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리해고’ 성격의 투표
    [기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총투표, 심사숙고 필요합니다
        2022년 08월 17일 10: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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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분야 정책을 담당하는 당직자로 당내에서 공무원과 유사한 위치이기에, 근무시간 아닐 때 의견을 밝힙니다. 8월 16일 23시 30분 경에 작성했습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투표가 공고되었습니다. 투표인명부 확정 등을 거쳐 오는 20~30일 찬반 운동 있을 테고, 8월 31일부터 투표가 이루어집니다. 제안자 주장은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정치적 책임과 당 쇄신을 위해 비례대표 사퇴를 권고’하는 것입니다.

    주장이 갸우뚱합니다. 정리해고 투표의 소지가 있습니다.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정치적 책임을 비례대표에게 묻겠다는 말씀인데, ‘선거 패배가 비례대표 때문’인지 생각해 볼 지점 있습니다. 가령 제안자 일부는 대선 때 주요 직책을 맡았습니다. 선거 패배와 당 어려움에 대한 그 분의 책임은 무엇이고, 비례대표의 책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둘째, 이번 투표는 신분상 조치입니다. 물러나라 의미가 있습니다. 이때, 사유는 정확하게 제시되어야 합니다. 가령 회사에서 징계할 때도 사유를 적시합니다. 그런 것처럼 선거 패배가 왜 비례대표 때문인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접할 수 없었습니다. 사유도 없이 신분상 조치를 하는 것은 과도합니다. 뒤늦게 사유 제시한다면 그 또한 문제입니다.

    셋째, 핵심 제안자 분은 16일, “현재 정의당이 처한 위기의 원인이 모두 비례대표 국회의원에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에게 지난 2년 동안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곧 정의당의 정체성이자 당론이자 이미지”였다고 밝힙니다. 위기의 원인이 모두 비례대표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은 당혹스럽습니다. 다른 데 원인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비례대표에게 물러나라 주장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이렇게 볼 때, 주장이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정리해고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제안자 분이 간과한 지점도 몇 군데 보입니다. 첫째, 투표가 가결되면, 현재 쇄신 작업 중인 비대위는 무산됩니다. 비대위원장이 비례대표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투표가 통과되면,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해당 의원실의 보좌진도 일자리를 잃습니다. 모두 55명입니다. 이 부분 얼마나 고려했을지 궁금합니다.

    셋째, 사퇴 ‘권고’입니다. 권고라서 비례대표에게 선택권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면 곤란합니다. 투표가 찬성으로 결론 나면 권고는 답정너입니다. 대신 권고는 제안자 분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가 될 겁니다.

    넷째, 이해충돌입니다. 비례대표 사퇴와 제안자 분들이 이해관계 있다는 지적으로, 익히 아실 겁니다. 여기에 대해 충분한 설명 필요해보입니다. 비례 후순위 승계 뿐만 아니라 당직선거 등 자리 모두와 관련 있습니다.

    이번 투표는 고약합니다. 제안자 분들이 승리하려면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당에 얼마나 해악을 끼쳤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그것이 과연 정의당에 도움될까요. 사유 명확하지 않아도 내쫓는 곳, 과도하게 책임 추궁하는 곳, 가봐야 다치기만 하는 곳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비례대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습니다. 잘못한 지점도 있고, 잘한 지점도 있을 겁니다. 잘못은 고쳐야 하고, 성과는 인정받아야 합니다.

    배진교 의원은 첫 의정활동이 등록금 반환 예산 촉구 결의안이었고 일부 반영의 성과 있었습니다. 강은미 의원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오랜 단식을 했습니다. 이은주 의원은 당 위기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았고 거제에 천막당사 설치했습니다. 장혜영 의원은 차별금지법 교육부 반대를 총리와 부총리에게 물어 입장 선회를 이끌었습니다. 류호정 의원은 만5세 취학에 대해 정책 철회 및 장관 사퇴를 국회 본회의 발언으로 촉구하여 국민 여론에 힘을 보탰습니다.

    당 내에 견제는 일상이고 지원 시스템은 부족하지만, 비례대표들은 지금도 애쓰고 있을 겁니다. 아마 사퇴 투표 앞두고도 쇄신과 업무에 매진하겠지요. 어쩌면 사람 아니라 시스템과 문화가 관건일지 모릅니다.

    필자소개
    교육 담당 정의당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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