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찢겨진 한나라 소장파들 '색깔'이 봉합
        2007년 02월 07일 01: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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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이 해체 위기 속에서 일단 명맥은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최근 당내 색깔론 등장에 대한 우려가 ‘해체’에서 ‘존속’으로 기류 변화를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경선 이후에 시선이 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수요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7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발전적 해체와 수요모임 유지 두 가지 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고 결론적으로 해체보다는 모임을 유지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수요모임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자체 후보 배출까지 기대했던 수요모임은 소속 의원들이 일찌감치 유력 후보에 줄서기를 하면서 해체 위기에 직면했었다.

    남경필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가 뜻해왔던 정치결사체로 가지 못한 자기 비판과 반성이 이어졌다”며 특히 지난 전당대회에서 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노선과 정체성이 불분명한 미래모임을 구성해 세를 확장하려했고 그래서 자기개혁과 정체성 확보보다는 당권 장악에 지나치게 몰두한 것이 수요모임이 실패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전했다.

    당시 미래모임의 지분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한 권영세 최고위원은 최근 당내 정체성 논란과 관련 소장파인 원희룡, 고진화 의원을 향해 “비열한 역공작”이라고 비난했다. 고진화 의원은 이에 대해 “특정 지역, 낡은 세력과 결탁한 기회주의적 양다리”라는 꼬집는 등 소장파의 분열이 목격됐다.

    남 의원은 또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 대선후보 캠프로 제각각 갈라진 것에 대해 “대선 경선 국면에서 독자세력화에 실패 했다”고 인정했다. 수요모임 의원들은 이명박 전 시장, 손학규 전 지사, 원희룡 의원 등으로 지지세가 갈렸으나 대다수 이명박 전 시장 캠프에 결합했다.

    남 의원은 “경선에 자체 후보 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이야기했는데 자체 후보인 원희룡 의원을 돕지 못한 것이 독자세력화 실패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동질적 우호감 만으로 조직적 논의 없이 시간을 낭비해 개혁 세력을 지지하는 하나의 대오 만드는데도 실패했다”고 평했다.

    이에 따라 당초 현실적으로 모임의 ‘해체’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었으나 이날 회의에서는 당내 개혁세력의 역할이 계속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남 의원은 “최근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정체성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며 “지나친 색깔 논쟁과 우경화 등 당내 바람직하지 못한 흐름에 대해 수요모임의 계속적인 문제제기와 논쟁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존속’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수요모임 소속 의원은 연이틀 당내 정체성 논란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권오을 의원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수구가 아닌 보수”라며 “20~30년 전의 가치에 얽매여서는 화석화된 정당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권 의원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보수’는 ‘수구’로 전락할 수 있다”며 “우리 내부에서조차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지 못하고 오만과 독선에 빠질 때는 지금의 지지와 성원이 매서운 비판과 차가운 외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명주 의원도 전날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지난 2002년 대선 패배와 2004년 탄핵 후폭풍을 어렵게 견뎌내면서 한나라당이 제시한 노선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며 “이는 권위주의 시절 반공을 국시로 하던 ‘위장 민주주의’와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최근 색깔론 등장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금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분들이 품위 있게 경선을 잘 치르면 한나라당이 올 연말에는 무조건 승리한다는 생각은 또다시 2002년의 악몽을 되살릴 수 있는 오만과 자만”이라며 “올 12월에 집권해야 할 정당은 민정당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대선주자 캠프로 찢어진 수요모임의 ‘발언’이 더 이상 당내 개혁세력으로서 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각자가 지지하는 대선주자에 발목이 묶일 수밖에 없고 그들의 발언 역시 특정 주자측의 입장으로 읽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김명주 의원의 당내 정체성 비판 글은 일부 언론에서 김 의원이 지지하는 원희룡 의원에 대한 방어와 치켜세우기로 풀이됐다.

    남경필 의원 역시 “경선 과정에서 수요모임이 목소리를 내는데 이슈의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모임에 성격이나 형태 변화는 필요하다”고 말해 역할의 축소를 인정했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는 역할의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경선 이후 할 역할이 있지 않겠냐”고 여운을 남겼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장파 의원들이 당내 정체성 논란을 수요모임의 존속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예측하기 어려운 경선 이후 상황을 대비해 ‘생존’ 또는 ‘정치적 지분’을 위한 안전망 차원에서 모임의 존속을 결정한 것이 아니겠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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