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주도성장론의 공과: 비판적 평주①
    [기고] 논의의 진척을 위한 내재적 외재적 문제제기
        2022년 09월 07일 12: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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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주도성장론(소주성)에 대한 남종석 박사의 평가 연구 글이다. 다른 곳에서 발표된 연구 글의 일부를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지면 특성을 고려하여 참고자료는 생략한다. 2회에 나눠 게재하며,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배경과 의미를 포괄적으로 짚고 성과의 측면과 비판적 측면을 고루 다루고 있다. 그 전제로서 소주성의 이론적 배경인 포스트 케인즈주의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이론적 정책적 측면에서의 비판과 포괄적 의미를 다루는 내용은 2회분에서 다룬다. 이견 혹은 토론 글은 언제든 환영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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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서 죽음을 맞이한 소득주도성장론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론은 단명했다. 2018년, 2019년 경기후퇴가 지속되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 포용성장 등으로 정책방향을 수정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공공부분 비정규직 정규직화 확대, 최저임금 상승 등과 동일시되면서 정부 초기 많은 사회적 이슈가 되었지만 이에 대한 보수언론 및 야당의 공격, 자영업자의 반대 등이 맞물려 그 의미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상실한 채 서서 죽은 이론이 되었다. 2020년, 2021년 최저임금 상승률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노동자계급의 수요를 통한 총수요 증진 정책은 갑작스럽게 폐기되고 성장정책이 이를 대신했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편으로 기업지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혁신성장 정책과 다른 한편으로 저소득층,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는 정책(포용성장)을 통해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비판을 우회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 자영업자의 소득 증진을 통해 내수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수출 의존적인 경제로부터 내수 주도적인 경제로 전환을 모색하는 거시이론이다. 더불어 노동소득분배율을 확대함으로써 계급 간 차이를 줄이고 저임금노동자들의 협상력은 강화시켜 계급 내 소득 차이를 해소하려는 정책이다. 이 이론이 처음 제기되었을 때 진보적 경제학뿐만 아니라 경제개혁에 관심을 갖는 많은 학자들, 활동가들이 이를 지지하며 한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기를 기대했다. 비록 소득주도성장론은 정부 어젠다로서는 단명했지만 여전히 그 반향은 남아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칼레츠키, 칼도 등 포스트케인지언 이론에 기원을 둔 수요주도 성장이론이다. 노동자계급의 임금 상승이 총수요를 증진시키고, 총수요의 증가는 투자와 기술진보를 촉진하며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주장이다. 2000년대에 이르러 ILO에 기반을 둔 일련의 학자들(Orana & Galanis, 2012; Sockhammer, 2015; Sockhammer & Orana, 2005)은 OECD 주요국의 거시지표를 활용하여, 노동소득분배율과 총수요의 관계를 실증하는 일련의 논문들을 생산했다. 수요체제에 관한 실증연구를 통해 노동소득배분율과 총수요의 관계를 증명한 것이다. 2010년 중반 이후 한국에서도 여러 실증연구, 이론연구가 제출되었다.(이상헌, 2014; 홍장표, 2014; 홍장표, 2015; 주상영 2013; 주상영, 2017). 이상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임금주도성장 국가로 분류된다.(Orana & Galanis, 2012; 홍장표, 2014a; 홍장표, 2014b). 한국의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은 노동소득분배율의 상승을 통해 경제성장과 함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성취할 수 있는 이론적, 정책적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본 연구는 소득주도성장론과 2018~2019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주이다. 필자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일자리 대란이 일어났으며 자영업자의 고통이 가중되었다는 일련의 통념적인 비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더불어 지식인 사회 일부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이 이론적 근거가 부재한 이단적 이론이며, 문재인 정부 초기 불황의 심화가 이로부터 초래되었다는 비판도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다. 그렇다고 필자는 소득주도성장론이 이론적으로 타당하고 문재인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를 실현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필자는 포스트케인즈언의 축적이론이 한국 경제의 실증 결과와 조응하지 않으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소득주도성장론의 정책적 함의를 제대로 실행했다고 판단하지도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하면서도 내수에 큰 영향을 주는 경기부양 정책을 실행하지 않았으며,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여 총수요를 증진시키는 것과 불평등 개선을 위한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증진시키는 정책 간에는 간극이 존재할 수 있음을 간과했다. 문재인 정부의 재분배 정책은 불평등 해소에는 유효했지만 성장정책으로서는 부족했다는 의미다.

