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가 써본 '짝퉁' 시사저널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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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2월 07일 05: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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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노조, 공멸의 길로 치닫나?

    시사저널 기자들의 파업이 장기화 되는 가운데 직장폐쇄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어 언론계의 불안과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상급단체인 언론노조와 민노당까지 가세하여 강경투쟁을 선언하는 등 시사저널 사태는 외부세력의 개입까지 더해져 극한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섬뜩한 피켓 들고 고성…몸싸움

    지난 2일 삼성본관 앞에서 노조원들은 섬뜩한 구호 일색의 피켓을 들고 시위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 편집권 훼손 사태의 배후로 삼성을 지목하며 ‘언론계 전체가 삼성을 상대로 싸워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선동했다.

    이날 노조원들은 욕설과 함께 경비원들의 멱살을 쥐고 흔들며 몸싸움을 벌여 본관 앞거리는 한때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삼성 측 관계자는 "내부의 갈등문제를 두고 왜 엉뚱하게 삼성으로 화살을 돌리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반 기업 정서로 무장한 외부단체까지 개입된 것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들은 한동안 불법 천막 농성을 벌이는가 하면 시사저널지 사진에 검은 리본을 드리운 채 행진하는 등 극한행동을 불사하고 있다.

    “파업공화국이라더니 기자들마저도 파업인가”

    최근 대기업 노조의 ‘배부른 파업’에 대한 사회여론이 곱지 않은데다 지성과 여론을 선도한다는 언론인들까지 파업에 나서자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짜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이들의 잦은 농성과 시위에 대해 인근 상인들은 ‘시위 시간대에 충돌에 따른 긴장 때문인지 손님이 뚝 끊긴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시사저널 파업 사태를 지켜보는 네티즌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애독자’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아무리 파업 공화국이라지만 편집권 갈등정도는 사내에서 대화로 해결할 문제이지 길거리에 머리띠를 두르고 나설 사안인가?"라며 노조 파업을 비난했다.

    언론사 입사를 지망하는 한 취업 준비생은 "밤잠을 자지 않고 책에 파묻혀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수천 명의 학생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며 ‘수천만 원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툭하면 파업으로 치닫는 노조원들은 기사쓰기보다 파업이 더 좋다면 이미 언론인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일부 독자들 시사저널 불매운동 조짐

    현재 직장폐쇄 사태가 10여일이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교섭이 재개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자들의 파업 등쌀에 못 이겨 부득이 직장폐쇄 사태까지 내몰렸던 금창태 사장이 어떤 입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기자들의 파업 생떼에 쉽게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어 사측도 원칙 없는 타협으로 다가서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입각하여 외대 교직원 장기파업 사태를 해결한 학교 측의 태도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며, ‘연초 현대차 사태처럼 습관적인 파업에 떠밀려 절충과 양보로 매듭짓는다면, 시사저널 노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시사저널을 즐겨본다는 한 독자는 "이번 파업 사태에 대해 경영주가 적당히 타협하여 마무리 짓는다면 아예 불매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편집권 파업, 선진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귀족 노조’의 파업이라는 비난과 악화된 여론으로 인해 노조도 좁아진 입지를 회복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그들이 외부 과격 시위 단체의 지원을 등에 업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러한 어려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론직필과 사회의 목탁으로서 사명을 다해야할 기자들이, 펜대를 내팽개치고 거리에서 붉은 머리띠를 두르는 현실은 외국 언론의 해외토픽란에 실리는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대학교 신방과 김신문 교수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시사주간지들은 기자들의 목숨을 건 취재정신과 날카로운 시각으로 언론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며 "소소한 내부 편집권 갈등으로 직장 문을 닫게 만들고 멀쩡한 주간지를 폐간으로 몰고 가는 따위의 일은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결말이 나든 시사저널 노사가 입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고급 정보와 우수한 기사로 언론시장에서 승부하기 보다는 장기파업과 불법시위라는 극한 대립을 일삼는 기자들이 만드는 ‘붉은 머리띠 주간지’를 구독하기 위해 어느 누가 지갑 주머니를 열겠는가.

    대화보다는 파업이 앞선 극렬행동으로 이제 자신의 기사를 게재할 주간지도 사라지고 수천만 원 연봉을 내주던 제 직장도 사라지게 된 꼴이다.

