 가능성이 큰 법안은 원가공개 확대와 분양가 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개정안이다. 한나라당은 이 법안의 내용 중 공급 확대안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원가공개 확대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제는 건교위에 조일현, 박상돈, 서재관, 장경수, 정성호, 주승용 의원 등 여당 탈당파 의원이 6명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것.

    이들 가운데 박상돈, 주승용 의원 등은 원가공개 반대론자다. 강봉균 의원은 "탈당하더라도 부동산 대책은 여당 당론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다른 탈당 의원들이 어떤 의견을 낼 지는 미지수다.

    현재 건교위 의석 분포는 열린우리당 6명, 여당 탈당파 6명, 한나라당 11명, 민주당 1명, 민주노동당 1명, 국민중심당 1명이다.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여당 탈당파의 일부가 반대로 돌아서면 상임위 통과도 힘들다. 게다가 정반대의 방향에선 민주노동당이 "짝퉁 원가공개"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헌도 물 건너가나

       
      ▲ 지난달 9일 개헌에 대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는 노무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노 대통령이 임시국회 후 발의할 것이라고 밝힌 개헌안도 집단 탈당의 유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이들 탈당파 의원들마저 발을 뺄 경우 개헌안은 제대로 된 공론화의 과정도 거쳐보지 못하고 소멸할 수 있다.

    김한길 의원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의 내용은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시기에 대해선 국민들이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안 되는 줄 알면서 발의했다가 통과되지 못했을 때 불필요한 국력 소모의 책임은 여당에게 돌아간다. 걱정은 걱정"이라고 했다. 연내 개헌이 불가능한만큼 그만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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