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별노조 내부 조직갈등의 해법
    [기고] 공공연구노조 탈퇴한 지부들이 결성한 공공전문노조 경우
        2022년 09월 16일 03: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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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운수노조는 9월 21일 개최하는 제2차 중앙위원회에서 공공전문노조 등 5개 단위노조 가입 승인에 관한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공공전문노조는 공공운수노조에 현재 소속하고 있는 공공연구노조에서 탈퇴한 지부들이 결성한 또 하나의 산별노조이다. 공공전문노조가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하게 되면 공공운수노조에 공공연구노조와 동일한 기본조직을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공연구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현정희 집행부는 민주노총에 함께 하겠다고 하는 조직을 외면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공전문노조를 승인하면 공공운수노조 내부에서 심각한 후폭풍과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업종본부, 소산별노조, 지역지부, 업종지부 등 공공운수노조를 구성하고 있는 초기업 산하 조직에서 일부 직종이나 사업장이 사업 방향, 조합비, 선거 결과 등에 불만을 품고 탈퇴하여 기업별노조나 소산별노조로 가입할 경우 인정해야 하는 전례를 만드는 것이다. 가령, 의료연대본부를 탈퇴하여 의료연대 2본부를 만들더라도 공공운수노조가 승인하지 않을 근거가 사라진다.

    초기업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운수노조에 속한 기업별노조와 경합을 벌이는 복수노조가 공공운수노조의 사업과 투쟁 방침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하면서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하겠다고 하면 이번 사안이 전례가 될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지역지부에서 탈퇴하여 지역본부나 업종본부로 직가입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건이 공공운수노조 내부에서 수시로 일어나게 되면, 조직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지고 질서와 규율이 무너진다. 그와 같은 조직 갈등을 다루느라 중집위, 중앙위 등 각급 회의체가 제 기능을 못할 수도 있다.

    이번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공공운수노조의 공공기관노조 사업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공연구노조는 공공운수노조 소속 공공기관노조(135개)의 약 45%(60여개)를 차지하고 있고, 이명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노조 탄압 과정에서 공공운수노조의 방침에 따라 가장 끈질기게 투쟁한 조직 중의 하나이다. 공공연구노조 현장과 각 지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공전문노조 가입을 승인한다면 공공기관노조 전체의 단결과 투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동안 민주노총 산별조직 사이에서 조직 갈등은 적지 않게 발생하였다. 공공운수노조 전신인 공공연맹과 보건의료노조 사이에 벌어졌던 국립대병원지부 집단 탈퇴 건, 강원랜드노조를 둘러싼 공공운수연맹과 민간서비스연맹의 갈등, 화물연대-택배노조 관련한 갈등 등 조직 갈등은 매번 논란이 컸고 조정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공공전문노조 건은 산별조직 사이에 벌어진 갈등이 아니라 공공운수노조 내부에서 벌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전례없는 일이다.

    △ 산별조직에서 조직 탈퇴 혹은 제명 후 재가입할 경우 기존 소속 조직(산별연맹)으로 우선 복귀한다. △ 다른 조직(산별연맹)으로 가입할 경우 기존 소속 조직(산별연맹)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노총이 견지해 온 원칙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러한 원칙에 근거하여 ▲ 의료연대본부를 벗어나 서비스연맹 산하에 설치한 시립중계노인전문요양원 복수노조 문제,▲ 화물연대본부를 벗어나 서비스연맹 산하에 설치한 택배조직 문제를 바로잡아 줄 것을 민주노총에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공공전문노조 가입을 승인하면 공공운수노조는 민주노총의 다른 산별조직에 대해 내세웠던 논거를 스스로 무너뜨리게 된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하고 공공운수노조 내부에서 이 사안을 슬기롭게 해결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연구노조와 공공전문노조가 당사자로서 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동시에 공공운수노조가 가입 승인이냐 아니냐 하는 표 대결로 몰아가지 말고 새로운 공존의 길을 마련하기 위해 상급단체로서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필자소개
    공공연구노조 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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