    이 글에서 필자는 소득주도성장론의 내재적, 외재적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관련된 논의를 진척시키고자 한다. 2장에서는 칼레츠키의 이론을 중심으로 포스트케인지언의 임금주도 경제성장론의 핵심을 정리한다. 3장에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고 평가되는 쟁점들의 정책효과를 분석한다. 필자는 최저임금상승 및 노조조직력 확대(노동의 협상력 증가)라는 측면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의 핵심 정책을 옹호한다. 다만 필자는 이것이 성장정책으로서가 아니라 불평등을 해소하는 분배정책이자 노동의 협상력을 높이는 정책으로서 유효하다는 의미다.

    4장에서 필자는 소득주도성장론의 핵심적인 쟁점인 노동소득분배율과 투자의 관계, 총수요와 기술진보의 관계를 실증결과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했지만 정작 내수진작을 위한 재정정책은 포기한 채 복지정책에 집중함으로써 경기불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음을 밝힌다. 문재인 정부의 초기 경제정책 실패는 최저임금의 과도한 상승으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제조업 불황기에 총수요를 증진시키는 경기부양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기에 비판받아야 한다.

    2. 포스트케인즈주의 성장모형

    소득주도성장론의 이론적 배경은 캠브리지 학파인 Joan Robinson, 폴란드의 마르크스-케인지안인 Michal Kalecki의 입장을 따르는 포스트케인즈주의 학파다. 포스트케인지안 경제학은 국민소득이 계급 간 분배가 이뤄지며 노동자들의 몫 즉 노동소득분배율 증가와 경제성장에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전후 노동당 좌파에서 포스트케인즈주의가 적극적으로 수용된 점은 이와 같은 급진성에서 비롯된다. 1970년대 후반 영국공산당과 노동당 좌파의 대안경제 제안도 포스트케인지안의 입장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최근 미국, 영국에서 정치적 급진주의를 대표하는 제레미 코빈의 경제정책과 샌더스의 경제정책 역시 근본적으로 포스트케인즈주의에 토대를 두고 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MMT이론도 화폐내생성 이론에 토대를 두고 있는데, 크게 보아 포스트케인즈주의의 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본 절에서는 칼레츠키와 이를 잇는 포스트케인즈안 경제학의 성장이론을 간단히 요약한다(칼레츠키, 2014; 나원준, 2018).

    식(1)은 국민소득의 계급 간 분배를 나타낸다. 이는 마르크스, 신고전파경제학, 케인즈, 포스트케인즈안이 공유하는 항등식이다. 식(2)는 저축은 투자와 동일하다는 항등식에서 비롯된다. 이 가정은 저축이 금융시장으로 흘러가는 금융세계화 시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화는 이 절에서 논외로 한다. 식(3)은 노동자는 저축하지 않는다는 가정(노동자의 소득은 모두 지출된다.)하에 이윤은 자본가의 소비와 투자로 실현됨을 나타낸다. 노동자가 저축하지 않는다는 가정은 고전파, 마르크스, 포스트케인즈주의 공유한다. 식(3)은 자본가의 소비(C3 )가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이윤( )은 투자()의 함수가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칼레츠키는 “노동자는 임금으로 소비하고 자본가는 투자로 이윤을 획득한다”고 썼다. 노동자들의 총임금이 노동자계급의 총소비로 실현된다면(노동자는 저축하지 않기 때문에) 이윤의 실현은 자본가계급의 지출, 즉 투자를 통해 실현된다는 의미다. 투자가 활성화되면 이윤이 커진다.(* 포스트케인지언 자본축적론의 핵심인 캠브리지방정식과 동일하다.) 식(4)는 자본가의 일상적 소비는 소득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소비되는 것과 이윤의 변화로 인해 증감하는 소비()로 구성된다. 총수요를 구성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총임금, 자본가의 소비 상수, 이윤에 따른 자본의 소비성향에 의해 결정된다. 식(6)에서 보듯이 포스트케인즈주의는 이윤이 투자의 함수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케임브리지 방정식의 칼레츠키적 표현이다.

