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결성
    국민청원, 국정감사 통해 노조법 개정 필요 알린다
        2022년 09월 15일 12: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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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법조·시민사회·종교단체 등이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을 위한 운동본부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하청·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과 노동조합의 파업에 따른 회사의 손해배상 가압류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정의당, 진보당 등 93개 시민사회단체와 4개 진보정당 등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사진=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과정에서 원청 기업들은 교섭 회피와 동시에,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로 대응하며 역설적으로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의 필요성을 드러냈다.

    운동본부는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등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 기업들은 교섭에 대한 사용자 책임은 회피하면서, 파업 기간 내내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무기 감아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억제하고 나아가 노동조합 활동을 전면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15년째 제자리걸음인 운송료의 현실화를 요구한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 지난 7년간 30%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을 요구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행 노조법 2조는 노동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전통적인 고용형태를 벗어난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 등이 크게 늘어난 만큼 노동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자 정의에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를 포함하고 이들에 대한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분명히 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진짜 사장과 교섭하지 못하는 하청노동자들은 모든 권한을 쥔 원청을 향해 끊임없이 대화를 요구하지만 답은 언제나 상관없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노조법2조 사용자 정의의 개정을 요구한다. 나의 노동으로 돈을 버는 자가 진짜 사장”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의 파업에 대한 회사 측의 막대한 손배가압류를 막기 위한 ‘노조법 3조’ 개정도 주요한 요구다. 현행 노조법 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노조의 파업에 ‘불법’ 낙인을 찍어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노조법 3조를 탄압의 도구로 활용해왔다.

    양 위원장은 “손해배상이 노조파괴의 수단과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력화하는 무기로 활용된다는 것을 대우조선하청과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확인했다”며 “심지어 국가가 나서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노동자들을 탄압함을 쌍용자동차 투쟁에서 확인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손해배상은 금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파업에 따른 회사 측의 손배가압류는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준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파업에 나섰던 노동자들은 13년째 이어진 손배 재판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3천 명의 쌍용차 정리해고 파업이 불법으로 규정된 배경은 경영권이라고 하는 헌법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가상의 권위를 보호하기 위해 헌법에 보장되는 노동3권을 부정한 결과”라며 “그 결과로 당시 쌍용차 노동자들은 13년째 손해배상 재판을 받고 있고, 8년 전 1심에서 원금과 이자 47억의 손해배상 금액이 그동안 20%가 넘는 법정 지연이자가 덧붙여져 현재 124억이 됐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으로 더 이상 쌍용차 노동자들처럼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쌍용차지부도 당사자들과 함께 법 개정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했다.

    박수동 화물연대본부 하이트진로지회장은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의 운송료보다 2~3배 지불하며 대체운송을 시키면서 이에 대한 화물노동자들의 대체운송 저지투쟁은 불법폭력행위라고 한다”며 “파업에 돌입하자 하이트진로는 기다렸다는 듯이 해고와 손배 청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박 지회장은 하이트진로가 손실 보전이 아니라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손배·가압류를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물노동자로서는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수십억원의 손배는 절망 그 자체였다. 생계를 이어가는 유일한 수단인 화물차가 가압류되었을 때 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기간 중 모든 소득이 끊기게 되고, 파업이 끝나도 보전 받을 길도 없는데, 파업기간 내내 집을 떠나있는 와중에 집으로 송달 된 손배·가압류 청구는 화물노동자와 가족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와 압박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파업은 끝났지만 화물노동자들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가 남았다. 화물노동자들이 온전히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고 손배·가압류가 노동조합을 깨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조법2조, 3조는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CJ대한통운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고 처우 개선에 사용하기 위해 올렸던 택배 요금을 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사용했다. 너무 억울해서 교섭이라도 하자며 전면 파업을 두달 넘게 진행했다”며 “그 결과 우리에게 떨어진 건 20억의 손해 배상, 수없이 많은 형사 고소고발이었다. 지금 대한통운은 ‘20억 아니다. 원래 100억이 넘는다. 하는 거 봐서 일단 20억만 넣고 밉보이면 100억 손해 난 거 전부 다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진 위원장은 “이것만 봐도 저들의 손해배상이 노동조합 활동을 옥죄고 간부들의 삶을, 조합원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데 악용된다는 것들을 입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에는 노조법2·3조와 관련한 6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도 관련 노조법 개정안을 내일(15일) 발의할 예정이고 정기국회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민주당도 정기국회 22대 입법과제 중 하나로 노란봉투법을 들고 있다.

    운동본부는 국민동의청원, 국정감사 등을 통해 노조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알리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토론회와 국제 심포지엄 등도 기획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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