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경선준비위 출범부터 잡음 무성
        2007년 02월 01일 06: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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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1일 대선후보 경선준비기구 참여 인사를 최종 확정했다. 그동안 당내 대권주자간 논란이 돼 온 경선시기와 방식, 후보 검증 등에 대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당장 유력 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나눠먹기’라는 시각 속에 다른 주자들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1일 염창동 당사에서 최고위원회를 열고 당내 대선후보 경선준비기구인 ‘2007 국민승리위원회’ 인선안을 최종 확정했다. 경선준비위원장은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맡았으며 부위원장은 3선의 맹형규 의원이 확정됐다. 간사는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 공보는 이사철 법률지원단장이 맡았다.

    최고위원 추천 몫으로는 정병국, 정종복, 김학송 의원과 안재홍 광주시당위원장, 심규철 충북 보은.옥천.영동 당협위원장이 기용됐다. 외부인사로는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충남도당 공천심사위원을 맡았던 정옥임 선문대 국제학부 교수와 당 재정국 부국장 출신인 손교명 변호사가 참여했다.

    대선주자 대리인으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은 김재원 의원,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박형준 의원, 손학규 전 경기지사측은 정문헌 의원, 원희룡 의원측은 김명주 의원이 맡았다. 하지만 최근 당내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는 고진화 의원의 경우, 일부 최고위원들이 대리인 참여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15명의 경선준비기구 인사가 확정됐으나 당장 일부 대권주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측 사람들의 ‘나눠먹기’라는 시각이다. 정병국, 정종복 의원과 안재홍 위원장, 이사철 단장의 경우 이명박 전 시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성조, 김학송, 맹형규 의원과 심규철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력 대선주자측 관계자들도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표정이다. 박 전 대표측 한 관계자는 언론에 자신들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 특정 인물을 가리켜 “지금까지 캠프에 한 번도 코빼기를 비춘 적이 없다”며 “저 쪽(경쟁주자)과 가깝다는 보도도 있던데 없는 말이 나오겠냐”며 말했다.

    이 전 시장측 한 관계자도 “사람이 늘 같을 수는 없는 거니까, 우리 사람이라고 짚어넣어 놓아도 입장이 바뀔 수 있다”며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각 주자들의 의견을 대변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들의 불만은 ‘배부른 소리’로 치부되기도 한다. 손학규 전 지사측은 “중립성 훼손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지금 문제 삼지는 않기로 했다”며 “향후 논의 과정에서 공정 경선이 되도록 의견을 적극 개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희룡 의원측도 “문제점이 있다면 발견되는 대로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인 참여에서마저 배제된 고진화 의원측은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인선기준을 놓고 말들이 있지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마인드를 가진 분, 책임의식과 소명의식이 높은 분, 공정한 자세를 견지한 분 등 3가지 원칙을 갖고 인선을 했다”며 “대리인은 일단 유력 주자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선준비위는 다수결이 아닌 합의운영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말해 유력 주자측 인사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지적을 피해갔다.

    경선준비위는 내주 중 첫 회의에 들어가 일단 오는 3월 10일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앞으로 ▲공정경선을 위한 당헌·당규 검토 및 개정안 마련 ▲경선일정 등 세부규칙 작성 ▲후보검증 ▲후보측 제기 소청사항 ▲최고위원회 위임 사항 등의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선주자들간 이견을 보였던 경선시기, 경선방식, 후보 검증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먼저 경선 시기의 경우, 현행 한나라당 당헌 당규에 따를 경우 대선 6개월 전인 오는 6월경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여권 후보의 공백을 이유로 이에 맞춰 한나라당 경선시기도 늦추자는 의견이 다수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측의 경우 현행 당헌·당규에 따라 6월 이전에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경선 방식의 경우, 박근혜 전 대표측과 나머지 주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현행은 대의원, 당원, 국민선거인단, 여론조사가 각각 2:3:3:2의 비율이다. 이명박 전 시장과 손학규 전지사 등 주자들은 여당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맞서 한나라당도 국민 참여 비율을 확대하거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현행 유지 입장이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선출된 지난 전당대회 이후 현행 경선방식이 당내 지지도가 높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후보 검증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표측이 먼저 적극적으로 제기했으나 한나라당 대선주자들 모두 철저히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이 전 시장측은 박 전 대표측의 후보 검증 주장에 대해 네거티브라며 비판적 입장을 보여 왔으나, 이명박 전 시장이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도덕성을 포함한 철저한 검증 입장을 밝히며 일단락됐다. 손 전 지사측도 “검증은 기본”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검증 방법과 관련 당내 기구, 언론, 외부 기관 등 다양한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상당한 ‘불씨’ 를 안고 출발하는 한나라당 경선준비위가 각 주자들의 입장을 적절히 통합하고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 대다수 주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정치권의 우려대로 한나라당 분열의 발단이 될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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