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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 마음이 아프다면
    [그림책 이야기] 『숨을 참는 아이』(뱅상 자뷔스 글. 이폴리트 그림)
        2022년 08월 18일 11: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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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의 나라, 한국

    지금 우리 주변에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슴 아픈 사실은 이미 우리에겐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나 가족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사회적인 논의나 준비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우울증 이야기를 외면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2020년 OECD 통계를 보면 한국이 우울증/우울감 유병률이 36.8%로 1위라고 합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바로 이 우울증 때문에 지난 15년간 한국의 자살률이 OECD 1위라는 것입니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지금 한국에서는 하루에 38명이 자살로 소중한 생명을 잃고 있다고 합니다.

    숨을 참고 보는 책

    아주 오랜만에 책 한 권을 단숨에 읽어내렸습니다. 『숨을 참는 아이』는 그림책이 아니라 그래픽 노블입니다. 단숨에 읽기에는 분량이 꽤 있습니다. 게다가 이루리는 제법 까다로운 독자입니다. 스스로 작가이자 편집자이다 보니 책을 보면 이래저래 마음에 걸리는 게 많습니다. 그래서 그래픽노블을 단숨에 읽는 일이 드뭅니다. 번역이 조금 거슬려도 멈추고, 드라마가 조금 거슬려도 멈추게 됩니다.

    그런데 『숨을 참는 아이』는 숨을 참고 단숨에 봤습니다. 루이라는 어린이가 주인공인데 현학적인 재미와 몰입감이 일품입니다. 무엇보다 베일에 싸인 숨소리 때문에 도저히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1983년 벨기에

    벨기에 어느 마을에 루이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루이는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수업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침내 종이 울리자 혼자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 스스로 점수를 매깁니다. 아무하고도 말을 안 했으니까 20점, 화장실에 10분 동안 갇혀 있었으니까 10점, 체육 시간에 한 번도 공에 맞지 않았으니까 50점, 엄마 생각을 한 번도 안 했으니까 200점! 그런데 지금 엄마 생각을 했으니까 –200점.

    루이는 카드를 좋아합니다. 작은 카드에 자신이 관심 있는 정보를 기록해서 보관하는데 지금까지 모은 카드가 1500장이나 됩니다. 예컨대 카드 374는 세포 카드입니다.

    피부 세포의 수명은 평균 20일이다. 1년 동안 피부 세포 4킬로그램이 우리 몸에서 떨어져 나간다. 우리 몸속을 떠돌아다니는 원자 중에 9년 이상 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들은 우리 나이보다 젊다. – 본문 중에서

    루이는 생각이 많고 혼잣말을 많이 하고 벨기에 국왕과 친구입니다. 물론 진짜 국왕이 아니라 장난감 국왕 필리프입니다. 그렇습니다. 루이는 외롭고 마음이 아픈 아이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루이에게 아주 복잡한 일이 벌어집니다.

    루이의 이상하고도 슬픈 놀이

    루이는 왜 도서관에서 혼자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왜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을까요? 왜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길까요? 아무하고도 말을 안 하기, 화장실에 10분 동안 갇혀 있기, 체육 시간에 한 번도 공에 맞지 않기, 엄마 생각을 한 번도 안 하기…. 도대체 루이는 왜 이렇게 슬픈 놀이를 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걸까요?

    혼자 놀기의 달인인 것처럼 보이던 루이가 달라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수업 시간에 한 발표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루이의 준비 없는 발표에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열광합니다. 급기야 학교 대표로 발표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루이는 일생일대의 사건에 직면하게 됩니다. 사실 루이도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루이 역시 행복하고 싶습니다!

    우울증과 가족 이야기

    『숨을 참는 아이』는 사랑하는 사람이 우울증을 겪게 되었을 때, 한 가족이 겪는 슬픔과 우울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겪는 고통은 결코 그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아프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주인공 루이 엄마의 유골함을 보면서 엄마의 죽음 때문에 꼬마 루이의 마음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엔 루이를 방치하는 루이 아빠를 보면서 루이 아빠의 마음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루이의 마음이 아픈,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숨겨져 있었습니다.

    지금 누군가 마음이 아프다면

    만약 누군가 마음이 아프다면, 일단 병원에 가서 가장 안전한 항우울제를 처방받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생명을 살리고 보면 좋겠습니다. 원인은 그 다음에 찾아도 괜찮습니다. 약을 먹고 서로에게 시간을 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부디 우울증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나와 우리 가족의 마음을 돌보는 일입니다.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요?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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