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내수경제야, 이 멍청이들아"
    2007년 02월 07일 03:19 오후

Print Friendly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7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점잖기로 소문난 권영길 의원이 직접 다른 의원에게 공개 편지를 띄우며 공식적으로 논쟁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권 의원은 “오래 전부터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사람경제론’을 주장했던 당사자로서 박 전 대표가 ‘사람경제론’을 주장한 것에 대해 반가운 마음에 기사를 보게 되었으나, 내용이 정반대인 것을 보고 직접 편지를 띄우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공개 편지를 통해 "서민의 입장에선 박근혜의 사람경제론이 그저 ‘그림의 떡’ 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부자를 위한 감세경제>가 아닌 <서민을 위한 복지경제>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권 의원은 “박근혜 대표가 주장한 ‘No more Tax! No New Tax! Yes Tax Cut!’에 대해 ‘It’s the domestic Demand Economy, stupid’(내수가 문제다)” 라고 맞대응하며 “경제는 본질적으로 성장과 분배, 생산과 소비의 순환 구조인데 이를 대립적으로 보는 발상이야 말로 오히려 경제의 ABC도 모르는 사고 방식”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또 권 의원은 “경제(經濟)의 동양적 어원은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한다’는 뜻의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 유래한 것”이라며 “노동자와 농민, 영세 자영업자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 경제 활성화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권영길 의원이 보낸 공개 서한 전문이다.

박근혜 전(前) 대표님께 – 문제는 ‘7% 성장률’이 아닙니다

■ 박근혜 前 대표님의 ‘사람 경제론’을 환영합니다.

박근혜 전 대표님! 박 대표님이 경제공약으로 제시한 ‘사람경제론’을 잘 봤습니다. 저는 신문에 나온 ‘사람경제론’이라는 소제목을 보고 순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 자신이 오래 전부터 ‘사람경제론’을 주창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경제전문주간지인 〈이코노미21〉이라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본중심’ 경제를 ‘사람중심’ 경제〉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박 대표의 사람경제론이 보도되었으니 그 얼마나 반가웠겠습니까

저 권영길이 제기해온 ‘사람중심 경제론’을 박근혜 전 대표께서 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흡족한 마음으로 기사를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흡족한 마음은 이내 사라졌습니다. 명칭은 둘 다 똑같은 ‘사람경제론’이면서도 내용이 판이하게 정반대였습니다.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 ‘7% 성장률’과 ‘50만개 일자리 창출’- ‘참 나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께서는 사람경제론의 내용으로 7% 경제성장률과 연 60만개 일자리 창출을 통해 5년간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7% 경제성장률과 매년 50만개 일자리 창출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었습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표께서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씀하셨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2002년 대선공약이었습니다.

2002년 대선 당시, 저는 노무현, 이회창 후보와 함께 TV 토론을 하면서 여러 차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기에 지금까지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님은 어쨌거나 ‘참 나쁜 대통령’의 전철을 되밟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노무현 후보의 원래 성장률 공약은 5%였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6% 성장률 공약을 내놓자 (노무현 대통령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약이 올라서’ 7% 성장률로 올렸다고 합니다.

이것은 마치 박근혜 전 대표께서 당내 유력 경쟁후보가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과도한 경쟁의식으로 동일한 우를 반복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한국경제의 ‘객관적’ 거시경제지표는 OECD 최상위급입니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저는 박근혜 전 대표님이 ‘성장률 7%, 일자리 60만개’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가질수록 노무현 대통령과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국의 객관적 거시경제지표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5% 수준이며(OECD 평균 약 3%), 수출은 사상 최대라는 3,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3.3%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완전고용에 가깝고 금리는 5%, 물가상승률은 3%에 불과합니다. 외환보유고 역시도 3,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는 지경입니다. 이정도이면 이미 OECD 최상위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서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경제가 잘 나가고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모양입니다.

■ 그러나, 한국의 거시경제지표는 서민의 입장에선 〈‘그림의 떡’ 경제〉일 뿐입니다.

