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조건 속 성공시킨 새해 첫 연대파업”
        2007년 01월 31일 11: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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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쫓겨나고, 두들겨맞아 코뼈가 부러지고, 항의하기 위해 공장에 들어갔다가 경찰서 유치장에 끌려간 2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위해 금속노조 경기지부 3천여명의 노동자들이 새해 첫 연대파업을 벌였다.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몰아친 31일 오후 2시 안산시 원시동 반월공단.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파업 지침에 따라 일제히 기계를 멈춘 조합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승림카본 공장 앞 좁은 도로는 순식간에 조합원들로 가득 찼다.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2차 하청업체인 승림카본의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이날 오후 4시간 파업을 벌였다. 케피코, 대원산업, SJM, 포레시아, 우창정기, 기아차비정규직, 신안발브 등 10여개 사업장 3천여명이 파업을 벌였고, 1천여명이 반월공단으로 달려왔다.

       
     
    ▲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31일 오후 2시 안산 반월공단 내 승림카본 앞에서 1천여명의 조합원들이 모인 가운데 ‘노동탄압 중단과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 금속노조)
     

    조합원을 맞이한 것은 경찰버스

    연대하러 온 조합원들을 맞이한 것은 경찰버스였다. 경찰은 공장 안으로 개미 새끼 한 마리 들어갈까 좁디좁은 공장 안에 5대가 넘는 버스를 구겨넣었고, 방패와 곤봉을 든 경찰들이 쪽문을 지키며 화장실가는 것조차 막고 있었다. 공장 담벼락까지  수백명의 경찰이 동원됐다.

    “오늘 우리의 총파업은 임금 몇 푼 올리고 노동조건 개선하려는 파업이 아닙니다. 사람을 살리고 평화를 지키고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지키는 파업입니다.” 반나절 임금이 포기하고 연대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에게 금속노조 송태환 경기지부장이 파업의 의미를 설명하자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랬다. 경기도 안산과 평택 등에서 지난 해 새로 금속노조에 가입한 대양금속, 이젠텍, 승림카본 등 중소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나 거리를 헤매고 있다. 노조를 인정하라는 조합원들에게 구사대의 무자비한 폭력이 이어져 코뼈가 부러지고 갈비뼈가 나갔다.

    송 지부장은 “쫓겨난 노동자들을 길거리에서 만나면 그 동지들 죽지못해 산다고 한다”며 “그래서 오늘 우리의 파업은 사람을 살리는 파업”이라고 외쳤다.

    이날 새벽 승림카본 조합원 13명이 사장실 기습 점거농성을 벌이다 전원 연행돼 안산경찰서 유치장에 갇혔다. 뒤늦게 들어간 한 조합원은 화장실에 있다가 3명의 구사대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승림카본 이해진 사무부장은 “노동조합 설립하고 300일이 되어가고, 천막농성 60일이고 추위를 버티고 매일같이 컵라면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은 조합원 동지의 힘”이라며 “계속 폭행을 당하고 있고, 오늘도 코뼈가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얻어터져야 민주노조를 세울 수 있는 거냐”고 절규했다. 폭력만행에 시달려온 조합원들의 울분과 분노 사이로 눈발이 거세지고 있었다.

       
     
     

    “금속노조가 자랑스럽다”

    이날 연단에 오른 노동자들은 단 한 사람도 “금속노조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금속노조 임원 선거 후보들도 “바로 이것이 산별노조 정신”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업장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을 넘어, 산별노조의 연대정신을 실현해 낸 올해 첫 연대파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금속노조 최용현 부위원장은 “반드시 저 악독한 자본에게 금속노조의 힘을 보여주자”고 말했고, 공장에서 쫓겨난 지 220일이 넘어가고 있는 이젠텍분회 이원진 사무부장은 “우리 곁에 15만 대산별이 있기 때문에 패배하지 않고 꼭 승리해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민주노총 이상무 경기본부장은 “경기도에 4명의 부녀자가 실종되어 아직까지 못차고 있는데 경찰은 실종자를 찾는 게 아니라 자본의 하수인이 되어 여기에 와있다”며 “경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고, 승림카본 사측은 지극히 정당한 요구에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공장 가는데 막지마라”

    승림카본 사측은 면담조차 거절했다. 집회를 마친 조합원들은 “우리 공장 가는데 막지마라”고 외치며 공장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쪽문을 굳게 지키고 있던 경찰들은 순식간에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맨 손의 조합원들을 막았다. 쉽사리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공장진입이 어려워지자 조합원들은 도로를 향해 뛰었다. 조합원들은 “노조탄압 중단하고 민주노조 사수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반월공단 왕복 6차선 도로를 막고 거리시위를 벌였다. 강추위와 칼바람이 몰아쳤지만 노동자들은 승림카본 노동자들과의 연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케피코지회 신화식(36) 조합원은 하루 임금 깎이고 연대파업에 나왔는데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소주 한 잔 먹은 거지요”라며 “오늘 집회의 힘을 받아서 승림카본 동지들이 꼭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원산업 김상호(32) 교선부장은 “기아자동차의 휴업으로 오랫동안 휴업을 했기 때문에 연대파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모든 조합원이 여기에 왔다”며 “불법을 저지르는 사용자들을 경찰이 지켜주는데 우리도 불법으로 더 쎄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맹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시간 동안 연대투쟁을 벌인 노동자들은 저녁 6시가 다 되어서야 집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고, 연대의 힘을 느낀 승림카본 노동자들은 차가운 천막에서 다시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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