    식(9)는 식(2)를 구체화 한다. 저축된 자금은 모두 투자로 전환된다. 앞서 보았듯이 투자는 이윤에서 자본가의 소비를 제외한 몫이다. 식(11)은 노동소득분배율(w) 이 증가할수록 총소득(Y)이 증가함을 나타낸다. 식(12)는 식(11)을 노동소득분배율로 미분한 값인데,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할수록 총수요(Y)는 빠르게 상승함을 나타낸다. 국민소득에서 노동의 몫이 증가할수록 총소득은 더 빠르게 증가한다.

    칼레츠키를 잇는 일련의 이론가들은 칼레츠키의 모형을 확장한다. 식(7)에서 보듯이 이윤은 투자의 함수인데 Bhaduri and Marglin(1990) 등은 축적률 즉 투자함수를 확장한다. 다음은 Bhaduri and Marglin(1990)의 자본축적률 방정식이다.

    식(13)이 고전적인 칼레츠키 모형과 구별되는 점은 자본축적에 미치는 중요한 변수로 자본소득분배율만이 아니라 설비가동률이 포함된 점이다. 식(2)의 균형조건을 충족시키는 설비가동률과 경제성장률 균형해()를 구한 후 자본소득분배율()로 경제성장률()를 편미분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만 요약하면 설비가동률 증가가 자본축적에 미치는 영향()이 이윤 몫 증가가 자본축적에 미치는 영향()보다 더 크면, 이윤 몫의 증가는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반면 그 반대이면 이윤 몫의 증가가 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나원준, 2018; 256) 투자가 설비가동률 증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 임금주도성장체제인 반면 투자가 자본소득분배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 이윤주도성장체제라는 의미다. 폐쇄경제 모형을 가정했을 때 노동자계급의 소비가 설비가동률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칼레츠키 모형에서는 이윤 몫의 증가는 언제나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수정된 모형에서는 이윤 몫의 증가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는데, 포스트케인지언들은 순전히 실증적 차원에서 검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윤 몫의 증가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이윤주도성장체제라 하고 임금 몫의 증가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임금주도성장체제’라고 한다. 최근 한국경제가 ‘임금주도성장체제’임을 나타내는 실증연구가 제출되었다.(홍장표, 2014; 주상영, 2017; Onaran & Galanis, 2012)

    칼도-버둔 법칙(Kaldor-Verdoon Law, 1966)은 단기에 있어서 총수요 증진이 기술진보로 이어지는 경로를 제공한다.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상승은 총수요의 증가와 기업 투자를 촉진한다. 총수요의 증가는 산출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설비가동률을 높인다. 설비가동률 증가는 기업들로 하여금 경기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도록 하며 이는 신규 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투자는 기술진보를 추동하며 일자리도 증가시킨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산업분야는 다른 분야의 노동을 흡수하는 반면 노동생산성 진보가 느린 분야에서는 노동력이 이탈한다. 노동생산성 상승과 실질임금이 증가하는 분야로 노동이동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에 걸쳐 산업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고도화로 이어진다(Storm & Naastepad, 2012).

    (* 설비투자를 통한 노동생산성 상승이 고용감소를 초래할 수도 있다. 자동화의 증가가 일자리 감소로 귀결된다는 의미다.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이 1보다 적으면 고용증진적 기술진보인 반면 투자로 인해 고용이 감소하면 자본증진적 기술진보이다.)