                                                          * * *

    최근 시사저널 파업을 소재로 습작 기사를 써보았다. 기성 언론사의 ‘파업관련 보도’ 를 두루 읽고 기사 작성 방식을 ‘그대로’ 따라서 한 것이다.

    자화자찬일지 모르겠지만 여느 신문에 게재되어도 손색이 없고, 무엇보다 대다수 신문, 언론들의 논조와 편집방향에 일치하는 ‘훌륭한’ 짝퉁 기사라고 자신한다. 이만하면 대다수 기성언론이 양산하고 있는 파업보도의 정석과 공식을 모자람 없이 따르고 있지 않은가?

    기자 지망생도 아닌 내가 고약하다싶을 짝퉁 기사를 써 볼 생각을 한 이유는 최근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준 의아스러움 때문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기자협회가 현직기자 300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시사저널 노조에 대해 무려 88.7%가 강한 지지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아니 이 88%의 기자 분들이 내가 습작 기사를 쓰기위해 두루 참조하고 탐독한 파업 보도 기사를 쓴 장본인들이 맞으신가? 우리사회의 무조건적 ‘파업 혐오증’과 ‘파업 망국론’을 부지런히 재생산해오던 언론사 일선기자들의 응답결과가 틀림없는가?

    그 압도적인 파업 지지의사는 언론 종사자로서의 동류의식으로 이해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기자들이 일선에서 겪고 있는 ‘자본의 편집권 유린’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짐작되기도 한다.

    ‘언론이 산업화되면서 기득권 세력 감시, 통제라는 본연의 역할보다는 자신에게 권력을 제공하는 기존 체제를 보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한 유명 방송인의 통렬한 자성이 마침 경종을 울리고 있는 때다.

    그러나 자본의 막강한 위력 앞에 쓰러지고 유린당하고 파괴당하는 것이 어디 시사저널 뿐이고 언론뿐이랴?
    88%의 기자 분들이나 그 기자 분들이 재직하고 있는 언론사에서 쏟아 내온 파업보도의 초점이 되었던 노동자들 역시 자본의 횡포 앞에 ‘이대로 빼앗기고, 쓰러지고, 유린당할 수 없다’는 결기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기사 한편 제 맘대로 빼는 횡포 정도가 아니라 밥줄마저 하루아침에 끊어버리는 만행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그 노동자들의 투쟁은 늘 언론 앞에 무릎 꿇리며, ‘배부른 투정꾼’으로 발가벗겨지고 ‘귀족노동자’란 주홍글씨가 찍혀진 다음 ‘경제 주름살’, ‘국민의 피해’라는 이름으로 돌팔매질 당하기 일쑤다. 물론 언론보도는 무엇 때문에 파업이 일어났는지 노조의 주장이 무엇인지는 함구하거나 뒤틀어 놓기 십상이다.

    나의 고약하기 짝이 없는 ‘시사저널 파업보도 짝퉁 기사’는 바로 그런 파업 보도 공식에 충실히 따라본 것일 뿐이다. 만일 내 짝퉁 기사가 연일 언론 지상에 도배 된다면, 88% 기자가 시사저널 파업을 지지한대도, 독자의 88%쯤은 시사저널 파업을 혐오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88%의 기자 중엔 사회적 약자와 민중의 입장에 서서 언론의 사명을 다하고자 애쓰시는 분도 계실 테고, 소속 언론사의 보수적 환경 속에서도 진실과 균형을 잃지 않고자 분투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럴 일이 없겠지만 나의 짝퉁 기사가 시사저널 파업을 지지하는 단 한분의 기자에게라도 읽혀지길 바란다. 그래서 불편하거나 불쾌함이 느껴지길 바라는 것 또한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그 불쾌감이야말로, 파업으로 인해 자신이 속한 노조가 언론보도에 들먹여진 노동자라면 누구나 느꼈던 모욕감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부디 옹졸한 처사로만 생각지 마시길. 때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처지를 바꾸어 보는 것도 공감과 치유의 좋은 처방이 될 수도 있다면 말이다.

    ※ 나의 짝퉁 보도기사는 작년이후 파업과 노사갈등으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외대교직원노조, 포항지역건설노조, 철도노조, 화물연대, 현대차노조등의 파업 보도 기사를 참조했습니다.

    ※ 이 졸필의 취지와는 달리 어렵게 투쟁하는 시사저널 기자 분들께 누가 되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정당한 투쟁 꼭 승리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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