그러나 진정 〈사람중심 경제〉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경제지표의 ‘객관적’ 함정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위에 열거한 모든 지표들이 결국 ‘평균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이런 것입니다. 10명 앞에 50개의 빵이 있는데 한명이 49개를 독식하고, 나머지 9명이 한 개의 빵을 나눠먹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 경우 ‘평균치’는 1인당 5개로 계산됩니다. 빵을 독식한 부자 한명은 배불러서 걱정이고, 나머지 9명은 배고파서 걱정인데 이러한 현실을 두고 ‘빵은 평균 5개씩 먹고 있으니 걱정 없다’라고 우겨대는 꼴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인식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률 7%는 숫자놀음을 달리한 것일 뿐, 본질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인식과 빼다 박은 ‘판박이’일 뿐입니다.

서민의 입장에서는 평균치가 5개이건, 평균치가 7개이건, 둘 다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 ‘부자의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 ‘서민의 빈 지갑’을 채워줘야 합니다.

박근혜 전 대표님은 〈부자들에 대한 감세〉를 통해 부자들의 지갑을 열고자 합니다. 그러나 부자들의 지갑은 이미 활짝 열려 있습니다. 해외에서 골프치고, 예약기간 1년을 기다리면서 수억 원짜리 외제 자동차를 사고, 초호화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지 못해 안달입니다. 물론 그 돈은 내수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 5년간 한국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4.5% 늘어났지만, 반대로 한국 노동자 전부가 받는 노동소득분배율은 4.6%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 원인으로 진단되는 내수경제의 위축원인은 〈서민들의 지갑〉이 비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 ‘사람경제론’에 입각한 정치인이라면 〈서민의 빈 지갑〉을 채워주는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 ‘사람경제론’은, 〈부자를 위한 감세경제〉이 아닌 〈서민을 위한 복지경제〉가 되어야 합니다.

언론은 흔히 경기침체라고 말하지만, 부자들이 아닌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것을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정치인이라면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이며, 대형마트와 신용카드사의 횡포로 이중 삼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이며, 30인 미만 사업장의 중소 상공인들입니다.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들의 지갑을 채워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소득’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해야 하며, 사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질 좋은 공교육을 제공해야 하며, 무상의료를 확대해야 합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시키기 위한 노-사-정 대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합니다.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합니다. 심지어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의 조사에서도 80%의 국민들이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한다고 답변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저 권영길은 단지 부자들에게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 문제 같은 경우 연금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650만 명을 위해 노동자, 정부, 고소득자가 상호 분담하여 〈사회연대 정신〉에 입각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사회연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권영길의 경제철학은 ‘자본 중심의 경제’가 아니라, ‘사람중심의 경제’로 한국경제가 거듭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실체는 〈생산의 주체인 노동자가 신명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월드컵의 신명을 생산의 신명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성장의 동력입니다.

지금 한국경제의 ‘위기’는 성장률의 위기가 아니라 바로 〈분배의 위기〉로 인한 〈내수경제의 위기〉입니다. 빌 클린턴이 대선 때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게 썼던 표현을 패러디해본다면, “여보게, 내수가 문제야”(It’s the domestic demand economy, stupid”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경제는 본질적으로 성장과 분배의 순환구조이며, 생산과 소비의 순환구조입니다. 이것을 대립적으로 보는 발상이야말로 오히려 경제의 ABC도 모르는 사고방식입니다.

박근혜 대표님, 동양에서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이라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볼 때 더더욱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영세자영업자가 잘 먹고 잘사는 것이 경제 활성화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공권력’을 통해 다스려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이 땅의 진정한 주인들이랍니다.

이번 겨울은 마치 봄 날씨처럼 따뜻하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봄’은 극심한 빈부격차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의 ‘얼어붙은’ 가슴을 녹여줄 수 있을 때만 가능할 것입니다. 함께 봄날을 열어가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정치인이 되길 기원하며 이만 글을 맺습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