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부 패싱, 중재법 개악 시도 기재부
    민주-양대노총 “국회 진상규명 있어야”
    정의 “보고서 숨긴다면 정기국회, 국감에서 밝혀야”
        2022년 08월 29일 04: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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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위원과 양대노총은 29일 기획재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에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이들은 소관부처도 아닌 기재부가 재계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시행령 개정방안을 만든 것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환노위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재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월권 개악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기재부가 시행한 연구용역과 노동부에 전달한 시행령 개정방안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사진=노동과세계

    기재부는 독자적인 연구용역을 진행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방안을 마련, 이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특히 기재부의 개정 방안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내용과 ‘사업주가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인증을 받으면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한 것으로 본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는 경영책임자 범위 확대 등은 그간 재계가 강력하게 요구해온 민원 사항이다. 노동계 등에선 기재부가 시행령 개정 방안을 선제적으로 만들어 노동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과 양대노총은 소관부처도 아닌 기재부가 재계 요구를 담은 시행령 개정방안을 낸 것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시행령으로 뒤집으려는 “시행령 쿠테타”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수많은 산재 피해 노동자의 희생 속에서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하자는 대한민국 수많은 노동자들의 외침이 모여 만들어낸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며 “법률이 시행되기 직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8%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재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고 약60%가 중대재해에 사용자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기재부는 무슨 의도와 권한으로 그런 법률을 흔들려 하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기재부는 소관부처인 노동부도 패싱한채 비공개 연구용역과 소위 ‘시행령 개정방안’이라는 괴문서를 노동부에 전달해 시행령을 바꾸려했다”며 “이는 국회의 입법권의 무력화이자 밀실개악이고 국민들의 의견이 완벽히 배제된 비민주적 행태”라고 시행령 개악 중단을 촉구했다.

    기재부 시행령 개정 방안 내용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대표이사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이른바 재계의 소원수리와 같은 맥락”이라며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 없이 재계의 요구만 관철되는 방향은 과연 누가 결정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노위 소속 우원식 의원은 “재계의 소원 수리 내용을 담아 시행령 개정이라는 우회 방법을 통해 개악하려는 시도는 누구의 지시이고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됐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그러나 기재부는 아직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관련 연구용역과 노동부에 전달한 시행령 개정방안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국민 세금으로 시행한 연구용역과 관련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하는 기재부는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것은 현장의 개선은커녕 ‘처벌담당임원’을 선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결국 재벌 대기업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의 단 한자라도 개악한다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도 “법을 강화하기는커녕 시행령을 개악해 법을 사문화 시키려는 기재부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허 부위원장은 “기재부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들어 거부하고 있는데, 연구용역 내용이 편파적이지 않다면 공개 못 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반드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인 이용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수많은 산재와 재난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의 죽음으로 만들어진 법”이라며 “그런 법의 취지를 무력화하려는 시행령 개악 시도에 피해자와 유가족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분노하고 있다”

    이 공동대표는 “시행령 개악의 꼼수를 즉각 중단하고 모든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고 기업과 경영책임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권이 시행령 개악 꼼수 정치를 중단하지 않으면 노동자와 시민의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의당도 기재부가 독자적으로 진행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연구용역까지 발주해 만들었다는 개정 방안은 그동안 경영계가 해온 요구와 1도 다르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는 이미 일선 현장에서부터 진행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경영주 방패막이를 위해 일제히 임원급 인사에 최고안전책임자인 CSO를 임명했다. 최근 현대건설 윤영준 대표이사는 CSO가 경영책임자라고 주장하며 안전보건교육 명령을 거부하고 소환조사에도 불응했다. 이러한 현실에도 기재부가 그 같은 개정 방안을 냈다는 것은 기업의 책임 면피에 길을 열어줄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의 근간마저 흔들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즉각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손을 떼고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하기 바란다”며 “만일 기재부가 연구용역 보고서를 끝까지 숨기려 든다면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통해서라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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