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시민 “건강보험료 인상 반대...
    기업과 정부 부담 적은 게 진정한 문제”
    건보 재정 20% 국고 지원해야 하지만 이를 지킨 정부 없어
        2022년 08월 29일 07: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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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시민사회계가 29일 내년도 건강보험료율 인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신 기업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고 국고 지원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오후 7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결정한다. 고령화와 의료보험 보장성 강화 등으로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소득의 7%대 건강보험료를 부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시민사회계는 의료보험 보장성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물가폭등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일반 국민들의 건보료를 인상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전국빈민연합, 참여연대 등이 연대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6시 건정심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료 인상은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줄 것”이라며 “수원 세 모녀는 1만 원대 건강보험료조차 내지 못해 건강보험 자격을 상실해야 했다. 이런 5만 원 이하 생계형 보험료 체납 가구가 지난해 기준 73만이나 된다”고 짚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건보료 인상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요구해온 여론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은 “기업과 정부 부담이 적은 것이 진정한 문제”라며 “이들의 책임을 강화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소득재분배라는 사회보험의 목적 달성에도 적합하며, 최소한의 국제적 기준에도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 기업은 OECD 평균 대비 보험료 부담률이 크게 낮은 수준이고, 정부 국고지원금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적다. 기업과 정부가 일반 국민들에게 건보료의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한국의 노동자·서민들은 힘든 조건 속에서도 이미 사회보험료를 OECD 평균만큼 내고 있는 반면, 대기업 등 기업 부담은 턱없이 모자라다”며 “OECD 평균 사회보장기여금은 기업 대 노동자가 GDP 대비 5.2% 대 3.5%(약 6:4)인데 반해 한국은 이 비율이 5:5”라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이 OECD 평균보다 덜 내는 돈이 GDP의 약 1.7%, 35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런데 오히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서민 보험료 부담 운운하며 기업 보험료도 함께 동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부자·기업 감세는 건강보험 재정축소와 보장성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과소 부담하고 있는 기업 부담 비율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보 재정 국고 부담 정상화 요구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르면, 정부는 건보 재정 20%를 국고로 지원해야 하지만 역대 정부 중 이를 지킨 정부는 없었다. 정부가 건강보험에 지급하지 않고 있는 국고지원금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년간 24조 5374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정부가 낸 국고지원금은 75조6,062억 원으로, 평균 15.3%에 그친다. 건보료의 50% 이상을 국고로 지원하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40% 가까이 부담하는 일본과 비교해도 한국 정부의 건보료 국고지원은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노동자·서민 보험료율은 매년 인상하고 체납하면 보험 자격을 빼앗아 의료 사각에 내몰면서 정부는 법을 무시한 것”이라며 “이번 건정심에서 정부는 국고 부담을 14~15%만 하겠다고 못 박고서 보험료 인상안을 제시하는 뻔뻔스러움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강보험 정부지원법 일몰제 폐지도 촉구했다. 이들은 “일몰제를 폐지하고 불명확한 규정을 명확히 하여 건보 재정의 30% 이상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항구적 법제화해야 한다”며 “또 그간 정부가 미납한 32조 원 미납액을 전액 납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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