    3. 소득주도성장론의 정책적 함의와 성과

    한국의 소득주도성장론은 노동자 및 자영업자의 소득을 증진시킴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포스트케인지언들이 주장한 임금주도성장이론을 소득주도성장이론이라고 명칭을 수정한 데는 자영업자를 노동자계급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현실적인 필요와 관련이 있다. 소득주도성장 체제는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및 자영업자의 소득 증진을 통해 내수성장과 총수요 증가,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성장전략이다.

    <그림 1>은 노동소득분배율 장기 추세를 나타낸다. 그림에서 보듯이 지난 30년간 노동소득분배율 추이에 큰 변화가 나타난다. 1996년 이후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11년 이후 다시 증가추세로 전환한다. 그러나 자영업자를 제외한 피고용자들의 임금 몫의 비중만 추정하는 한국은행 추정방식에서는 경향적으로 1999년 이후 노동소득분배율은 상승함을 볼 수 있다.

    <그림 1> 노동소득분배율 추이

    <그림 2> 총수요 구성별 비중 추이

    소득주도성장론이 내수성장에 초점을 두는 이유는 수출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림 2>를 보면 국민경제에서 내수와 총고정자본형성(투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과 2020년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지만 GDP대비 총수출의 비중은 꾸준히 하락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총수출에서 충수입을 제한 순수출의 비중은 2011년 4.2%에서 4.4%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GDP대비 총수출의 비중은 2011년 53.3%를 차지하던 수출의 비중은 2020년 36.4%로 감소했다. 수출비중의 감소는 세계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결과다. 세계 교역량 증가가 정체하면서 한국의 수출도 감소한 것이다. 그런데 수출의존도가 높을수록 해외시장의 변동성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지만 한국 경제가 내수 기반 경제로 전환될 경우 해외로부터의 충격은 완화된다.

    또한 한국의 수출주도성장체제는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을 억제하고 불안정고용-저임금노동자의 사용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려는 유인을 강화시키고, 때로는 평가절하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전자는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상승 억제, 그에 따른 내수시장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후자는 수출주도 대기업들에게는 수출품의 원화 표시 가격 상승으로 엄청난 혜택을 주는 반면 중간재를 수입해서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게는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다. 평가절하는 또한 수입된 해외제품을 소비하는 노동자 서민의 실질소득을 줄이고 내수 성장을 억제한다. 수출주도성장은 임금주도성장이 아니라 이윤주도 성장을 촉진한다는 의미다.(홍장표, 2015)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대표적인 예는 최저임금 상승이다. 2017년 10.2%, 2018년 16.5%로 최저임금은 크게 상승했으며 보수언론 및 자영업자, 야당은 이에 대해 강하게 저항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자영업자가 망하고 자영업에 취직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줄여 을들 간의 전쟁이 촉발했다는 것이다. 통계를 제대로 살피지 않는 경제학자들조차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자영업자들과 이에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고용 대란이 일어났다는 통념을 퍼뜨렸다. 최저임금 상승의 고용효과에 대한 실증결과는 연구자마다 차이가 있다. 2010년대 이후 국제적으로도, 국내적으로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실증결과(Neumark el al., 2017; 김대일·이정민, 2019; 강창희, 2020)와 그 반대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다수 존재한다(Brown et al., 2014; Sylvia Allegretto et. al., 2018; 황선웅, 2019; 홍민기, 2019; 문영만, 2021).

