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내륙운하 독이 되어 돌아오나?
        2007년 01월 31일 04: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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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강점과 약점은 한 몸뚱이다. 회심의 승부수가 자신의 숨통을 끊는 치명적인 급소인 경우도 많다. 요즘 대권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이 이런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에 대한 난처한 질문에 봉착했고, 이명박 전 시장은 ‘내륙운하’ 구상에 대한 정치권의 광범위한 비판에 직면했다.

    박근혜, 박 전 대통령의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발끈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긴급조치 판결 판사 실명 공개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실명공개는) 저에 대한 정치공세, 한풀이 정치"라고 했다. 또 "노무현 정부가 그런 식으로 하는 것에 대해 역사와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은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다. 반면 과거사 문제, 그 중에서도 유신 시절의 인권유린 문제는 박 전 대표의 아킬레스 건이다.

    이 둘이 박 전 대표가 부친으로부터 승계한 자산과 부채 항목을 구성하는데, 지금까지는 자산의 크기가 부채보다 훨씬 컸다. 이게 박 전 대표가 오늘의 정치적 성장을 이루는 바탕이 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박 전 대표가 승계한 부채의 항목을 환시키기는 일들이 잦다. 얼마 전 법원이 인혁당 관련자들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것도 한 예다. 진실화해위의 긴급조치 판사 실명 공개조치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흐름이 정치적 배경을 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차라리 독재와 민주가 대립했던 한 시대의 끝자락에서 과거를 어떤 식으로건 평가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정치 컨설턴트인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영남 산업화세력, 호남 민주화세력, 영남 민주화세력 한 번씩 대통령을 했다. 한번 쯤 지난 역사의 공과를 정리할 시점이 됐다"고 했다.

    게다가 올해는 6월항쟁 20주년이자, 외환위기 10주년이다. 과거사에 대한 재평가를 촉발하는 계기는 대선까지 많이 남아 있다.

    과거사에 대한 재평가가 박 전 대표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예단하긴 힘들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기억이 사람을 분노하게 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과거사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미래비전으로 어떻게 연결짓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곧 박 전 대표의 대응 방식에 따라 정치적 영향의 방향과 강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민 의원은 다만 "박 전 대표가 지금처럼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면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박 전 대표가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다는 일반적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측 안병훈 본부장은 진실화해위의 조치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을 막무가내로 막았다. 조선일보 부사장 출신인 그는 기자들을 향해 "그만하라고..다음에 (질문) 하라고…" 했다.

    정치권-시민사회 잇는 ‘반내륙운하 연대’ vs 이명박 "좋은 현상"

    이명박 전 시장의 ‘내륙운하’ 구상에 대한 비판이 여야와 시민사회를 넘나들고 있다. 어찌보면 ‘반내륙운하 연대’처럼 보인다.

    한나라당 내 대권 경쟁상대인 손학규 전 지사는 31일 동아시아미래포럼 주최의 토론회에서 이 전 시장의 내륙운하 구상을 "한 두개의 토목공사"로 깎아내렸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한 두 개의 토목공사가 아니라 국토공간에 대한 창조적 발전전략"이라며 "과거의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고 했다.

    여권의 제3후보로 거론되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쐈다.

    그는 "지금은 시멘트보다는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이 전 시장을 ‘토건주의자’로 규정했다.

    정동영 전 의장도 최근 "대운하를 파서 건설공사 일자리를 몇 개 만들어 미래를 만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내륙운하 계획은 건설 프로젝트일 뿐 국가운영의 청사진은 아니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전 시장의 ‘내륙운하’ 구상에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대권가도를 독주하고 있는 이 전 시장의 정책 ‘아이콘’이 ‘내륙운하’이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에게 내륙운하는 양날의 칼이다. ‘이명박 대세론’을 추동시킨 대표상품이지만 역으로 여기에 흠집이 갈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은 ‘인간 이명박’의 매력이 아니라 ‘이명박의 정책 이미지’에 대한 선호를 중심으로 형성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이 전 시장은 경영자적 자질 때문에 지지를 받고 있는데,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대중들은 ‘이명박 같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지 ‘이명박’이 필요한 게 아니다"

    ‘내륙운하’ 구상이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에 대해 이 전 시장측은 "좋은 현상"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내륙운하 vs 반내륙운하’의 구도 전개가 불리할 것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측 조해진 공보특보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국운상승의 계기가 될 중요한 사업인만큼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며 "정책의 완벽성을 높이고 국민적 관심과 기대를 모으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 사람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민병두 의원은 "청계천은 친환경적 이미지가 있었지만 내륙운하는 토건이미지 말고는 없다"며 "정치권과 시민단체에 걸쳐 광범위한 반대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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