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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은 생 트라우마…경찰 소 취하해야”
    쌍용차 손배소 29억, 13년의 ‘국가폭력’
    외상후스트레스장애(21명), 불안 및 우울장애(3명)
        2022년 08월 30일 07: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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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2009년 이후 하루하루가 벌처럼 느껴집니다. 형사처벌도 모자라 13년이 넘도록 수십억원 소송에 정신적으로 고통을 감내했고, 남은 생을 트라우마와 싸우며 보내야 합니다. 지금 소송이 취하되지 않으면 대법원 판결에 따라 남은 정년동안 벌어도 못 갚을 빚을 지며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와 제 가족들이 수십년 고통을 받아야 할 만큼 국가에 해를 끼쳤는지요. 13년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살고 있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이제는 놓아주시기 바랍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김정욱)

    “회사 동료들과 지인들은 쌍용차 사태가 모두 마무리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저는 2009년 이후 13년 동안 경찰청이 철회하지 않고 있는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이라는 보이지 않는 투명 철장에 가로막혀 단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사과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국가손배 소취하를 결단해 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그래서 밤마다 악몽을 꾸지 않아도 되는, 술을 마시지 않고도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채희국)

    쌍용자동차 국가손해배상 소송 피고 당사자들은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청의 손배 소송 취하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자동차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은 그 자체로 국가폭력”이라며 “2009년 8월로부터 13년이 지난 오늘까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향한 국가폭력은 단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 ‘피고’가 된 개개인들은 2009년의 상황을 끊임없이 복기하며 항변해야 했다. 13년째 지속된 재판은 노동자들에게 장기간 정신적 고통을 안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2009년 정부는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해 정리해고에 저항하는 파업을 벌인 쌍용차 노동자들을 진압했다. 이후 경찰은 파업 노동자 67명에게 각각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 2심 법원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심에서 인정된 배상액은 11억 3천만원, 법정 지연 이자까지 포함하면 쌍용차 노동자들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약 29억 2천만원이다. 소송은 2016년 대법원 상고 후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사진=금속노조

    손배소 피해 당사자들은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우리는 2009년 파업에 참가한 결정에 대한 대가를 13년째 치르고 있다. 모두가 2009년의 옥쇄파업 현장에서 단 한 발자국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있다”고 말했다.

    김정욱 씨는 “이 소송은 재판을 지게 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의 배상금이 걸려있다. 해고되자마자 퇴직금과 부동산 가압류를 경험한 바 있기에 지금 유지하고 있는 일상이 언제든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끌어안고 13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채희국 씨도 “국가손배 소송으로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데 무슨 희망과 미래를 가질 수 있겠나. 주저앉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티기에도 버겁다. 언제 집행될지 모르는 손배 가압류의 악몽으로 순간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대법원 판결로 압류가 시작된다는 상상만으로도 생활은 힘들고 고통스러우며 건강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손배소 피해 당사자들에게 트라우마 검사를 제안했다. 그 결과 소송 당사자 67명 중 3월부터 7월까지 진단이 나온 24명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21명)와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3명)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소견서에서 2009년 파업과 재판 과정이 정신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쳤으며 1년 이상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고 공통적으로 밝혔다. 이들은 이날 대법원에 24장의 트라우마 진단서와 2장의 사망진단서를 제출했다.

    김 씨는 “생각해보니 저는 단 한순간도 치유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피고로 계속 재판을 받는 지금 이순간도 쌍용차사태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은 쌍용차사태의 온전한 해결과 치유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는 진상조사 결과 국가폭력을 인정하고 국가손배소취하를 권고했고, 이듬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에 의해 자행된 국가폭력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지난해 국회는 ‘쌍용차 국가손배 소취하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쌍용차 사태를 국가폭력으로 인정하고 공식 사과한 경찰은 현재까지도 소송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국가폭력을 인정받고도 취하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국가폭력을 지속시키는 수단이 됐다”며 “경찰청은 폭력의 책임자로 조현오 경찰청장과 이명박 청와대를 지목하고도, 여전히 우리를 향한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취하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소취하가 되지 않는 한 쌍용차 국가폭력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2009년 국가폭력의 일환으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을 스스로 취하해 13년이라는 길고 긴 갈등의 시간을 스스로 끝맺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회견 후 트라우마 진단서와 함께 경찰청장 면담요청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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