    최저임금 상승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첫째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구의 실질소득 증가를 통한 계급 내부 격차의 감소이다. 한국의 중위소득과 최저임금 간의 비율로 나타나는 저임금노동자비중 추이를 보면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기준 2017년 22.3%에서 2018년 19.0% , 2019년 17.0%로 2년 사이 4.3%p 감소한다.(문영만, 2021) 여전히 OECD 국가 평균 빈곤율보다 높게 나타나지만 문재인 정부 하에서의 높은 최저임금 상승률은 짧은 기간 동안 저임금노동자를 크게 줄인 효과는 부정할 수 없다. 더불어 이는 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감소시킨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표 1> 분위별 소득변화 및 불평등 추이를 나타낸다. 2017년 5분위 배율은 이명박 정부 시절 꾸준히 감소하고 있었으나 2015년 6.91, 2016년 6.98, 2017년 6.96으로 일정한 비율로 유지되던 것이 2018년 이후 6.54, 2019년 6.35, 2020년 5.85로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 지니계수 역시 2015년 이후 3.5 내외에서 유지되던 것이 2018년 이후 꾸준한 감소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8년 0.345, 2019년 0.339, 2020년 0.331이다.

    최저임금 상승이 계층 간 불평등을 완화했지만 최저임금 상승을 흡수할 수 없는 기업들이 퇴출되고, 임금상승 압박에 노출된 기업들이 투자를 회피하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지체되고, 자영업자에게 큰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있다.(안충영, 2019) 그러나 이 비판은 고용시장의 총체적 변화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최저임금 상승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한국 사회에서 지나치게 과잉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비중을 낮추고 자영업에 종사하던 이들을 임금노동자로 변화시키면서 자영업 과잉공급 해소와 고용시장을 안정화시키려는 것이었다. 임금노동자의 비중이 증가할수록 이들의 4대보험 가입비율이 증가해서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평균적인 자영업자보다 평균적인 임금소득자의 소득이 더 높으며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표 1> 분위별 소득변화 및 불평등 지수 추이(단위, 천원)

    <표 2>는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 수와 수혜 근로자 수를 나타낸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는 2,055만이고 직접 수혜를 보는 대상은 407만7천명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고용 대란이 왔다는 일반화된 통념이 맞다면 전체 고용의 증가폭이 감소되거나 상용직의 고용비중이 감소해야 한다. <표 3>에서 보듯이 2015년부터 2021년 사이 총 고용자 수는 109만 5000명 증가했다. 2020년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취업자 수는 2016년부터 꾸준히 증가한다. 고용형태별로 보면 자영업자 10만9천명 감소, 임시직근로자 48만명 감소, 일용직 근로자 34만명 감소한다. 반면 상용직근로자는 217만1천명 증가한다. 취업자 순증가분 109만5천명을 제하더라도 상용직 107만5천명이 증가하는데, 이는 임시직근로자, 일용직 근로자, 고용인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분에서 이동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이후 상용직 근로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이는 고용인 있는 자영업자들이 줄고 임시직, 일용직 근로자들이 줄면서 이들이 상용직 근로자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최저임금 상승은 고용인 있는 자영업자들이 임금상승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임시직 근로자인 피고용자를 해고하고 개인자영업자로 전환되었으며, 일부는 폐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경향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더 가속화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 영업제한과 소비위축으로 인해 고용인 있는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대폭 감소한 국면에서 피고용자를 계속 고용하는 것이 매우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용인 있는 자영업의 상당수가 고용인 없는 자영업자로 전환되었다. 최저임금이 상승해서 고용 대란이 있었다면 임시직근로자와 일용직근로자가 증가하고 상용직 근로자가 감소하는 게 정상적이다. 그러나 <표 1>은 오히려 노동시장이 보다 안정된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2> 최저임금 변화와 영향근로자 수(단위, 원; %; 천명)

