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 의무휴업’ 관련
    규제심판회의···노동자는 배제
    “유통재벌 숙원사업의 명분 제공용”
        2022년 08월 04일 05:2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국무조정실이 4일 첫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영업시간 제한 등에 대해 논의하는 가운데,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밀실, 편파, 비민주적 규제심판회의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규제심판회의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정작 당사자이자 반대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출해온 마트노동자들은 참여 제안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사진=서비스연맹

    정부는 이날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여부에 대한 찬반 의견을 수렴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노동자의 건강권과 대형마트와 중소자영업자 간 상생 발전을 위해 오전 0시부터 10시까지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할 수 있고, 매달 공휴일 중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그간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일과 영업시간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날 회의엔 규제완화 측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참석하고,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규제유지 쪽엔 소상공인연합회과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이 참석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유통산업발전법에도 언급된 ‘노동자 건강권’이 규제심판회의에서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비스연맹은 “‘국민제안 TOP10 투표’, ‘규제심판회의’ 등 윤석열 정부의 누구도 근로자의 건강권과 관련해서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이는 의도적으로 노동자의 건강권·휴식권 문제를 배제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통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대형마트 노동자뿐만 아니라 쿠팡, 식자재마트, 이케아 등의 유통산업에도 의무휴업과 영업시간제한이 적용돼야 한다”며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아닌 적용 확대를 위한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추진 의지가 있다는 점을 ‘국민제안 톱10’ 논란을 통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온라인 소통창구인 국민제안을 통해 들어온 제안 1만여 건 중 ‘국민제안 톱10’을 선정했는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도 그 안에 포함됐다. 당시 10건의 제안이 선정된 기준이 불투명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 중 논란이 큰 정책을 끼워 넣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국민제안 톱10은 어뷰징 문제가 불거지면서 무산됐다.

    강진명 서비스연맹 유통분과 의장은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시절 전경련, 경총, 대한상의 등이 제출한 규제 10선 건의를 받아들여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폐지하려고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어설픈 인기투표로 마트노동자의 휴일을 마음대로 없애려 했던 윤석열 정부가 규제심판회의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회의까지 열어 또다시 마트노동자의 휴일을 빼앗아 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노동자의 휴식권은 안중에도 없고, 유통재벌의 이윤만을 생각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고 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노동자 건강권, 중소상인의 생존권은 물론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이미 보수정권에서도 헌법재판소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의 취지를 인정했는데, 보수의 탈을 쓴 저급한 표퓰리즘 친기업 정부인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기본적인 취지에도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규제심판회의의 불투명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처장은 “규제심판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안건이 어떻게 선정되는지는 알 수 없다”며 “말은 기존 규제의 타당성을 살펴보겠다고 하지만, 국민들과 합리적이고 충분한 대화와 논의를 통해 예민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인기투표와 판결을 통해 입맛에 맞는 정책을 펼쳐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규제심판회의는 그저 대형 유통업체의 숙원사업의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의의 그 다음 안건이 최저임금 차등적용 아닐지 우려된다. 그야말로 저급한 꼼수”라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