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 조사인가, 여론 짐작인가"
        2007년 02월 05일 07: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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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정부 임기 중 개헌에 대한 국민 여론이 조사기관별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심한 경우 같은 날 조사한 것인데도 조사기관에 따라 20% 포인트 가까이 편차를 보이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지역언론사 편집, 보도국장단 초청 오찬에서 "(개헌 여론에서) 여러 가지 항목에 관해 상당히 의미있는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현 정부 임기 중 개헌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이 줄었다는 얘기였다.

       
      ▲ 지난달 9일 대국민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사진=미디어오늘)
     

    당시 노 대통령이 참고한 데이터는 <미디어리서치>의 27일 여론조사 결과였다. 이 조사에서 임기 중 개헌에 대한 ‘찬반 응답’은 ‘46.3% 대 49.4%’였다. 찬반이 엇비슷한 수준이다. 개헌 제안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임기 중 개헌에 대한 찬반 비율이 대략 3대7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에겐 고무적인 조사치라 할 만 하다. 청와대브리핑은 이를 토대로 "임기 중 개헌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미디어리서치>의 이 조사에서 임기 중 개헌에 대한 찬성 여론은 다른 조사치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불과 나흘 전인 23일 <KSOI>의 조사에서 임기 중 개헌에 대한 찬반 비율은 ‘30% 대 67%’로 반대 응답이 두 배 이상 많았다. 당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미디어리서치>의 조사 결과를 두고 "임기 중 개헌에 대한 찬성 여론이 급증한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신뢰하기 힘들다"고 했었다.

    또 지난달 27일 이후 실시된 다른 조사기관의 결과치와도 차이가 크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2~3일 실시한 조사에서 임기 중 개헌에 대한 찬반여론은 ‘29.1% 대 60.2%’를 기록했다. 반대가 찬성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로, 열흘 전 KSOI의 조사와 비슷한 결과다.

    같은 날 <리서치플러스>가 한겨레신문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찬반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 조사에서 임기 중 개헌에 대한 찬성 여론은 23.4%에 불과했다. 반대 여론은 68.1%로 찬성 여론의 3배 수준을 나타냈다. 미디어리서치의 지난달 27일 조사와 비교해, 찬반 여론에서 23.1% 포인트, 18.7% 포인트의 편차를 각각 보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같은 날 <R&R>이 실시한 조사에선 임기 중 개헌에 대한 찬반여론이 ‘40.5% 대 51.3%’로 <미디어리서치>의 27일 조사치와 비슷하다. <R&R>과 <리서치플러스>의 조사치를 비교하면, 같은 날 실시한 여론조사인데도 동일한 질문에 대한 찬반 각각의 편차가 17.4% 포인트, 16.8% 포인트에 이른다. 도대체 어느 조사가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걸까.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여론조사기관별 차이는 통계적 오류에 따른 표본오차가 아니라 설문 구성의 차이에 따른 비표본오차"라며 "개헌 정국에 대해 조사기관별로 다른 시각과 기준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R&R>은 이번 조사에서 "이번 조사설문은 ‘개헌시 현직 대통령 재출마 불가규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정확한 여론측정을 도모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설문 문항을 "노무현 대통령은 현재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의 개헌을 제안했는데요, 개헌이 되더라도 현행 헌법규정에 의해 노 대통령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께서는 4년 연임제 개헌을 금년 내에 추진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구성했다.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개헌이 되더라도 현행 헌법규정에 의해 노 대통령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고 조건을 달았는데, 노 대통령이 대선에 또 출마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은 옳건 그르건 객관적 여론으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이 임기 중 개헌에 대한 반대 여론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임기 중 개헌에 대한 객관적인 여론을 확인하려면 조건을 달지 말고 시점에 대해서만 물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이전 조사와 달리 이번 조사에서 처음 조건을 달았다면 여론을 재는 척도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전 조사와 단순 비교해 임기 중 개헌에 대한 찬성 여론이 많아졌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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