    <표 3> 종사상지위별 취업자 수 추이

    최저임금 상승률의 급속한 증가가 전체 종사자들의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도 아니고 상용직 근로자의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2015년 이후 전체 종사자 수의 증가율은 1% 내외에서 변동하고 있었다. 2018년 0.36%로 종사자 수 증가율이 매우 낮았지만 2016년 역시 0.88%로 낮았다. 2019년 1.12%가 2017년 1.20%보다 낮은 것은 분명하지만 2015년, 2016년 종사자 증가율보다 높다. 뿐만 아니라 상근직근로자 수의 증가율 변동은 필자의 주장을 더 뚜렷이 보여준다. 2016년, 2017년 상근직근로자 수 증가율은 각각 2.72%, 2.80%인 반면 2018, 2019년은 각각 2.57%, 3.22%였다. 최저임금이 대폭 상승이 고용 대란을 야기했다면, 전체 종사자 수 증가율이 그 이전과 크게 비교되거나 양질의 일자리라 할 수 있는 상용직근로자수 증가율이 낮아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그와 같은 편견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2020년 종사자수 증가율 감소와 상용직근로자 증가율 감소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반영된 결과이지 최저임금의 누적적 증가에 따른 결과로 보기 어렵다.

    최저임금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과 상관없이 상용직노동자들의 고용이 증가하는 것은 한국의 노동생산성 상승률이 최저임금 상승률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증가해 온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림 2>는 시간당 노동생산성과 시간당 실질임금 변화를 나타낸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10년 25,556원에서 2020년 37,561원으로 증가했으며, 2010~2020년 사이 시간당 노동생산성 연평균상승률은 3.56%였다(CAGR 기준). 시간당 임금은 2010년 12,878에서 2020년 19,316원을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시간당 임금의 연평균상승률은 3.43%이다(CAGR 기준). 평균 임금상승률이 평균 노동생산성 상승률보다 0.23%p 낮은 이유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상황변동이 영향을 미쳤다. 2020년이라는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 상승률보다 시간당 임금상승률이 조금 높게 나타난다. 이렇듯 노동생산성 상승률과 실질임금상승률이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같은 추이를 나타내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2010~2020년 사이 최저임금 평균상승률은 7.7%였다. 2018년, 2019년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률은 2014~2017년 기간 상대적으로 지체되었던 실질임금 상승률을 만회하는 효과가 있었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상승률이 시간당 노동생산성 상승률보다 높아도 한국 사회의 임금격차를 감안하면 저임금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에 대해 사용주들의 지불능력이 이를 감당할 역량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금인상에 따른 공급가격을 조정하면서도 꾸준히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상용직 노동자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던 것이다.

    <그림 2> 시간당 노동생산성 및 임금(단위, 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또 하나의 결과는 노조조직률 확대를 통해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증진된 점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비율은 2020년 현재 90.4%, 약 20만명으로 그 이전 정부보다 크게 증가했다. 1차, 2차, 3차에 이르는 전환과정에서 공공부분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도 추구한 점에서 그 이전 정부와 차이를 보였다. 더불어 노조조직률도 크게 상승했다. 2005~2016 동안 우리나라의 노조조직률은 10.3% 내외에서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2017년부터 노조조직률이 상승해서 2020년 현재 14.9%, 조직된 노동자의 수는 2016년 190만2처7백명에서 208만5천명으로 증가했다.(김성희, 2021) 노동자의 정규직화와 노조의 조직률 상승은 노동의 협상력을 증가시킴으로써 실질임금상승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변화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하에서의 노동조합 조직률 상승을 주도한 것은 <그림 4>에서 보듯이 공무원, 공기업 부문 조직률 상승에 따른 결과다. 2017년 공무원 노조조직률은 66.5%였으나 2018년 81.6%, 2019년 85.6%, 2020년 87.8%로 상승한다. 공무원 노조조직률 상승의 기폭제가 된 것은 무기계약직,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결과다.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공무직으로 전환되면서 노조를 조직하게 되었고 이것이 전체 노동조합 가입 수 증가와 노조조직률 상승을 이끌었다. 노조조직률에서도 민간부분은 여전히 11%에 머물고 있고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공공부분과 대기업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산별노조가 있지만 산별교섭은 일부 산업-연맹에서만 실질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대부분 임금 관련 협상 은 기업별 교섭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업의 생산성 차이는 산별 내의 노동자간 임금 차이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구조이다.

    <그림 3> 노동조합현황 및 노조조직률

    <그림 4> 공무원 노동조합 조합원 수 및 조직률 현황

    * 2회에 계속

    필자소개
    경남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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