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재부의 중대재해법 개악·무력화
    시행령 부당개입...노동계 “강력 규탄”
    재벌·대기업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 주는 내용 추진
        2022년 08월 25일 04: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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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주무부처도 아닌 기획재정부가 독자적인 연구용역을 하고 시행령 개정 방안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것이 알려지면서 노동계와 정치권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기재부의 월권”을 비판하며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25일 한겨레에 따르면, 기재부의 시행령 개정 방안에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내용과 ‘사업주가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인증을 받으면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한 것으로 본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행령 등을 개정할 땐 주무부처가 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 기간에 다른 부처의 의견을 청취하는 순서로 진행되지만, 기재부는 이례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주무부처인 노동부보다 먼저 개정 방안을 만들어 전달한 것이다. 특히 개정 방안에 담긴 경영책임자 범위 확대는 그간 재계가 요구해온 민원 사항이기도 하다.

    양대노총은 이날 각각 관련 성명을 내고 기재부를 강력 규탄하며 기재부가 진행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소관 부처도 아닌 기재부가 시행령 개악과 무력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며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오로지 기업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기재부를 강력 규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기재부가 노동부에 전달했다는 주요 개정방안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시행령에 위임한 사안도 아니며 시행령 개악으로 법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개정 방안에 데엔 “‘처벌담당임원’을 선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재벌 대기업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경영책임자 처벌의 대리를 세우도록 하는 순간 그나마 시작되던 기업의 안전투자는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전보건에 관한 인증을 받으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본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안전공단 인증을 받고도 수백 건의 법 위반으로 광주 학동, 화정동 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과 같은 기업도 계속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는 그동안 경영계의 줄기찬 요구를 액면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노총은 “‘처벌보다 예방이 우선’이라고 내세우는 경영계는 어제도 오늘도 재해 예방과 관련한 법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며 “예방도, 처벌도 반대하는 경영계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기재부는 과연 누구의 정부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국노총도 “기재부가 아무리 해명해도 기업의 입장을 대변한 연구결과 보고서를 통해 고용노동부를 압박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사항이 분명한 기업들의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처리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법을 강화하기는커녕 시행령을 개악해 법을 사문화 시키려는 기재부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규탄했다.

    한국노총은 “기재부는 나랏돈을 움켜쥐고 행정부 내에서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국민들이 일터에서 죽고 다치고 병드는 것은 방치하고 있다”며 “노동부가 자체적으로 산재예방과 감소를 위한 사업을 하려고 해도 기재부가 돈줄을 틀어막고 방해하고 있다. 매년 일터에서 2천명이 죽고 10만명이 다치고 병드는 원흉 중 하나가 기재부”라고 질타했다.

    이 단체는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일반회계 예산을 증액하는 것을 노사정이 합의했음에도 기재부는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노사정이 이견 없는 합의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경영계의 로비와 청탁을 그대로 반영하여 노동부에 전달한 것은 기재부가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지 특정 세력들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자신들 소관도 아닌 중대재해처벌법에 손 떼고 지난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노사정이 합의했던 사회적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윤석열 정부는 재벌의 민원창구”라는 비판이 나온다.

    예윤혜 정의당 부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중대재해법을 경영책임자를 위한 ‘산재면책특권법’으로 전락시킬 것인지 윤석열 대통령은 분명히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예윤혜 부대변인은 기재부 개정 방안에 대해 “안전보건최고책임자라는 면피용 ‘바지사장’을 중간에 앉혀 언제든 중대재해로부터 경영책임자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특권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책임을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죽어도 처벌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경영계의 민원을 받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예 부대변인은 “사람 살리려고 만든 법을 사람이 죽어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법으로 바꾸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법과 원칙’이냐”며 “정의당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악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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