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론스타 사건 ISDS의 배상금 결정...
    야당·시민단체, 국정조사와 청문회 추진
    법부무 “중재부 결정 수용 어려워...취소 신청 검토”
        2022년 09월 01일 03: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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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총 ‘2900억원 + 이자’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국제기구의 판정이 나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론스타 먹튀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던 윤석열 정부의 핵심 실세인 경제 관료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정조사와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노동·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견은 금융정의연대, 금융산업노조,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민주주의21 등이 공동주최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민병덕 의원 “대주주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에 은행을 팔아 막대한 차익을 챙겨주고 추가로 배상금을 물어주는 형국이다. 이는 국민 조세에 대한 추가적인 약탈”이라며 “론스타의 불법 인수 및 매각을 도왔던 공범이라 할 수 있는 전·현직 경제관료 모피아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론스타 사태를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명심하고 필요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배진교 의원은 “론스타 사건의 핵심은 일부 모피아 금융 관료가 저지른 만행의 결과를 국민혈세로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기재부 장관 등 론스타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들이 여전히 정부 책임자로 자리하고 있다. 이제는 이들에게 사실이 무엇인지, 그들의 책임은 없는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최종 판결문 원문을 즉각 공개하고, 국회는 청문회와 국정조사까지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46억7950만달러)의 4.6%에 해당하는 2억1650만달러(약 2900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배상하라고 밝혔다. 2012년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10년 만에 나온 결과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한 2011년 12월 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도 배상하도록 했다. 이자에 대해 민변은 “이자의 경우 복리로 지급해야 하는데 많게는 1000억원 이상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법무부는 이자 추산액을 약 185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재판정부가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지점은 하나은행 매각 추진 건이다.

    앞서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추진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매각 승인을 지연시키는 등 한국 정부가 개입하면서 외더 비싼 값에 매각할 기회를 잃었다며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2011~2012년 하나금융과 협상 과정에서도 승인을 지연하고, 매각 가격을 인하하도록 부당하게 압력을 가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심사 연기는 정당했으며, 매각 가격 인하는 론스타가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후 외환은행 주가가 하락한 점을 반영해 매각 가격을 재협상한 결과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의 하나금융에 대한 외환은행 가격 인하 관련, 금융위가 매각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을 지연한 행위는 금융당국의 권한 내 행위가 아니므로,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관련 형사 유죄판결로 인한 책임으로, 하나금융에 대한 매각가격 인하에 론스타 측 50% 과실상계를 인정”한다며 “승인 지연으로 인하된 매각가격인 4억3300만 달러의 절반인 2억 165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청구금액 대비 95.4% 승소하고, 4.6% 일부 패소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재판정부 다수의견의 판단을 수용하기 어려우며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향후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하여 적극 추진하겠으며 그 구체적인 경과에 대해서도 국민들께 신속히 알리겠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산업자본인 론스타의 은행 인수가 국내법 위반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패소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병덕 의원은 “감사원은 론스타는 산업자본이기 때문에 은행 인수 자격이 없다고 했으나, 론스타 수사팀은 은행법 제16조 2항에 규정된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금지 부분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며 “과거 언론에 따르면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점을 중재에서 거론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부분은 반드시 규명해야 할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배진교 의원은 “금융부문과 연관되어있고 그 책임 비율이 50%에 달한다. 애초부터 우리 정부가 론스타를 위법한 투자자라고 주장했다면 관할권 없음으로 금융부문 쟁점도 전부 승소 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그런 주장을 하지 않은 이유는 전임정부와 현 정부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론스타의 불법을 눈감아 준 자신들의 행위가 론스타 사태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또한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기 때문에 은행을 소유할 수 없었다는 주장을 했다면 100% 이길 수 있었다고 본다”며 “국회와 감사원이 나서서 ISDS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였던 이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산업자본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포기한 게 아닌지 적정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실세 인사들을 겨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이 론스타 사태에 연루돼 있는 대표적인 정부 인사들이다.

    박홍배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당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비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매각을 강행한 주역 중 한 명이 바로 당시 금융위 은행 과장이었던 추경호 현 경제부총리”라고 지목했다. 김득의 대표도 “산업자본임을 알고도 묵인했던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 추경호 부총리, 김주현 현 금융위원장이 이해관계에 있는 당사자”라고 말했다.

    이재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위원장은 “기소는 했지만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며 “2006년도에 감사원의 감사로 인해서 이건 불법 매각이라고 밝혀진 가운데서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해당 수사에) 긴급하게 투입됐던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현재 금융감독원장인 이복현 검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청문회와 국정조사 추진을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청문회와 국정조사 추진을 논의 중이고, 정의당은 다른 당을 설득해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 의원은 “중재판정 결과가 어제 나왔기 때문에 (청문회와 국정조사는)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기재부 장관 등 론스타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들이 여전히 정부 책임자로 자리하고 있다. 이제는 이들에게 대체 사실이 무엇인지, 그들의 책임은 없는 것인지 물어야 한다”며 “정의당은 론스타 문제와 관련해서는 제가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당론으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추진하면서 민주당, 다른 비교섭단체, 무소속 의원 등과 함께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국민중행동, 민변 등도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재 판정문 완전 공개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투자자·국가 중재제도 폐지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배상은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데 국민들은 왜, 누구의 잘못으로 배상금을 지불하는지를 알 길이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중재 판정문을 공개해야 한다”며 “론스타 관련 비리 일체에 대한 진상규명이 실시되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관련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국회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투자자·국가 중재 제도가 한나라의 사법주권 등 국가주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며 “중요한 점은 2012년 론스타의 제소 이후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S 사건이 10건이고, 누적된 중재청구액만 13조원을 넘는다. 앞으로도 국제투자자들은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ISDS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며 투자중재절차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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