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년판 긴급조치…"3분당 교사 1명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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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2월 07일 04: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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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정부에 반대, 비판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생명이 사라지고, 살아 남아서도 만신창이 삶을 이어가야만 했던 끔직한 유신독재의 단면이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른바 ‘긴급조치 위반’이란 이름 하의 사법폭력과 사법살인들…. 그렇다면 이제는 진정 ‘과거사’를 정리하고 ‘진실’과 ‘화해’의 시대가 온 것인가.

그러나 2007년 새해, 또 다른 긴급 조치가 발동되었다. 오늘날 정부 역시, 단지 그들의 정책(교원평가, 교원 차등성과급, 연금법개악)에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들을 ‘법’의 이름으로 ‘징계’의 도마 위에 올려 내리친 것이다. 휴가권을 사용해 반나절 집회에 모여 자기주장을 외친 교사들은 금품수수. 비리, 성추행을 저지른 자들에게나 해당되는 감봉. 견책의 징계장으로 새 학기를 시작해야만 한다.

더구나 그 징계 과정은 일사불란, 주도면밀. 말 그대로 ‘긴급’하게 이루어진 ‘조치’ 그 자체였다. 정부는 집회 며칠 전부터 언론을 통해 ‘불법행동엄단’으로 전 교사들을 협박하였다. 신속한 공문 지시를 통해 연가, 조퇴를 허가하는 교장 교감까지 처벌하겠노라 전국의 모든 학교 현장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갔다.

그리하여 ‘합법적인 연가(조퇴)신청’은 ‘무단결근’이란 불법으로 ‘조장, 조작’된 체, 집회참여자 명단은 당일 오전 상부로 ‘긴급’ 보고된다. 결국 징계위원회는 교사들이 흩어진 방학기간을 틈타 각 지역별로 신속하게 진행된다. 형식은 지역 교육청별로 진행하되, 실상은 상부의 진두지휘 하에 약속이나 한 듯 전국에서 일사천리로 집행되었다.

그 뿐인가? 서울 교육청은 징계혐의자 한 명당 3분 안에 끝내도록 조치하는 내부 매뉴얼까지 작성하여 징계의 부당함을 소명하는 교사들을 강제로 끌어내는가하면, 증인신청 위원기피 신청 등 모든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였다. 징계 위원들은 독립적으로 뭔가를 결정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그들 역시 서슬 퍼런 교육부의 ‘긴급 조치’ 지시를 이미 받았을 터, 권력의 시녀에 불과했다! .

그렇다면 무엇이 죄목일까? 전교조를 향하여 날 세운 사법의 칼은 첫째, 직장을 함부로 이탈했다는 것(국가공무원법58조). 합법적인 휴가권을 절차에 따라 요청하고, 미리 수업 결손이 없도록 다 준비 한 후 직장을 ‘이탈’할 수 있는 그 이상한 방법은 뭘까?

단 하나, 연가 결재하면 교장 교감마저 처벌하겠다는 교육부 버전 ‘긴급 조치’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방식이다. 교사들의 권리인 휴가권은 물론이거니와 교장 교감들의 고유 권한인 결재권마저 불법적으로 박탈당하는 순간이었다.

둘째, 공무원 신분으로 다같이 한 장소에 모여 뭔가를 외쳤다는 것(국가공무원법 66조). 그러나 교장협의회 주최의 교육자 결의대회, 한나라당 주최 사학법개정반대 집회에 참여한 교원 단체에 대해서 이 칼날은 아예 칼집에서 나올 조짐조차 없었다. 다만 교원노조법 1조에 의하여 집단행위금지 조항이 예외로 적용되는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을 향해서만은 그 칼날이 시퍼렇게 번득였다.

셋째, 단체행동권이 없는 전교조가 ‘쟁위 행위’를 했다는 것. 노조법 상 ‘쟁위 행위이라 함은 파업, 태업 등 “정상적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이어야 한다. 그러나 징계위원들은 연가집회로 인한 정상적 업무 지장 여부를 아예 조사 조차하지 않았다. 왜? 그런 일은 전혀 없었음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목이 있다면, 그것은 정부 정책에 기 쓰고 반대했다는 ‘전교조 괘씸죄 ’ 하나 밖에 없다. 30여년 전, 그 때 그 시절과 너무도 흡사하다. 인혁당 무죄판결에 대하여 “그때도 법에 의한 판결이고 지금도 법에 의한 판결이다.”라고 말하는 어느 야당 대선후보이자 ‘그 때 그 사람’의 따님에 대해선 그냥 접어두자.

그러나 70년대 ‘긴급조치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던 정부 여당의 수많은 핵심인사들은 오늘날 자기들이 움켜잡은 권력의 한 귀퉁이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이 新긴급조치 대하여 뭐라 할 것인가? ‘엄격한 법 적용’을 리메이크 하시는 이들은 상대와 싸우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를 닮아버리고 만 걸까?

징계위원석에 앉아 법의 이름으로 징계 의결 방망이를 두드린 수많은 교육청 관료들은 옛 사법부의 시녀들처럼 훗날 더 높은 자리에 앉아 “그 때는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발뺌 하면 그만일까?

그 옛날 무시무시한 ‘긴급 조치 발동’은 국가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는 한 순간도 유지할 수 없었던 유신 권력의 허약함과 부당성을 스스로 드러낸 것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교육 상품화 시장화 정책은 교사들을 희생양으로 사법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서는 명분을 내세우지 못할 만큼 그 설득력과 타당성을 이미 잃고 있다.

정부와 정당 곳곳에 포진하신 옛 유신반대 역전의 용사들에게 진심어린 충언을 드린다. 참으로 진실과 화해를 위해 과거사를 진지하게 돌아보시길. 너무나 허무하고 자명했던 그 권력의 끝을 떠올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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