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장님은 '방어권' 노동자는 '감옥행'
        2007년 02월 06일 11:43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수천억원을 횡령해 나라와 기업을 망친 ‘회장님’은 자유의 몸이 되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온 몸으로 저항한 노동자는 잇따라 감옥에 갇히는 유전무죄의 세상에 대해 노동자들의 분노가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오 부장판사)는 5일 9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하고 2천100억원대 손실을 끼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해놓고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황당한’ 판결을 했다. 법원은 "방어권을 보장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비정규직법안 반대 노동자 2명 또 법정구속

       
     ▲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16일 오후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회장님’에게 ‘방어권’이라는 선물을 상납한 법원은 노동자에게는 법정구속이라는 가혹한 매질을 계속했다. 지난 3일 울산지법은 지난 해 12월 1일 ‘비정규직 확산법안’ 통과에 반발해 파업을 벌이고 거리시위를 한 민주노총 울산본부 이승근 조직국장과 황치경 효성해고자를 법정 구속했다.

    울산지법은 당일 집회에서 법안통과에 항의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계란을 던진 이유로 지난 1월 31일 구속영장을 청구된 노동자들에게 "혐의자체를 부인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구속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님’은 경제를 위해 풀어주고 노동자는 사회혼란 때문에 잡아 가두는 것이 21세기 ‘기업하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 법원의 모습인 것이다.

    수천억원대 규모의 범죄행위를 저지른 정몽구 회장에 대해서는 단 60일을 가뒀던 법원이 같은 그룹 노동자들은 1년이 넘게 감옥에 수감 중이다. 

    현대기아차그룹 노동자 6명 지금도 감옥살이

    현대기아차그룹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에서 "비정규직도 인간"이라며 노조를 만들고 크레인 점거농성을 벌였던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박정훈 지회장은 2005년 11월 5일 구속돼 현재 1년 4개월째 감옥살이는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인 권수정 조합원도 지난 해 7월 구속돼 지금까지 8개월째 감옥살이를 하고 있으며,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비정규직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벌인 김영성 지회장도 5개월 간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금속노조(위원장 김창한)에 따르면 6일 현재까지 현대기아차그룹 소속 조합원 6명이 감옥에 갇혀있고, 10여명이 수배 중이다. 검찰은 성과금 지급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회사에 맞서 투쟁을 벌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박유기 지부장을 비롯해 노조간부 8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해 구속자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생존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는 방어권도 없냐?"

    정몽구 회장의 재판이 있었던 5일 아침,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앞에는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 8명이 "정몽구는 약속을 지켜라"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시위를 벌였으나, 수백명의 관리자들이 현수막과 전단지를 빼앗고 이들을 가로막았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박종삼 조합원은 "수백명의 관리자들에게 현수막과 유인물을 빼앗겨 우리의 요구를 제대로 알릴 수조차 없었다"며 "수천억원을 횡령한 정몽구 회장은 풀어주고, 회사를 상대로 약속을 지키라고 했던 노동자는 지금도 차디찬 감방에서 실형을 살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가진 자들은 실형 3년이 나와도 구속을 시키지 않고 방어권을 인정해주면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에게는 방어권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